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내린 눈으로 숲은 온통 새하얗게 변해있었습니다. 지난 며칠간 밤마다 영하 12도를 넘나드는 날씨였어서, 눈은 바싹 말라있었고, 숲길을 걸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기분 좋은 눈소리를 들을 수 있었죠.
오늘 기온은 영하 2도, 하지만 햇살이 따듯해서, 양지에 있으면 얇은 잠바 하나만 입어도 땀이 나는 날이었습니다. 그래도 숲의 그늘 속은 또 싸늘한 기운이 들었죠.
아이들이 원해서, 오늘의 준비운동은 숲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 사방에 눈이 가득한 숲 속 언덕 위에서, 시원하게 얼어붙은 계곡물을 내려다보며 했습니다. 그리곤, 바로 아래쪽 계곡으로 내려갔죠.
오늘 갔던 계곡은, 숲길 아래에 숨어있는 곳으로, 30~45도 정도 경사의 바위들 사이로 물이 흐르는 곳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물이 졸졸졸 흐르는 정도이지만, 한겨울이 되면 얼음이 불어서 꽤 두꺼운 얼음덩어리가 만들어지는 곳이죠.
가져간 망치와 삽을 각각 하나씩 들고 계곡의 가파른 바위를 타며 바위 옆에 맺혀있는 고드름을 따먹는 것으로 놀이를 시작했는데, 두꺼운 얼음판 가장자리에 조금씩 붙어있던 고드름은, 고드름이라기보다는 얼음기둥들에 가까웠습니다. 망치와 삽으로 위아래를 따서 하나씩 입에 넣고 얼어붙은 계곡물의 맛을 느끼며 “맛있다”를 연발하더군요.
그리곤, 더 위쪽 50센티 정도 폭의 얼음판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서 단단한 얼음판을 부수며 물길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건승이, 준하, 선우가 삼십 분가량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판을 깨부수며 폭 10센티미터 길이 2미터 정도의 긴 물길을 내었죠. 그 안에서 옆새우까지 두 마리나 잡고 나서, 아래쪽으로 내려갔는데, 아래쪽에선 한참 전부터 채연이가 두꺼운 얼음판에 구멍을 뚫고 있었답니다.
채연이 혼자서는 역부족인 것 같다며, 다 함께 구멍을 뚫어보자고 망치와 돌멩이, 모종삽으로 한참을 뚫어보았지만, 아래쪽 얼음의 두께는 최소 15센티는 되어 보였습니다. 겹겹이 단단하게 얼어붙어있어, 무쇠정이라도 쓰기 전에는 구멍을 뚫기가 어려워 보였죠. 한참을 두들겨보다가, 포기하고 간식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친구들 준다고 준하와 선우가 과자를 꽤 많이 가져왔더군요. 다들 함께 나눠먹으며 십여 분 정도 얼음판 위에서 힘겨루기도 하고 노는데, 누군가 ”아래쪽으로 가보자 “는 말에 후다닥 아래쪽 배드민턴장까지 얼음과 눈이 가득한 계곡을 타고 뛰며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아래쪽은 양지라서 얼음이 거의 없더군요. 별달리 놀 거리도 없고 해서, 다시 짐을 놔둔 골짜기로 올라가 짐을 챙기고, 이번엔 도깨비숲 다리 밑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가는 길 중간에 데크길이 새로 나서, 빠르고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었답니다.
오분쯤 걸려서 도착한 다리 밑의 얼음은 정말 크고 넓었습니다. 얼음 표면이 적당히 녹아있어서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에도 딱이었죠.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보고 “와~ 장난 아닌데~” 하더니 짐을 풀지도 않고 고드름을 따다가 입에 넣어보더니, 아예 얼음판에 입을 대고 “후루룩 쭉쭉”소리를 내며 얼음물을 빨아먹더군요.
호암산 맑은 얼음은 냉장고에서 만들어지는 맹맹한 얼음과는 전혀 다른, 달콤한 맛이 나죠. 그래서, 겨울이면 깨끗하게 얼은 곳을 골라 얼음 따먹는 것도 큰 즐거움 중 하나랍니다.
그렇게 남은 시간 동안 얼음맛을 보며 즐겁게 논 후에, 후다닥 뛰다시피 걸어서 엄마 아빠가 기다리시는 공원으로 돌아갔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