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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Mar 12. 2022

돈을 좇는데 좋아하는 일도 한다고?

독립의 아이콘 정혜윤님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드로우앤드류 유튜브


한길만 파기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사람. 그래서 여러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다능인’. 에밀리 와프닉의 책 <모든 것이 되는 법>에 나온 개념이다. 정혜윤님은 2021년 초에 이 책을 읽자마자 다능인을 자신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단박에 끌어왔다. SNS에 알리고, 미디어와 인터뷰하고, 다능인 커뮤니티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말이다.     


사실 이 책은 2018년 내가 눈물을 쏟으며 봤던 인생책이다.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분야를 기웃대는 내 성향은 오랫동안 자주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결국 하고 싶은 게 뭐냐며,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냐며 몰아세우는 사회 분위기 속에 끝없이 불안했다. 이 책은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꽤 많으며, 천성을 부정하지 않고 강점으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레퍼런스와 함께 알려줬다. 다만 나는 위로받는 데 그쳤고, 혜윤님은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내가 걸을 수도 있었던 길을 앞질러가는 혜윤님을 보며 부럽기도, 아쉽기도 했다.    


혜윤님은 드로우앤드류의 ‘혼자서 6개월 만에 1억 벌고 알게 된 6가지’ 영상을 보고 나처럼 느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 영상을 추천한 게 좀 의아했다. 혜윤님은 관계, 집, 회사로부터 트리플 독립을 하고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꾸려가는 힙스터다. 이 자유로운 영혼이 돈에 대해 진심이라니. 수수함과 자유분방함으로 사랑받아온 인디 뮤지션이 비트코인 투자를 하는 것 같은 이질감이 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qyfWyK5CpM&feature=emb_title


의외로 영상은 노골적인 제목과 달리 돈에 대해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발 앞서 일의 미래를 엿보고 온 이가 근간에 흐르는 원칙을 알려준다. 혼자 꽁꽁 싸매지 말고 팔기 전에 미리 나누며 사람 모으기, 무엇이 아니라 누가 파느냐가 중요한 시대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의 배를 가르지 않기 등. 단순한 방법론이 아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분명 일의 패러다임을 건드린다. 일에서 ‘나’를 중심에 두도록 가치관이 이동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혜윤님이 수년 전부터 상상해왔던 그림이다. 다만 드로우앤드류는 상상을 실제 캔버스에 옮겼고, 성과를 냈다. 성과라 함은 제목에 박혀 있듯 ‘돈’이다. 이 성과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그가 제안하는 일하는 방식이 확산되게 돕는다. 혜윤님은 깨달음 자체보다 이 일하는 방식과 경제적 보상이 결합한 데 더 반응하는 듯했다. 혜윤님이 덧붙였다.     


“원래는 돈 욕심이 별로 없었어요. 오히려 돈이 너무 많으면 불행하다고 믿는 쪽이었죠. 그런 제가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하고 싶은 일을 원하는 방식으로 오래 하고 싶어서예요. 그러니 좋아하는 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보여줘야 해요.”    


그제야 내 안에 숨어 있던 선입견을 알아차렸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경제적 보상을 어느 정도 내려놔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던 것이다. 혜윤님의 영상 추천이 낯설었던 이유, 내 목표에서 경제적 보상을 애써 지운 자기합리화의 민낯이 선명히 드러났다.    
    

https://www.youtube.com/watch?v=xtvwOuU_DbQ


혜윤님은 영상에서 받은 자극을 실행에 옮겼다. 반년 뒤, ‘퇴사 후 10개월, 월 1천만원을 찍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혜윤님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영상 보기 전에도 어떤 결일지 알겠다. 그저 클릭 유도용 어그로(관심 끌기)가 아니라는 걸. 돈과 좋아하는 일이 양립할 수 있는 걸 넘어 양립해야만 한다고 의식을 개조해주리라는 걸. 보고 나니 드로우앤드류와 같은 메시지이면서도 혜윤님만의 방식이 있다. 모두가 아티스트가 되는 시대에 나는 어떤 그림을 그려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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