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꿈틀 마음여행 서평
고치지 않아도, 서두르지 않아도 마음은 우럭우럭 자라고 있었다.
마음에도 사계절이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우는 책.
『꿈틀꿈틀 마음여행』은
우리말로 쓰인
가장 다정한 마음 기록이다.
이 책을 처음 펼치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문장이 아니라 목차다.
‘춥고 긴 겨울에 나를 만났습니다’,
‘봄과 함께 설렙니다’,
‘폭염과 장마에도 쑥쑥 커갑니다’,
‘가을 햇살과 함께 익어갑니다’,
그리고 ‘환절기’.
『꿈틀꿈틀 마음여행』은 마음의 시간을 사계절의 흐름으로 풀어낸다.
삶이 늘 같은 속도로 흘러가지 않듯, 마음 또한 겨울과 봄, 여름과 가을을 반복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보여준다.
1장은 춥고 긴 겨울에서 시작된다.
‘쉬엄쉬엄’, ‘무럭무럭’이 아니라
‘아장아장’, ‘무럭무럭도 아닌’, ‘가만가만’, ‘사부작사부작’ 같은 단어들이 먼저 등장한다. 이 장의 우리말들은 모두 아직 힘이 덜 들어간 상태를 닮아 있다. 완전히 무너진 것도, 그렇다고 회복된 것도 아닌 시기. 많은 독자들이 이 장에서 “지금의 내 상태를 들킨 기분이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2장, 봄과 함께 설렙니다에 들어서면 단어들의 결이 바뀐다.
‘두런두런’, ‘보슬보슬’, ‘사르르’, ‘나풀나풀’, ‘꿈틀꿈틀’.
여기서 마음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만 저자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확 달라진다’거나 ‘이제 괜찮아진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미세한 움직임, 꿈틀거림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이 책의 위로가 가볍지 않은 이유다.
3장 폭염과 장마에도 쑥쑥 커갑니다는 인상적이다.
회복 이후에도 삶은 여전히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우렁우렁’, ‘비틀비틀’, ‘아득바득’, ‘사뿐사뿐’ 같은 단어들이 공존한다. 성장의 과정이 늘 단단하고 안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 흔들리면서도 자라고 있다는 점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4장 가을 햇살과 함께 익어갑니다에서는 마음이 한층 부드러워진다.
‘말랑말랑’, ‘으슥으슥’, ‘몽글몽글’, ‘나긋나긋’.
이 장의 우리말들은 모두 익음의 감각을 품고 있다. 서두르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까지 잘 와왔다는 인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마지막 5장 환절기.
이 책이 가장 솔직해지는 지점이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처럼, 마음도 늘 애매한 경계에 서 있다.
‘어수선한’, ‘지긋지긋한’, ‘우락부락한’ 감정과
‘따끈따끈’, ‘몽글몽글’, ‘아슴아슴’한 감정이 동시에 존재한다.
저자는 이 모순을 정리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대로 살아도 된다고 말해준다.
『꿈틀꿈틀 마음여행』의 가장 큰 미덕은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우리말의 촉감으로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독자는 단어를 읽으며 뜻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감각으로 반응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책이라기보다, 느끼는 책에 가깝다.
이 책을 덮으며 깨닫게 된다.
마음은 늘 이렇게 자라고 있었음을.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하지만 분명히 ― 우럭우럭.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내 마음도 계절을 지나고 있었다는 걸.
아직 겨울이라면 괜찮다.
봄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준비되고 있으니까.
『꿈틀꿈틀 마음여행』은 마음의 회복을 서두르지 않는다. 우리말의 촉감으로 겨울을 견디고, 봄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읽고 나면 괜찮아졌다는 말보다, 이미 충분히 자라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