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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Jan 07. 2018

저.. 오늘부터 취향 좀 찾아 보려고요

김무취의 본격 취향 발견록

어느날인가부터 취향이 필요해졌다.


여행일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떠나야 할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비싸고 시간 많이 드는 여행에 감히 충동을 느끼게 하려면 내가 제안하는 여행의 목적과 방식이 아주 뾰족해야 한다. 여기가 좋다더라는 목적지 중심의 추천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그리고 그 뾰족함이 사람들의 어느 부분을 쿡 찌르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게 참 취향의 영역이라, 사람들이 어떤 취향을 왜 가지는지 파악하는 게 요새 내게 최고 화두다. 정확하고 상세할수록 좋고, 공감까지 하면 더 좋고. 

필요에 발맞춰 자극도 많다. 업무상 도쿄에 자주 가는데, 이 곳은 정말 취향이 넘쳐난다. 아주 얇은 수요까지도 공급이 기어이 받아낸다. 태어날 때부터 선택지가 풍부하게 주어지는 이 축복의 섬에서는 덩달아 사람들의 취향도 계속 발전하고 이를 위한 공급들이 또 생겨나는 선순환이다. 일본어 까막눈임에도 그 방대함이 느껴진다. 지금도 싹이 보이지만, 한국도 곧 취향의 시대가 오리라.


삼십줄에 들어서니 급격히 아재화가 되는 친구들이 속출한다. 매일 새로운 에피소드가 탄생하던 10대, 20대 때와 달리 30대가 되면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다.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그렇게 발에 채이는 아재가 된다. 정신줄을 붙들어야 하는데, 취향 찾기가 그 정신줄 역할을 한다. '사회 속의 나' 말고 '개인으로서의 나'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는 소위 취향 좀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굉장히 대중적이고, 일부러 그렇게 만든 면도 없지 않다. 모나지 않게 살자는게 모토인지라, 취향이 분명하면 사람들과 불편해질 일이 많으니 내 맘 편하자고 무디게 만들었다. 일평생 덕후질한 것도 없고, 많은 것에 적당한 관심을 주다 혹여나 기울여진다싶으면 본능적으로 관심을 거두었다. 무취향 지향이 그간은 큰 탈이 없었는데, 앞서 말했듯 지금 일도 그렇고 큰 흐름도 그렇고 문득문득 불안하고 부끄러울 때가 많다.


무취향을 의심하다.


하루에도 수십가지의 선택을 하고, 그 수십가지 선택으로 가득찬 하루가 쌓이길 수십년이다. (취향이 먼저냐 선택이 먼저냐 논란은 있지만) 희미할지라도 일관된 기준이 없다면 그거야말로 역시 정말 피곤한 일이다. 취향이 없는게 아니고, 들여다보고 왜냐고 궁금해하고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 김춘수의 꽃스럽지만 '내 취향이 이래'라고 인식하고 말하는 순간 취향은 탄생하고 성장한다. 

그 증거로 가까운 지인들이 내 취향을 더 잘 알 때도 있다. 주로 본인들의 취향이 분명하고 언뜻 비슷해보이지만 차이나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사람들이다. 무려 '넌 취향 확실하지'라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미식가들은 감별도 참 잘하지. 포털과 쇼핑몰의 자동 추천이 쏟아지며 취향의 시대를 앞당겼지만, 여전히 사람이 하는 직관적 통찰은 소름돋게 잘 맞는다.


그래서 우걱우걱 입에 욱여넣고 목 뒤로 넘기기에 급급하기보다 일단 잘 음미하기로 했다. 맛있는 걸 부러 먹을 필요는 없고, 주어지는 것들을 잘 소화하면 될 것 같다. 고맙게도 비교적 충분히 좋은 환경에 있는 것 같다. 취향은 만드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거다.





원래 뭐든 에프엠으로 하는 나니깐, 취향 찾기도 각 잡고 해본다. 

 

1. 약해지는 의지를 다잡기 위해 취향 모임에 나간다.  

독서클럽 트레바리의 '취향있냥' : 책을 읽고 취향에 대해 고민하고, 글을 쓰고, 이야기한다. 

목표달성 모임 'Being&Doing(비잉앤두잉)' : '취향 찾기'를 목표로 4개월 간 격주로 목표 달성을 점검한다.  


2. 우선적으로 볼 분야를 정한다. 

패션, 영화, 음악(재즈)으로 한정한다. 

매일 하는 선택(패션), 어렴풋하게 취향이 있는 것 같은데 그저 정리가 안되어서 꽤 빨리 취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분야(영화), 업무와 관련해 취향을 개발할 필요가 있는 분야(음악)를 선택했다. 

다음은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 음식이다. 


3. 과정과 결과를 공유한다.

브런치를 활용. 최대한 디테일을 살린다. 취향찾기를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만나는 이들이 근황을 묻거든, 취향 찾기라 답한다. 오늘 만난 이들에게는 이렇게 답하겠지-


저.. 오늘부터 취향 좀 찾아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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