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뮤지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사랑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포기하고
찢어질 것 같이 아파할 순 없어 난
-악동뮤지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중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찢어질 것 같이 아파할 순 없어, 난"이라는 대목에서 노래 부르는 이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 오는 것을 느꼈다. 침착하게, 차곡차곡 응축해온 감정의 에너지가 이 대목에 이르러 오래 참은 울음처럼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파-"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며 이렇게 소리를 내보자. 어딘가 막힌 가슴이 뚫리는 듯 시원한 기분이 들 수도 있고, 잊고 있던 상념을 문득 불러들이는 호출 신호가 될 수도 있다.
'ㅍ'은 두 입술 자리에서 발생하는 '파열음'으로, '막았다가 터뜨리는 소리'로 정의한다. 같은 위치의 '파열음' 계열에는 ㅂ도 ㅃ도 있지만 아픈 마음과 가장 잘 어울리는 소리라면 'ㅍ'이 제일인 것 같다. ㅍ은 공기를 사용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숨을 내쉬는 것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행해지는 생의 활동이다. '숨을 쉴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한 고통이며, 한숨을 쉬는 것은 가슴속에 억눌린 답답한 것을 배출해내려는 행동이다. 이 노래에서 정서를 집약한 자음 'ㅍ'에는 이별의 처지에 놓인 사람이 가까스로 성토해 본 한모금 숨이 들어있다.
앞서 말한 대목에서, 가수는 노래를 부를 때 의도적으로 '아'라는 음을 거의 생략하고 "(아)팧ㅏㄹ수 없어 난"과 같은 방식으로 '파'와 뒤의 '할'을 겹쳐 발음하며 'ㅍ'발음이 실현되는 부분에 공기의 밀도를 집중시키고 있다.
바로 앞의 가사인 "찢어질 것 같이"라는 말이 이 '파'에 와서 고스란히 얹히며,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숨이 터져 나오는 느낌과 함께 가슴 깊은 어딘가가 찢긴 느낌, 커다란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한바탕 감정의 높은 파도가 덮쳤다가 빠져나간 자리로 조용한 여운이 남는다.
이별의 정서는 종종 '물'의 정서와 연관된다.
이 노래는 듣는 동안에도 끝없이 파도가 밀려오고 다시 밀려나가는 장면이 떠오른다.
다음과 같은 부분이 가사에 직접 드러났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