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과 다시 걷기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나를 다시 만나는 일이다.
한 줄의 기록이 단순히 종이에 남겨진 흔적이 아니라, 마음의 결을 드러내는 작은 빛이 되어 돌아온다. 오래전 내가 남겨둔 문장이 오늘의 나를 위로하고, 다시 걸어갈 힘을 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앉아, 내 안의 목소리를 꺼내어 적는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남긴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때는 단순히 하루의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쓴 문장이었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마주하니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마치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건네는 편지 같았다.
“괜찮아, 다시 걸어가자.”
그 문장은 오래된 친구의 목소리처럼 다정하게 들려왔다.
나는 글을 쓰며 마음을 정리한다. 문장 속에 숨어 있던 두려움과 희망, 작은 확신들이 글자를 타고 바닥으로 흘러나올 때, 비로소 내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게 된다.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를 붙잡아주는 손길이다.
걷는다는 것도 글을 쓰는 것과 닮아 있다.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나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멈추며, 그러나 결국 방향을 잃지 않고 다시 길 위에 선다. 글 역시 그렇다. 쓰다 멈추고, 다시 이어가며, 결국은 마음의 길을 따라 나아간다.
나는 종종 내 글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그때도 잘 버텼잖아. 지금도 괜찮아.”
이 작은 속삭임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글은 결국 마음의 흔적이고, 그 흔적은 다시 나를 걷게 만든다.
글을 쓰는 일은 결국 나를 다시 바라보는 일이다. 하루의 끝에서 펜을 들고 마음을 적다 보면, 그날의 작은 기쁨과 불안,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과거의 내가 남긴 문장은 현재의 나를 위로하고, 미래의 나에게 길을 열어준다.
희망은 거창한 선언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작은 속삭임에서 시작된다. “오늘도 괜찮아.”라는 말,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질 거야.”라는 다짐. 그 작은 문장이 마음속에 심어지면, 삶은 다시 움직인다. 희망은 눈부신 빛처럼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작은 불씨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불씨는 결국 우리를 다시 길 위에 세운다.
삶은 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글은 그 흐름을 담담히 받아 적는다. 화려한 수식이나 과장된 표현 없이도, 진솔한 기록은 충분히 빛을 낸다. 나는 그 단순함 속에서 오히려 깊은 울림을 느낀다. 글은 나를 치유하고, 동시에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희망을 붙잡는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붙잡는 일이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무너질 것 같은 날에도, 글 속에 남겨둔 나의 목소리가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때도 잘 버텼잖아. 지금도 괜찮아.” 이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앞으로도 나는 글을 쓸 것이다.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서도, 나 자신을 단단히 붙들기 위해서도. 삶은 때때로 흔들리지만, 글은 그 흔들림을 아름답게 정리해주는 현실적인 도구다. 언젠가 다시 이 글을 읽을 때,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 그때도 참 잘 버티고 있었구나.”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을 수는 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마지막 자유만은 빼앗을 수 없다. 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자신의 길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이다.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는 존재이며, 그 의미는 고통 속에서도, 절망 속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 인간은 결국 자신이 걸어가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존재를 증명한다.” (빅토르 프랑클 - 죽음의 수용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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