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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Apr 27. 2018

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취향

알고보면 국민 취향 따라잡기?

취향은 개인의 전유물 같지만 사실은 사회와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내가 이걸 왜 좋아하게 됐는지 가만히 질문해보면, 나보다는 나를 둘러싼 환경이 남는다. 친구든, SNS든, 광고든 사회에서 밀어주는 것들이 대개 개인의 취향으로 남는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도쿄를 좋아한다 한들, 내 대부분의 취향은 도쿄 사람들보다 서울 사람들과 결이 더 맞을 것이다.


<국민 취향>이라는 전시에서는 개취라는 게 착각이자 허상이고, 사실 국민 취향임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국민 취향이라고 해서 스팀 다리미나 꽃벽지 같은 게 아니라, 나름 감도 있는 디자인을 내세우는 것들이다.
국민 스피커 마샬, 국민 핸드크림 이솝, 국민 잡지 킨포크, 국민 냉장고 스메그 등 인스타에서 한번쯤 봤을 법한 소품들. 사진 찍는 각도마저 비슷하다. 합판으로 만든 실물 크기 모형을 찍으니 제법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 한 장이 나온다.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보는 사진들
사실은 모형임. 화장실의 이솝 핸드솝 모형도 깨알같다.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앞서 말했듯 취향이 원래 오롯이 개인의 것이 아니며, 나 역시 이 리스트 중에서 이미 갖고 있는 게 있고 추가로 갖고 싶은 것도 많다. 다만 취향 저격하는, 아니 없던 취향을 만들어내는 컨텐츠를 기획해야 하는 입장에서,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싶었다. 인풋과 아웃풋 둘 다 조심해야 하는데,


1. 취향이 어차피 사회의 영향을 받는 것이라면, 영향 받는 사회를 다양하게 둘 것
2. 콘텐츠는 전반적으로 익숙한데 몇 가지 고유한 지점이 있을 때 수용도가 높다. 어디까지가 국민 취향이고 어디까지가 개인 취향인지 아는 감각.


작년부터 줄곧 내 취향을 찾는데 꽂혀있는데, 사실은 그저 국민 취향을 따라잡기 위해 애쓰고 있던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국민 제품의 인스타그램 실사들
국민잡지 킨포크를 찍은 사진들 모음. 비슷비슷.




참고로 이건 <People of the 21st century>라는 사진집. 

한 장소에서 일정 시간 (대략 30분-2시간) 동안 찍은 사람들을 비슷한 차림새별로 모은 건데 조작 아닌가 싶을만큼 비슷한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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