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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Mar 12. 2022

ENFJ가 ESTJ 영상을 찾아보는 이유

MBTI에도 열심인 ENFJ 브이로거 윤혜린의 플레이리스트

MBTI* 만능설이 있다. 일할 때, 연애할 때, 심지어 고양이일 때 등 모든 상황을 16가지 MBTI에 맞춰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잠깐 반짝하고 말 줄 알았던 성격검사가 극강의 범용성으로 생명 연장 중이다.    


나는 내 MBTI도 못 외우는데 16가지 조합을 다 꿰고 있는 사람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누가 MBTI를 물으면 버벅대다가 비교적 기억하기 쉬운 설명으로 대신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 뭐 그런 거였는데….” 민망함은 ESFP 네 글자를 기억 못한 나의 몫.    


https://youtu.be/5wJi1gLun7o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많은 이에게 MBTI는 세상을 이해하는 렌즈로 자리잡은 듯하다. <새니>의 ‘인생계획 세우는 방법’ 영상에서도 MBTI는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섬네일에 아주 작게 들어간 ‘뼛속까지 ESTJ’라는 문구에 사람들이 득달같이 반응한다. ‘파워 J는 다르구나’ ‘INTP는 그저 놀라는 중’ 등 영상에서 부각되는 네 번째 알파벳을 콕 집어내면서 말이다.    


취준생 새니는 피라미드 형태로 계획을 세운다. 최종 목표를 꼭짓점에 두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커리어, 조건, 할 일을 순차적으로 세분화한다. 짜임새 있고 촘촘한 계획 덕에 말단의 미션을 고민 없이 수행만 하면 된다. 뚜렷한 목적의식으로 철저하게 계획해 성실히 추진하는 건 J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한다.    



영상을 추천한 윤혜린님도 새니의 MBTI를 유심히 봤다. 혜린님의 MBTI는 ENFJ. 그가 J라는 건 유튜브 <유네린>을 잠깐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교환학생, 취업 준비, 신입사원, 자취, 심지어 장기 국제 연애까지 어떤 상황에서든 늘 사부작사부작 계획을 세우고 진득하게 해낸다. 마냥 늘어져 있다가도 매사에 열심인 그를 보며 기운 내곤 했다. 이미 완성형 J인 혜린님은 왜 이 영상이 인상 깊었을까?    


“ENFJ인 저는 매사에 섬세하고 예민하고 감정적인데, ESTJ인 새니는 이성적으로 무던하게 차근차근 할 일을 해나가요. 둘 다 계획적으로 하루를 꽉 채워 사는 사람인데 태도가 달라서 배울 점이 많아요.”    


MBTI의 새로운 활용법을 발견했다. 같은 성향에 공감하거나 다른 성향을 이해하려 활용하는 건 익숙하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같은 J인데 ST와 NF가 어떻게 다르게 나아가는지 비교한다. 아쉬운 점을 보완함으로써 지키고 싶은 강점을 강화하는 신선한 접근이다. MBTI를 기반으로 같음과 다름이 공존하는 실사례를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낼 수 있기에 가능한, 요즘 세대의 자기계발법이다. 


나도 같이 해보자 싶어 나와 E와 S가 겹치는 새니의 유튜브를 훑어봤다. 가만 보니 대학, 전공, 교환학생으로 갔던 학교, 한때 언론사 지망생이었던 것까지 의외로 공통점이 많다. 하지만 같은 선택을 하기까지의 과정과 선택 이후는 또 판이하다. ‘그 상황을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 ‘이게 T와 F의 차이일까?’ 등 같음을 기반으로 하니 내가 적용할 만한 다름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P와 상극인 J가 강조된 인생계획 영상에서는 위화감마저 들었는데.    


비교를 제대로 하려거든 비교하고 싶은 부분만 빼고 다 같도록 최대한 변인을 통제해야 한다. (과거의 나처럼) MBTI의 실효성에 냉소적인 이가 많지만, 무엇을 같음과 다름으로 볼지 대략의 기준점을 잡는 것 정도는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16가지 유형 사이의 스펙트럼을 어떻게 촘촘하게 채울지는 각자의 몫일 테니. 도구는 쓰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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