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모든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틈을 열었을 뿐이다.”
이 사진을 오래 바라본다.
완전히 열린 창도 아니고, 완전히 닫힌 공간도 아니다.
얇은 커튼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있다.
나는 이 장면이 이번 사진 에세이의 마지막과 닮았다고 느꼈다.
연재를 시작하던 날,
앞이 또렷하게 보였던 것은 아니다.
기획도 완벽하지 않았고, 확신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저 한 줄을 쓰고, 한 장을 고르고, 한 번 올려보았을 뿐이다.
돌아보니 그 작은 선택들이
시간을 만들었고, 흐름을 만들었고,
결국 여기까지 나를 데려왔다.
우리는 종종 모든 것이 준비된 뒤에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빛이 충분해지고, 마음이 단단해지고,
결과가 예측 가능해진 다음에야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이 커튼은 말없이 보여준다.
빛은 문을 활짝 열어야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작은 틈만 있어도
충분히 스며든다는 것을.
이번 작업을 통해 나는
두려움이 사라져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함께 움직이며 조금씩 옅어지는 감정임을 알게 되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고,
때로는 흔들려도 괜찮았다.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
결과보다 더 큰 의미로 남았다.
이제 사진 에세이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하지만 커튼은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
바깥의 빛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나는 그 빛을 한 번 경험했다.
혹시 지금 망설이고 있다면
거창한 결심이 아니어도 좋겠다.
아주 작은 틈을 내는 일,
그 정도면 충분하다.
머무른 순간들은 지나갔지만
그 시간은 분명 나를 성장시켰다.
그리고 빛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