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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원동 바히네 Nov 05. 2023

오쇼의 세계와 트라우마

발리 여행기 3. 우다라의 프로그램들

 발리의 짱구 지역에 있는 우다라(Udara Bali Yoga&mediatation)의 가장 큰 장점은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잘 짜여 있다는 것이다. 에어리얼 요가(플라잉 요가)는 TTC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쿤달리니 호흡 프로그램과 공 배스, 사운드 배스 같은 프로그램들이 꽤나 규모가 크고 잘 구성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싱잉볼 명상이나 공배스를 해 보긴 했지만, 한 번에 10개의 공과 50개의 싱잉볼을 동시에 같은 공간에서 연주되는 것을 경험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무튼 이곳의 프로그램은 뭐랄까, 건물주가 열정 하나로 식당을 개업해서 재료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레스토랑 같은 느낌이었다.


 이곳의 오너가 개인적으로 공(Gong)에 대한 애정이 지극해서 공을 이용한 공 배스 프로그램, 사운드 배스, 그리고 인요가와 공배스를 함께 진행하는 인요가&공 배스 프로그램이 따로 있다. 우리나라의 징처럼 생긴 공은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요가원에서도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우다라의 오너는 코로나 기간 동안 공을 만드는 장인 밑에서 인턴 생활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미 은퇴까지 한 전직 잘 나가던 파이낸스 가이에서 현직 발리 호텔 사장이 인턴이 되어, '보스'의 입맛에 맞는 점심을 제시간에 포장해 오는 생활을 하면서 공을 만들고 연주하는 것을 더 배웠다고. 사운드배스 세션에는 한 공간에 공이 10개가 들어온다. 여기에 각종 악기와 싱잉볼이 '도대체 이 많은 싱잉볼은 어디서 온 걸까'싶을 정도로 배치된다. 우주의 진동을 싱잉볼과 공을 통해 느끼며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명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니, 정말로 호사스러운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내 가슴이나 아랫베에 큰 싱잉볼을 올리고 여러 번 연주를 해주고 나면 그날 밤까지 내 아랫베에 손을 올리면 자잘한 진동이 느껴졌다. 도반 중 한 명은 '마침내 내 장기들이 다 같이 우주의 리듬에 맞게 움직이는 느낌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곳 프로그램 중 가장 새롭고 충격적이고, 무섭기까지 했던 것은 'Breath work' 시간이었다. 쿤달리니 호흡법을 한 시간 반동안 연습하는 시간이다. 호흡법과 빈야사 요가를 함께 진행하는 'Qauntum Breath & Vinyasa' 수업도 같은 강사가 진행한다. 현지인이라고 하기에 굉장히 큰 키와 체구를 가진 강사는 여느 강사와 달리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포스'가 느껴진다. 쿤달리니 요가도 호흡법도 처음 해보는 것이어서 모든 게 새롭기도 했지만, 같은 Breath work를 다른 강사에게 개인 세션으로도 들어봤지만, 역시나 뭔가 달랐다. 바텐더 생활을 하면서 술을 너무 마셔서 간이 완전히 망가져 죽을 고비를 넘긴 적도 있고, 어렸을 때도 절벽에서 떨어져 죽을 뻔했던 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다시 살아난 그 순간을 기억한다고. 다시 주워진 삶을 사랑하며 살기 위해 요가와 명상을 수련하고 있다고 했다. 한 시간 반동안 그의 구령에 따라 숨을 들이쉬고 내 쉴 뿐인데 정말 강력한 자극이 온몸에 느껴진다. 처음 이 세션을 들을 때는 내 몸이 어떻게 되는 줄 알고 너무 무서워서 중간에 의지를 가지고 눈을 뜨거나 자리를 잠깐 뜨기도 했었다. 강사에게 내가 경험한 바를 이야기하니 흔히 일어나는 반응이라고 안심시키며, 끝까지 멈추지 말고 연습하다 보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손끝과 발 끝, 가슴에서 엄청난 진동이 느껴지기도 하고 내 몸과 정신이 분리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더욱 신기한 것은 'Breath work'세션만 끝나고 나면 사람들이 '네 얼굴에서 광이나!'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쿤달리니 호흡법은 무엇인지. 차크라가 도대체 뭔지. 숨을 쉬면서 느껴지는 이 자극이 도대체 뭔지 정확히 알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다. 하지만 숨을 제대로 쉬는 것만으로 머리가 완전히 맑아지고 안색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도반 중에는 강사와 온라인 수업을 계약하고 계속해서 호흡 세션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 나는 서울에서 제대로 쿤달리니 호흡을 가르치는 곳을 찾아보려고 한다.

