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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노신 Mar 26. 2022

자연스러운 이야기 흐름을 만드는 '처음-중간-끝'작성법

누구나 쉽게 따라 하는 편지 쓰기 노하우

어렵사리 편지를 시작했음에도 그다음엔 어떤 문장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날씨 얘기를 하자니 어색한 것 같고, 안부를 물으려니 식상한 것 같고, 평소에는 잘 떠오르던 사소한 농담조차 한 마디가 생각나지 않는다.


편지는 한 편의 완결된 글이다. 그런 만큼 도입과 전개, 마무리가 존재한다. 서로 가깝고 친한 사이건, 아직 낯설고 조심스러운 사이이건 편지라는 사적인 글을 공유하게 되는 것은 똑같이 괜스레 진지하여 쑥스러운 기분이 들게 한다.


이럴 때 내가 제안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손쉽게 편지를 완성하는 세 단계 구조 작성법이다.

다수의 편지를 대필하면서 축적된 경험을 통해 터득한 100% 주관적인 노하우이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본문 내용을 전개하면서 한 편의 고백편지를 완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려 한다. 아래는 특정인의 사연을 다룬 것이 아닌 필자가 가공한 픽션이다.


<예시 편지 상황 설정>

목적 : 1년간 짝사랑한 같은 동아리 친구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편지
보내는 사람 : 20대 중반 남자 대학생 A 
받는 사람 : 20대 중반 여자 대학생 B 
관계성 : 동아리 같은 기수 동기로서 1년간 친하게 지냈으며 함께 공유하는 친구가 다수 있음


1. 편지의 서론은 우선 '현재'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라.


먼저 '현재'에 초점을 맞추어 첫 문장을 한번 떠올려 본다. 요즘 그 사람의 상황이 어땠는지, 나의 생활은 어떠한지, 하다못해 요즘 그와 내가 같이 살아가고 있는 계절이 어떤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본다.


<서론 예시>
B야, 안녕. 나 A야. 개강 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중간고사가 다가오는 시즌이라 요즘 많이 바쁘지? 나도 요즘 꽃샘추위에 얻은 감기로 아침저녁 조금 고생하고 있어. 그렇지만 길거리에 나가면 조금씩 피어있는 꽃들 때문에 기분이 괜히 들뜨기도 하네.


2. 편지의 본론으로 진입할 때는 '과거'의 이야기를 활용하라


서론을 완성했다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 차례.

자칫 어색할 수도 있는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의 마음에 친근감을 불러일으키고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려면, 함께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는 기억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 사람과 내가 공유한 과거의 추억을 한 페이지 꺼내며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자.


<본론 예시>
혹시 작년 이맘때 기억 나? 동아리 모임에서 처음 만났을 때, 동갑인 친구가 있어서 우리 둘 다 굉장히 반가웠었잖아. 사실은 내가 보기보다 소심한 성격이라 사람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를 어려워하는데, 너를 함께여서 그랬는지 정말 마음이 편했어. 그리고 너와 함께 보내온 지난 1년간 늘 네가 있어서 힘이 되고 정말 든든했던 것 같아. 고마워.


이렇게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의 일화를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고, 덤으로 상대에게 내가 당신을 그동안 얼마나 세심하게 바라보며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표현할 수 있다.


이어서 가장 중요한 편지의 핵심 내용인, '좋아한다'는 마음을 고백할 차례이다.

이 때는 상대방이 가질 수 있는 상황적인 부담이나 난처함을 충분히 헤아리고 있음을 언급해주는 것이 좋다. 두 사람이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데다, 함께 공유하는 친구가 여럿 있다면 고백이라는 사건이 수신자에게 상당히 난처한 일일 수도 있다. 이런 부분들을 발신자도 인지하고 있음을 말해주자. 고백을 받은 사람 입장에서 '배려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본론 예시2>
사실은 너한테 이렇게 얘기를 꺼내기까지 많이 고민했었어. 내 곁에서 좋은 친구가 되어 준 너에게 일방적인 감정으로 부담을 주는 건 아닐지, 지금보다 가까워지고 싶은 것이 나만의 욕심은 아닐지 깊이, 오랫동안 생각해 봤어. 혹시 예기지 못한 감정을 전달받은 거라면, 그래서 놀라게 했다면 미안해. 하지만 더 이상은 내 마음을 숨기기가 어려워. 진심으로 너를 좋아하고, 앞으로 더 많이 알아가고 싶어.

위의 예시에서 핵심적인 문장은 결국 마지막의 한 문장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문장 앞에 충분한 설명을 부연함으로써 감정적인 완충 장치를 마련하고, 혹시나 당황스러웠을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주었다. 이처럼 상대가 편안한 심리적 상황 속에 외부의 부담이나 불편함 없이 주도적으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면, 평소에는 그저 A를 친구로만 느끼던 B일지라도 '몰랐는데 A가 참 배려심 있고 센스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3. 편지를 마무리할 때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라


이제 슬슬 편지를 마무리할 차례이다.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거쳐 가장 하고 싶었던 말까지 모두 끝났다면 이제는 시선을 미래로 돌려 잠시 감정을 환기해보자.

앞으로 다가올 가벼운 약속, 계획, 혹은 기대나 기다림에 대한 언급.. 무엇이든 좋다.


<결론 예시>
편지 읽어줘서 고마워. 편하게 충분히 고민해 본 후에 네 생각은 어떤지 들려줄래? 괜찮다면 우리 시험 끝난 후에 밥이나 한 끼 하며 이야기 나누자.

위의 예시에서와 같이 가까운 미래를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마무리지을 수 있다.



이상의 편지 노하우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편지를 시작할 때는 '현재'에 대한 화제로 자연스럽게 시작하자
2. 본론으로 진입할 때 '과거'에 대한 일화를 언급하며 친밀감을 강조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자
3. 마무리를 할 때에는 '미래'에 대해 언급하며 정서적인 환기를 이룸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끝을 맺자


편지의 '처음-중간-끝'을 각각 '현재-과거-미래'와 대응하여 이야기를 풀어가는 동안, 당신의 마음속에 쌓여있던 이야기들도 자연스럽게 실타래가 풀리듯 풀려나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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