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국가를 대신한 손길: 비공식 돌봄노동

by 빡빈킹

사람을 살리는 노동이 있다.
하지만 그 노동은 종종 ‘직업’이 아니고,
‘소득’도 없으며,
국가는 그 손길을 보지 못한 채 지나간다.

이름 없는 돌봄.
비공식 돌봄노동자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그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을 지고 살아간다.

치매 어머니를 돌보는 아들,
중증 장애 형제를 돌보는 언니,
거동 불편한 부모를 돌보는 외동딸,
그리고 아픈 아이 곁에서
하루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보호자.

그들은 국가의 빈자리를 메운 사람들이다.
제도가 닿지 못한 곳에서,
복지가 놓친 부분을
삶으로, 몸으로, 감정으로 채워낸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삶은
돌봄의 무게로 점점 고립되고,
경제활동의 기회는 줄어들며,
자기 생애를 설계할 자유조차 사라진다.

어느 날 돌봄이 끝나도
국가는 그들의 빈 지갑을 보지 않는다.
그들은 자격 없는 사람으로 취급된다.
고용 이력도, 소득도, 학력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봄이 없었다면
국가의 복지 지출은 늘어났을 것이다.
병원, 시설, 장기요양, 보호 시스템까지
수십 배의 예산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즉, 그들은 국가의 복지를 대신 살아낸 존재다.
그리고 그 존재는 기억되어야 한다.

희망 순환 배당제는
이들을 위한 구조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그들이 무너졌을 때,
국가는 먼저 그 이름을 찾아야 한다.

가족 안에 묻힌 돌봄은
공식적으로는 ‘헌신’으로 미화되지만,
실제로는 ‘고립’이었고,
‘생존 투쟁’이었다.

그러므로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무너짐을 예외로 보지 않는 것이다.


[적용 방안 예시]

① 장기 돌봄 이력 기반 우선순위 설정

3년 이상 비공식 돌봄(간병·보호)을 수행했음을
지자체, 병원, 복지기관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경우,

희망 순환 배당제 선별 시 우선 가산점 부여


② 돌봄 종료 후 일정 기간 우선 지원

돌봄 대상자의 사망, 시설 입소 등으로
갑작스레 실직 상태가 된 경우,

종료일 기준 1년 이내인 경우 특별 대상군 편입


③ 비공식 돌봄노동자 등록 시스템 도입

스스로 돌봄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역센터나 주민센터에 신고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향후 희망 순환 배당제 및 별도 복지 정책과 연계


④ 돌봄 소진에 의한 무너짐 감지 시스템 연동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극단 선택 위험,
간병우울증 진단 등의 기록이 있는 경우,

고위험군으로 자동 포함하여 우선 감지 대상화

이 제도는 돌봄을 보상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무너짐을 예외로 두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사랑으로 돌보았던 그 시간이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했던 시간이 되어선 안 된다.

국가는 그 시간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늘 조용했다.
요구하지 않았고,
항의하지 않았고,
신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고요한 노동은
국가가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가치였다.

이제는 말해주어야 한다.
“당신이 돌보던 시간이, 국가를 대신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의 무너짐을 붙잡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신뢰다.

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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