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드라마 <유리심장>이 쌓아준 용기
최근 새로운 밴드에서 다시 보컬을 맡게 됐다. 밴드 음악도 다시 많이 듣고 있는 차에, 넷플릭스에 밴드 이야기를 다룬 일본 드라마 〈유리 심장〉을 발견했다. 일본 드라마는 오랜만이라 잠깐 고민하다 평이 좋아서 시작했고, 결국 하루 만에 전편을 다 봤다.
이 드라마는 천재 뮤지션이 밴드를 결성해 멤버들과 화합해 나가며 엄청난 무대를 보여주는 과정을 다룬다. 중반까지는 좋은 노래들과 배우들의 연기, 탄탄한 스토리에 빠져들며 그저 즐겁게 봤다. 그런데 후반부부터 주인공의 병이 밝혀지며 주변의 만류에도 음악을 하겠다고 고집하는 순간부터 감정이 요동쳤다.
나는 3년 전, 직장을 바꾼 지 얼마 안돼서 이유도 모른 채 갑자기 발작으로 쓰러졌다. 정밀검사로도 원인을 찾지 못했고 다시 또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왔다. 당시에 전 직장에서, 개인적으로도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상담과 약물 치료도 꾸준히 받고 있었는데 거기에 다른 건강 문제가 겹치니 모든 생활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이었다.
쓰러지기 전에 하던 밴드를 다시 할 생각도 하지 않았고 사람들을 만나려는 마음도 줄었다. 신경과 약을 계속해서 먹으며 출근과 퇴근만 반복하는 조심스러운 삶이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번에 몇 년 만에 새로운 밴드를 시작하면서 곡 하나를 두고 사람들이 함께 연주하고 그 위에 목소리를 얹으며 하나의 목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다시 느꼈다.
〈유리 심장〉의 마지막 무대 장면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병을 안고도 눈부시게 노래하는 주인공과 미친 듯이 연주하는 멤버들을 보며 이상하리만치 계속 눈물이 났다.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빛나게 살아내는 사람들의 존재를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너무 겁을 내며 살아왔던 거다. 3년 동안 편한 것만 하자며 마음을 좁혀 살아온 것 같다. 몰라보게 살이 찌고 게을러졌으며 점점 더 단순하고 쉬운 것만 고집하게 되었다.
그러다 예전에 밴드를 하던 시절, 매주 사람들과 만나 합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다시 떠올렸다. 지금보다 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들을 시도했던 시간들이 머릿속에 스쳐갔다. 또 이번에 새로 만난 밴드 멤버들이 나를 다시 노래하게 해 준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 모든 시간들과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드라마의 마지막 부분에는 무대 밖에서 공연을 바라보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다. 무대 위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의 차이는 누군가는 자신의 재능을 두려워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기에 무대에 서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밖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그 말을 들으며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멋지게 해내는 사람이 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계획해 두고도 겁나서 미뤘던 일들, 단순히 지금이 편안하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일들에 한 걸음 더 다가가 보려고 한다. 잘 준비해서 게으르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겠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