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라보는 태도
행복은 삶의 조건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주어진 삶에 참여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헬렌 켈러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우리는 흔히 ‘극복’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보지 못했고, 듣지 못했고, 말하지 못했지만 끝내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는 이야기.
그러나 《행복해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을 읽으며 깨닫게 된다.그녀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장애를 이겨낸 서사가 아니라,삶을 바라보는 하나의 분명한 태도라는 사실을.
이 책은 헬렌 켈러가 생애에 걸쳐 발표한 글 가운데 삶과 행복, 인간의 태도에 대해 말하는 다섯 편을 엄선해 엮은 책이다.
열두 살에 쓴 글에서 시작해, 스물과 마흔을 지나
인생의 원숙기에 이르기까지의 사유가 한 권에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한 사람의 전기가 아니라 한 인간의 생각이 자라나는 과정을 따라 읽게 만든다.
「낙관주의」에서 헬렌 켈러는 낙관을 단순한 긍정이나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에게 낙관이란 비극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가능성을 끝까지 신뢰하는 태도다.
셰익스피어를 ‘낙관주의의 대가’라 부르며 비극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이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헬렌 켈러가 얼마나 치열하게 세상을 사유했는지가 드러난다. 밝아서 낙관적인 것이 아니라,깊이 보았기 때문에 낙관을 선택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남는다.
「내가 사는 세상」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글 중 하나다. 헬렌 켈러는 자신이 감각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세상을 더 풍부하게 경험한다고 말한다.
그녀가 말하는 세상은 빛과 소리로 이루어진 세계가 아니라 의미와 관계, 사유로 이루어진 세계다. 이 대목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과연 우리는 정상적인 감각을 가지고서도 세상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헬렌 켈러는 오랜 시간의 사유 끝에 도달한 결론을 조용히 내놓는다.
행복해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삶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데 있지 않다. 대신 지금의 삶에 성실하게 참여하는 데 있다.
작은 일에도 마음을 닫지 않는 것, 타인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는 것,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미루지 않는 것. 그녀에게 행복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매일의 태도에 가까운 것이었다.
짧고 단정한 문장들 속에는 수많은 좌절과 사유를 통과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함이 배어 있다.
이 책은 위로를 강요하지 않는다. 괜찮다고 말하지도, 잘될 거라고 쉽게 약속하지도 않는다. 대신 독자에게 조용히 질문을 건넨다. 당신은 지금 주어진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가. 헬렌 켈러는 불행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행이 삶의 중심이 되도록 허락하지도 않았다. 그 분명한 경계가 이 책을 단순한 명언집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점검하게 만드는 책으로 만든다.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는 종종 너무 많은 조건을 달아 왔다. 조금 더 나아지면, 조금 더 갖게 되면, 그때 가서 행복해지겠다고. 헬렌 켈러는 말한다. 행복은 미뤄둘 수 있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시작할 수 있는 현재의 태도라고. 이 책은 지쳐 있을 때도, 잘 살고 있다고 착각할 때도 조용히 삶의 방향을 다시 묻게 만든다. 그래서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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