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는 마음

삶에게 감사하며 살아가기

그리운 마음으로 우리는 떠나야 한다. 이 땅의 한바탕 유희에서 세상은 우리에게 기쁨과 고통을 주었고 많은 사랑을 주었다. 세상이여, 안녕~ - 헤르만 헤세 -

삶이 길게 느껴지는 것은, 아직 지나간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가끔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고통도 즐거움도 마치 꿈처럼, 남의 일처럼 아른거립니다. 그래도, 유럽에서 십 년을 살았던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한걸음 떨어져서 세상을 바라보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언제 어떻게 삶이 마감될지 모른다는 사실은 우리를 긴장하게 합니다. 바쁘게 살다 보면 잊게 되는 사실이지만, 사실 우리는 매일 별다른 이유 없이, 사고로 죽을 수 있습니다. 그 확률이 적어서 무시하게 되지만, 분명한 가능성을 지니고 살아가죠. 이런 죽음의 동행을 인지하고 살아가다 보면 삶은 긴장의 연속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죽음의 확률이 워낙 작게 느껴져서인지, 그저 열심히 살려고 노력합니다. 내일, 내년, 노년의 삶을 좀 더 안전하고 풍족하게, 건강하게,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노력하려고 하죠. 마음처럼 쉽지는 않지만, 꾸준히 운동하고 무언가 발전적인 것을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사고처럼 죽게 됩니다. 병을 앓던, 교통사고를 당하든, 죽음은 갑작스럽게 다가오게 마련이죠.

그래서, 집을 나설 때마다, 혹시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마음에, 거실이 너저분하다거나, 책상이 어지러우면 대략이라도 치워놓고 나가게 된 지가 꽤 되었습니다. 최소한 내 마지막 흔적이 지저분하게 남아있지는 않기를 바라는, 어찌 보면 어리석은 마음에서입니다. 누군가, 기억한다는 것이, 과연 백 년을 갈까요? 이 장대한 우주의 흐름 속에서 백 년은 너무도 미미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죠.

삶이 소중한 이유는, 지금 아내와 아들과 함께 웃을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식사하고 이야기 나누고, 가족과 가끔 만나서 수다를 떨며, 그렇게 내게 주어진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이 맞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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