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라에서 손꼽는 스테이크 하우스
호주에 왔으니 고기서 고기지만 그래도 뭔가 좀 유명한 집에 가서 고기를 먹어보고 싶은 생각.
서식지에서 걸어갈 거리는 도심에 매우 가까와서 당연히 유명한 스테이크 하우스도 많지만 그 중에 여기에 가보고 싶었다. The Meat & Wine Co. 미트 뿐 아니라 와인도 내걸은 집이니, 반주 한 잔 정도지만 와인에 대한 기대도 생겨서.
예약을 안 하곤 밥 먹기 힘든 것 같아서 예약. 경험상 대형업소에 가면 나같이 단신 예약자는 의외로 예약이 잘 될 수도 있다. 여긴 이틀 전인가 예약했는데도 8시30분 세션에 간신히 자리가 났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줄 서는 집(소용 없음)이다.
사실 에이지드 고기를 먹고 싶었다. 드라이 에이징 치고는 정말 싸도 너무 싼 가격이라. 하지만 Kg 단위로 밖에 안 판다고 해서 드롭. 혼자 어떻게 고기를 키로로 먹겠나... 그저 20년만 젊었어도...
그래서 슬로우쿡드 비프립 하프로 주문. 스테이크 시킬까 했다가 한국에선 먹기 힘든 갈비구이라서 시도해보기로.
주방은 다국적. 서빙은 아시안걸들이 태반. 그런 것이 눈에 띄었다. 호주도 코로나 이후로 일손이 태부족이라 임금도 오르고, 일을 구하기가 쉽다고 한다. 유학생들의 노동시간 제한까지 풀어주고 있을 정도니까.
내 자리에서 멀지 않은 자리에 앉은 백인 할배는 서빙하는 아시안걸에게 온갖 맨스플레인과 컴플레인을 섞어서 상당히 harassing 모드였고 목소리까지 커서 완전 짜증이 났다. 서버는 내가 가게하면 채용하고싶을 정도로 정성껏 응대를 해주고 있었고.
고오급 레스토랑 답게 레몬물을 마시라고...가 아니고 손 씻으라고 주었다. 옆에 큰 대접 같이 안 줬으면 아마 마셨을지도 ㅋㅋㅋ
이날의 베스트는 히킨보탐 카베르네. 메뉴판 찾아서 설명을 읽어보시길.
2019년산이라는데, 마실 때도 만족스러웠지만 시간이 더 가면 어떨까 싶은 수작. 무엇보다 포도향이 아직도 신선한데, 그게 목에서 코로 다시 올라오는 느낌이 사람을 혹하더라.
아 이건 솔직히 좀 실망. 육즙이 없는 것도 아닌데 퍽퍽한 느낌에 밋밋한 양념.
그냥 생고기 한국식으로 굽는 게 훨씬 나았겠다 싶다. 여기서 다시 드는 생각, 그냥 스테이크 먹을 걸.
드라이 에이징을 놓친 것이 멘탈에 충격을 준 모양.
고오급집의 정석으로 디저트까지 풀로 주문.
크램브륄레는 만족스러웠다. 위에 올라간 진저비스킷과 마스카포네 크림이 클래식과의 차이인데 자칫 지루할 수 있는(아님) 크렘브륄레에 좋은 인터네이션을 넣어준 느낌.
처음 입구쪽은 공사중이고 이쪽에 더 크고 잘 보이는 입구가. 이쪽이 더 대로변이었다.
메뉴판 풀 버젼이니 필요하신 분은 확대해 보시길.
호주의 음식문화는 아직 sophistication은 좀 부족한 듯 한데, 이민의 확대와 함께 급히 좋아질 것을 기대한다. 적어도 에스닉푸드 쪽은 그런 기미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