살사, 레게톤, 그리고 아프로 쿠반 재즈
쿠바 와서 잘한 일을 하나 꼽으라면 살사를 배운 것. 여기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살사가 기본 옵션이다.
온몸에 살사 피가 흐르는 듯한 쿠바노와 시간당 만원에 일대일 교습이 가능하다. 흑형이었던 내 살사 선생님은 엄해서 방금 가르쳐준거 틀리면 파스타의 이선균처럼 소리 지르고 캔맥주 들이키고 오고 그랬다. 근데 그게 또 그렇게 섹시할 수가 없다. 나 인종차별주의자인가봐.. 탄탄한 체형과 타고난 리듬감, 모든 색깔이 잘 어울리는 블랙 간지, 몸에 밴 스웩이 모든 인종을 앞선다. 좀 더 여행 초반에 배웠으면 더 리드미컬한 여행이 되었을텐데. 살짝 입문하고나니 쿠바노의 움직임이 더 경이로워 보인다.
전통의 강호 ‘살사'에 맞서 지금 쿠바를 강타하고 있는 음악은 레게톤(Reggaeton). 본래 푸에르토리코의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데, 힙합, 일렉, 랩, 레게, 라틴팝 등과 결합하며 대중화했다. 섹스, 폭력, 마약, 가난 등 과격한 스패니시 가사가 특징적. 음알못인지라 듣고도 딱 어떤 음악 장르가 섞인건지는 모르겠다만, 춤추기 좋은 들썩들썩한 비트가 중남미의 모든 클럽을 통째로 씹어먹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알아듣지 못해도 가사가 어지간히 선정적이겠구나 싶다. 2012년에는 쿠바 정부가 공식적으로 금지까지 했다고 한다.
아바나에서 첫날 갔던 재즈바(La Zorra y el Cuervo)에 꽂혀서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다. 아프로쿠반 재즈의 차별점은 타악기. 클라베스, 봉고, 콩가, 쉐케리, 귀로, 마라카스 등 라틴 퍼커션이 꼭 들어간다. 그간 전자음이나 현악기, 관악기, 건반의 멜로디에만 익숙했었는데(타악기라면 기껏해야 드럼 정도), 타악기가 자아내는 박자의 청량감과 힘이 색다르다. 실제로 아프로쿠반 재즈에서는 타악기가 전체 음악을 리딩하기도 하고, 퍼커션 연주자가 밴드 멤버 중 실력도 가장 좋다. 타악기의 박자가 우선 깔리고 그 위에 멜로디를 얹는 느낌이다.
그 중에서도 이 흑형의 광기 어린 콩가 연주는 압권이다. 장장 십여분에 걸쳐 콩가를 두드리는데, 하는 이나 보는 이나 집중도가 말도 못한다. 위플래시 저리가라다. 특유의 토속적인 색채와 더해져 후반부에는 제사 의식까지 떠오른다. 두두두두 소떼가 몰려오는 느낌.
꼭 Bar나 클럽을 가지 않아도, 길거리나 레스토랑 어디든 고품격 음악이 흘러 넘친다. 꼭 비싼 데 안 가도 되고, 잠깐 멈춰서서 들어도 된다. 이 나라에서는 음악이 공공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