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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Drink Anew

프리미엄한주 테이스팅노트8. 해창막걸리 12도

아름다운 정원 속에서 익어가는 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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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해창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어서, 휴게소에서 쉬기도 하고, 중간에 주유소도 들르고, 또 어디서 마실 것도 사고 하다보니 거의 여섯 시간이 걸렸다. 해가 서로 넘어갈, 직장으로 말하면 퇴근시간 가까울 때 갔는데 아직도 바쁘다. 일단 정원부터 둘러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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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창 주조장 정원이 아름답다는 얘기는 오래 전에 들었지. 둘러보니 과연, 탄성이 나온다. 일제시대에 해남에 들어온 미곡상의 집으로 시작했다는데, 그 후로 여러 사람 손을 거치면서 양조장이 되었다. 100년 가까운 세월과 주인은 여기저기 조금씩 흔적을 남겼다. 그 패치워크를 찾아보는 즐거움. 이곳은 그래서 설명이 필요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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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정원을 둘러보고, 사진도 찍고, 그래도 아직 일손은 바쁘다. 체험장에 앉아서 이것저것 뒤적이며 기다려볼까. 앉아있으니 고양이 한 마리가 무심한 듯 나타나서 딱 손 안 닿을 거리에 자리를 잡는다. 좀 놀아볼까 다가가면 달아나고, 그렇게 몇 번을 따라가다 보니... 아 여긴 냥이들 왕국이구나.


오래 기다린 만큼 엄청 환대를 받았다. 저녁에 고기도 굽고, 비장해둔 시제품 막걸리도 얻어마시고. 여기까지 왔으니 묵어가라고 하지만 갈길이 멀어서 그럴 순 없다. 또 오겠다고 약속하고 아쉽게 돌아섰다. 마지막에 찍은, 체험장에서 내다본 석양의 들판 같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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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들을 따라 바다까지 내다보이는 이런 석양, 바로 전라도 바닷가의 정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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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창막걸리 12도 테이스팅노트>

산미:중상

감미:중상

탁도:4/7

탄산:중


<코멘트>

해창 양조장, 어찌나 바쁜지. 원래 매출이 조금 떨어지는 무더위철인데도 하루 종일 출하 작업에 정신이 없는 정도다.


12도 막걸리는 바로 전날 병입 한 것을 마셨는데 평소에 알던 해창막걸리와는 조금 다른 느낌. 도수가 높은 것, 여름이라는 환경, 병입 한 지 얼마 안 된 것 등이 어우러져 평소의 담백한 인상보다는 상당히 새콤달콤한 느낌. 아마도 가을이나 겨울로 가면서 병입 한 지 시간이 조금 더 지난 술(서울에 받아먹게 되면 보통 병입 3일 차부터가 우리가 마시는 것이고, 업장에서 마신다면 더 오래된 것을 마시게 될 확률이 높으니까)이라면 더 담백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게 될 것이다. 지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쪽이 우리가 익숙한 캐릭터라는 것. 어느 쪽이나 무게감이 있고 밸런스가 잘 이루어진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은, 역시 좋은 술이라는 증거.

어쩌면 정원이라는 다양성의 생태계가 밸런스를 잡는 데 큰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8.5/10.0


알코올 도수 18도짜리 가칭 '롤스로이스'버젼도 마셔보았는데, 그 리뷰를 써보고 싶어서 근질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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