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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Apr 27. 2018

패션고자 탈출 대작전

김무취의 본격 취향 발견록 1. 패션 (上)

요새 취향을 찾는 데 꽂혀있는데, 가장 성가신 부분이 패션이다. 차라리 백지 상태면 나을텐데, 수십년간 누적된 옷더미들 속에서 나는 오늘도 역시나 구린 선택을 해야 한다. 당장 뭐라도 걸치고 나가야하니 맘에 안 들지만 다 갖다 버릴수도 없고, 이제 취향을 찾겠다 맘 먹었으니 아무거나 사기는 싫은데 내 스타일을 고민해 볼 심적, 금전적 여유와 능력도 부족하고 뭐 그렇다. 내 수십년의 선택의 결과가 저 정도라는 게 회의감이 든다.

패션과 확 멀어지던 계기가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미쿡 정크푸드로 살이 어마무시하게 쪘을 때, 또 한 번은 칼정장을 입어야 하는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다. (이 때의 옷들은 지금 입어도 한 마흔 다섯살 정도로 보인다..) 그 이후로는 얼마나 나를 잘 표현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내 결점을 잘 감추는지, 내게 얼마나 꼭 어울리지는지보다 상황에 맞춰 모나지는 않는지가 옷을 고르는 기준이 되었다. 이제는 살이 그 정도로 찌지 않았음에도, 복장이 자유로운 직장에 다님에도 그저 무난하디 무난한 옷을 입고 다닌다.

뭐든 제때 했어야 한다. 제때 흑역사를 충분히 쌓지 못해 스타일을 찾지 못한 원죄로, 오늘도 fashion victim이 되어 방황한다.




그런데 취향은 계절마다 변하는 게 아니지 않나?


물렁한 것보다 심지가 있는 파스타가 좋다든지, 언제고 들어도 좋은 스테디 셀러 뮤직이 있다든지, 찐한 메시지의 독립 영화를 선호한다든지 하는건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게 아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대놓고 취향타는 영역인 것 같은 '패션'이 사전에서 공식적으로 정의하듯 '당대 유행하는 스타일'일 뿐이라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옷을 내 취향에 따라 고르는 것이라면 왜 이렇게 시즌별로 유행을 타야 하는 것일까? 미식도, 음악도, 미술도 그렇지 않은데 왜 유독 옷만?

비스포크의 어원은 'Been spoken for'이다. '말하는 대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과거 왕족이나 귀족이 나만을 위한 특별함을 위해 주문 제작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귀찮음에 '알아서 해주세요'라며 전문가에 위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좋고 새로운 걸 닳고 닳도록 본 마나님들의 고귀한 취향을 위한 것이었다. 옷에서 취향이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지 않나 싶다. 패티쉬 패션, 롤리타 패션도 확실히 취향으로서의 패션이다. 이런 것들은 변하지 않는다. 발전하고 쌓인다. 그리고 흥미롭다. 내가 옷에서 찾고자 하는 취향이 바로 맥락 있음이다. 한 시즌 용인 패스트 패션이나 어차피 부질없으니 오래 가는거 찾자고 베이직한 것만 입는 거나 맥락 없기 매한가지 아닌가.


무난한 옷 말고, 유행하는 옷 말고, 예산에 맞는 옷 말고, 한사코 내 단점만 가리는 옷 말고, 내 강점을 살리고, 나를 살리는 옷을 갖고 싶다.




이게 뭔 생고생인가 싶지만, 패션도 각 잡고 취향을 찾아보려 한다.


1. 점검하기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우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돈이 들지만 쓸 땐 써야지, 안그러면 하세월이다.

스타일 컨설팅과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는다. 이 조언을 기반으로 패션의 투두와 낫투두를 글로 정리한다.


2. 비우기

내게 어떤 옷이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는지 알았으니 그 기준에 맞춰 버린다.


3. 연습하기

1번에서 정한 내 패션의 투두/낫투두를 검증하고, 옷에 흥미를 붙여야 한다.

다 살 수는 없고, 아직 취향이 없는데 지금 사는 것은 위험하다. 윈도우 쇼핑과 옷 대여로도 충분하다. 여기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그 때 사면 된다.


윈도우 쇼핑
오프라인 샵에서 사지는 않고 피팅만 한다. 눈치가 덜 보이고, 옷의 종류와 상관없이 피팅이 비교적 자유로운 매장을 활용한다. 인디브랜드, 에이랜드와 같은 매장이 좋다.

옷 대여
과감한 스타일을 시도해볼 수 있다. 내가 접근 가능한 옷들은 디자인과 소재를 적당히 타협한 것들이다. 아무리 비슷하게 카피하더라도 오리지널과는 디테일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오리지널을 시도할 수 있도록 비교적 고가의 제품을 대여한다.


4. 레퍼런스 정리

브랜드, 소스, 롤모델 등



계획에 따른 성과는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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