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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한주 테이스팅노트 4. 충주 주향(酎薌) 소주

평생 흥미진진한 소주 숙성을 시작하다

<담을 양조장>


살다보면 사람 팔자라는 게 있긴 한 듯. 업이란 게 직업이기도 하고 업보이기도 하고 그런것 같다.

도자기를 빚는 부부가 술을 배우러 갔는데 여기서도 그릇 먼저 빚으란 소리를 듣고 그렇게 했다. 그러다보니 술이 나오는 건 조금 늦어졌지만, 이제 빚어둔 그릇으로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다.

<독일제 동증류기>


좋은술이란 또 무엇일까, 당연한 의문을 가지면 어렵다.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 상식적인 답. 일단 증류를 잘 하고, 그 다음엔 숙성이다. 증류주니까, 발효 단계에서 헛힘 안 쏟아도 된다. 오히려 길고 긴 세월을 어떻게 담을까 하는 고민이 훨씬 중요한 것.


<숙성중인 소주>

오랫동안 연구하고 실험해서 만든 숙성용기. 이것이 남다른 점이다. 업을 살려야 다른 업으로 나갈 수 있다.

<3년vs 6개월>

가장 오랜 술은 3년 숙성. 그리고 요즘 출시되는 것은 6개월 정도 숙성.

비교를 해보면 그 차이는 확연하다. 숙성의 힘, 시간의 마법. 그 시간을 담으려고, 양조장 이름도 '담을'인가.




<건너편엔 도예공방>



충주 엄정의 도자기 마을에 자리를 잡은 윤두리공방이 모태.

삼양주로 증류했네 유기농쌀을 썼네 하지만 증류주에서 중요한 건 그것보다는 숙성의 시간. 그 시간은 한 해, 한 달, 하루가 더 갈수록 미지의 영역이다. 과거는 과학이며 미래는 신비인 술, 소주. 주향은 보이져 탐사선같이 그 세월을 헤치고 간다.


<주향소주 테이스팅노트>

산미:하

감미:중

고미:중하

점도:중


<코멘트>

장기숙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술이다. 입국과 효모를 사용한 것에 대해 뭐랄 사람이 있겠지만 십년 후에 판단해도 충분할 것이다. 증류주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숙성, 숙성이다. 기주가 좋다는 자랑은 기실 숙성을 못 기다리는 조급함이거나 혹은 증류주의 본질을 모르는 무지이기 십상인데, 담을은 길게 보고 가는 길을 택했다.


높은 도수에 비해서 대체로 얌전한 스타일. 특별히 튀는 맛이 없이 안정적이다. 옹기 숙성임에도 분명 다양한 향이 더해지는 3년차에는 바닐라, 카카오 등의 노트에 향신료 느낌도 있지만 현재 주로 시판되는 6개월차는 아직까지 그 모든 가능성을 감추고 있는, 그냥 달고 쓴 소주.


부드러운 편이라 지금 마시기도 나쁘진 않지만, 여유가 있다면 독째로 사두고 세월을 기약하고 싶은 술.

한 달에 20리터 숙성용기에 하나나 둘 정도만 만드는 술이다.

8.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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