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내려가는 부모와 작별하며
어딘가 조금은 낯설고 진지하며, 예전보다 늙어 보이는 부모님의 얼굴에는 사랑과 근심, 그리고 약간 서운한 감정이 배어난다. 손을 뻗어 마주 잡을 손을 찾아 헛된 몸짓을 하기도 한다. 곧 커다란 슬픔과 외로움이 몰려오고,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가슴 졸이고 답답한 기분으로 보내는 그런 시간들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는 한다.
- 헤르만 헤세 -
한때 내 삶의 중추이자 경제적, 사회적 바탕이고 대리인이었던 부모님과 멀어지고 결혼과 함께 떨어져 나와서 나 스스로 내 아이의 부모가 되고 나면, 가끔 만나는 부모의 모습 속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과거에는 공포의 대상이자 기대와 의지의 대상이기도 했던 절대권력자에게서 느껴지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죠. 그들의 선의와 친절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예의를 표하고 따듯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양육기간 그들의 행위들이 마냥 선하거나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나보다도 한참 어린 20대 중반에 결혼하여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남고자, 꿈을 펼치고자 노력했고, 그렇게 나와 내 동생은 조부모나 고용인의 손에 맡겨졌고, 내가 지금 나의 아들과 함께하는 그런 따듯한 순간들이, 다만 손에 꼽히는 몇 가지 장면 속에만 느껴지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이 나를 경제적으로 지지하고 보호해 준 것에 대한 감사와 함께, 정서적으로 버림받았던 것 같은 유년기에 대한 서운함도 진하게 있습니다.
그리고,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그들이 나를 떠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쉬움 역시 큽니다. 이제 막 시작한 것 같은 관계의 회복이 결실을 맺으려는 순간 그들은 너무도 노쇠하여서 점점 더 소통이 어려워지고, 결국 그렇게 우리의 관계는 미완의 상태로 마무리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과거와 미완의 작별을 하고, 미래를 향해 걸어가다가, 자신의 시간이 다 하게 되면 자신의 뒤에 나타난 미래와도 화해 없이 작별하고 흙 속으로 돌아가는 불만족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