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는 끝이 없다
이제 내일 개업이다. 오늘은 하루종일 음식준비로 바빴다.
당장 내일 저녁부터 귀한 손님들이 있으니까.
보통 여름엔 부시리, 겨울엔 방어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만 그냥 사는 동네도 비슷하고 생긴 것도 비슷한 두 어종이다. 처음 살 때는 부시리겠거니 하고 샀는데 요리조리 뜯어보면 방어 같기도 하고.
방어든 부시리든 살이 홀쪽한 편일 시기라 회로는 못 먹는 혈압육 정리하고 나면 크게 남는 게 없다. 기본적으로 내장은 정리된 채로 샀다. 그 외 부분은 '스시 간베에'식으로 해보았다. 특별한 건 아니고 혈압육이 많은 이런 생선을 어떻게 손질하는지를 배운 것. 확실히 유튜브와 스시장인은 차이가 날 때가 있군.
혈압육은 비위가 좋은 나로서도 회나 구이로는 도저히 맛있다고는 할 수 없는, 텁텁하고 비린내가 강한 부위다.
자세한 것은 달리 정리하겠지만 혈압육 정리하고 나면 생각보다 먹을 것이 없는 편. 등지느러미쪽 혈압육은 그렇다 치더라도 등뼈 사이에 낀 것같은 붉은 살들은 결국 이것도 잘라내는 게 깔끔한 지라, 그러고 나면 결국 손에 쥐는 것은 어간한 고등어포 한 쪽 사이즈 밖에 안 된다. 방어는 머리가 커서 특히나 그렇다. 반면에 구이나 조림용은 많이 나온다.
이것은 비장의 초절임. 보통 고등어를 절이고 오늘도 실은 고등어를 사러 나갔는데 고등어고 뭐고 어제 새벽에 큰 비가 온 탓에 조업 나간 배가 거의 없는 모양으로 어민수산시장은 점심때가 못 되어서 반 넘어 철시 상태였다.
이 초절임(시메부리)은 검증된 메뉴. 고등어라면 이삼일 정도 지나서가 맛있는데 방어나 다랑어같은 대형어는 일주일 가까이 가야 맛이 제대로 드는 듯.
이 외에도 오징어를 스므마리 정도 손질을 하고...
수비드로 조리중인 이것은 오리 뒷다리. 콩피 좋아하는 분이 있어서 준비중이다. 이건 본품이 아니고 실험 중인 것. 미리미리 말씀하시면 이렇게 잘 할 때까지 실험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옆에는 오징어 손질한 다리. 이건 그녕 달달한 간장양념에 수비드로 한 시간 정도만. 볶아먹어도 될 것인데 수비드로 하면 어떤가 싶어서 해 보았다. 부드럽긴 한데 한 시간 정도로는 큰 차이는...
오후 내내 음식준비 하고 나니 맥이 좀 풀렸다. 요리사로서는 터무니없이 저질 체력인데다가 빨리 질리는 편이라서 시그니쳐 하나 무한 반복으로 찍어내서 돈 버는 것은 나로서는 무리다. 역시 나는 이렇게 작은 곳에서 쉬엄쉬엄, 여러가지 시도를 같이 해볼 수 있는 환경이 좋은 것같다.
얼마전에 Zoom으로 시음회를 했던 홎주국립대 한국학 모임에서 뭘 이런 것을...
감사합니다. ^^
또 이렇게 멀리까지 찾아와준 사람도 반갑고 감사합니다.
이곳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드는 곳이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 Alteractive Sal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