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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귀엽고 깨끗한 찰벼 몽근차나락

feat. 시우마실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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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근차나락은 씨앗은행에는 '몽근샤레'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여러 특징을 보면 이것이 몽근차나락과 같은 쌀을 말하는 것 같긴 한데, 샤레라는 한국어 같지 않은 말의 뜻이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벼라는 말은 인도의 가을에 익은 벼 브리히(Vrihi)에서 백미를 뜻하는 ‘베레’를 거쳐 ‘벼’로 정착했으며 쌀은 겨울에 익은 벼인 ‘사리(Sari}가 어원이라고 한다. 강화의 샤레벼는 탈립과 잡초성이 강한 벼인데 강화도 지역에서 머슴에게 주는 세경을 사례라고 한데서 그 어원을 찾고 있다."


이것은 수원씨앗도서관 대표님의 블로그에서 찾은 대목이다. '벼'와 '쌀'의 어원을 비교적 설득력있게 제시했고, 특히나 씨앗은행의 몽근샤레는 강화도에서 수집했다는 기록에서 몽근샤레는 '몽근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쌀이 아니라 샤레라고 부르는 것들은 일종의 액미(돌연변이성으로 자라서 상품성이 좀 떨어지는 쌀)로 볼 수 있다. 몽근차나락 자체가 액미라는 것은 아니고, 단종되었던 토종쌀이 어떤 경로로 개량종쌀과 섞여서 재배되다가 다시 발견된 케이스라고 추정한다.


아래 포스팅에는 이 외에도 귀중한 자료들이 많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일독을 권한다.


https://blog.naver.com/oicak200/22060731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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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몽근'이라는 말의 뜻도 아리송하긴 한데 이것은 깨끗하다는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그러니 몽근차나락은 깨끗한 찹쌀, 몽근샤레는 깨끗한 쌀 이라고 번역할 수 있겠다.


아쉽게도 쌀의 상태는 '몽글다'라는 말에는 좀 못 미친다. 열화된 쌀들이 제법 섞여있다. 비교적 작은 쌀알에 찹쌀의 특징이 확연한 하얀 쌀알과 멥쌀스러운 투명 쌀알이 섞여있는 반찰벼로 분류할 수 있겠다. 참고로 여러 시험재배의 결과는 이 쌀을 멥쌀로 분류하는 경우도, 찹쌀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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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찰벼는 돌솥으로 지어야 탄력이 충분히 확보된다는 지론. 물은 조금 부족한 듯이 붓고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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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향은 좋다. 구수한 향과 단향이 적당히 조화되어 있고 탄력 있는 식감과 은은하지만 숨길 수 없는 단맛이 어우러져서 긴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오늘의 밥짓기는 상태가 안 좋은 쌀에서도 장점을 살려냈으니 85점 정도는 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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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쌀로도 좋지만 역시 (반)찰벼는 떡이나 술로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늘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양평의 '시우마실'이라는 양조장에서 몽근차나락을 이용해서 술을 만들었다. 테이스팅노트까지도 잘 정리되었는데 찹쌀의 단맛에 적당한 산미를 더해서 낮지 않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홀짝홀짝 계속 마시게 되는 술이다. '부드러운 우유'와 과실향이 어우러진 가작.


'몽근'이라는 말에서 처음 연상되는 것은 깨끗하다는 말보단 몽글몽글하고 귀여운 느낌인데 이 술이 그 느낌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자료재공은 우리술 리뷰 커뮤니티 술달다.


https://www.sooldalda.com/breweries/%EC%8B%9C%EC%9A%B0%EB%A7%88%EC%8B%A4/drinks/%EB%AA%BD%EA%B7%BC%EC%B0%A8%EB%82%98%EB%9D%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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