 우다라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은 일요일 축제 (Sunday Festival)이다. 매주 일요일 우다라에서는 축제가 열린다. 아침 9시부터 시작해 3시쯤 끝나는 이 축제는 명상으로 시작해 하타요가 또는 쿤달리니 호흡과 함께하는 빈야사 요가, 사운드 배스를 듣고 DJ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시간을 거쳐 함께 만트라를 부르고 'Closing cirle'이라고 하는  아주 인상 깊은 시간을 가진 뒤 끝난다. 마무리 시간에는 모두가 함께 모여 만트라를 부르고, 자기 확언을 아주 크게 외치고, 서로 20초 이상씩 꽉 끌어안는다. 모든 세션이 끝나면 뷔페식으로 차려진 음식을 먹고 끝난다. 평일 프로그램이 우다라 게스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 수업을 듣는 인원이 20명이 넘지 않는데 비해 일요일 축제는 짱구지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한다. 10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호흡하고 노래를 부르고, 확언을 하는 장면, 모두가 한 장소에 나란히 누워 사운드배스를 듣는 것, 그리고 함께해 준 사람들을 서로 꽉 안아주며 느끼는 엄청난 심장박동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중에서도 아침 10시 반부터 요가복을 입은채로 술 한 방울 먹지 않고 다 같이 DJ의 음악에 춤을 추는 시간은 아마도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경험할 일이 많지 않은 시간이 아니었을까 한다. 바다를 보면서 춤을 추는 사람들, 누군가와 눈을 맞추고 춤을 추는 사람들, 눈을 감은 채로 음악에 완전히 몸을 맡겨버린 사람들 틈에서 나는 어색한 듯 즐거운 듯 왔다 갔다 하는 감정으로 그 시간을 채워갔다. 일요일 축제에는 매주 참여하는 짱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에 그들이 무드를 잘 이끌어가 주는 듯도 했다. 맨발로, 아주 편한 요가복만 입고, 화장은커녕 머리도 감지 않은 채로 지금, 여기, 내가 느끼는 것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주는 것, 일요일 축제의 핵심이 아닐까.

 우다라에서 길리로 이동했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전 나는 우다라에서 1박을 더 머물렀다. 스미냑을 갈까, 울루와투를 갈까 했지만 다시 우다라로 가야 할 것 같았다. 처음 우다라에 갔을 때부터 프라이빗 세션을 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결국 안 하고 가려니 후회할 것 같았다. 프라이빗 세션은 생각보다 굉장히 비싸다. 우다라 프로그램에 비해 미국 가격인 프라이빗 세션을 등록하자니 끝까지 '이게 맞나' 싶었지만 그렇다고 안 하고 가기엔 뭔가 찝찝했다. 결국 '쿤달리니 호흡법을 통한 트라우마 릴리즈' 세션을 진행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상담과 호흡 수행, 그리고 싱잉볼을 통한 명상으로 이어지는 세션이었다. 내 안에 어떤 트라우마가 남아있는지, 얼마나 강하게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것 같은 아팠던 경험들이 내 안에 어떻게 자리 잡았다가 다시 나타나 나를 잠식시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조금 남아있었던 것 같다. 세션을 진행하고 나서 힐러는 나에게 '이미 많은 것들을 내 보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만 하면 좋겠다'는 마무리를 해줬다. 나는 이 말을 들으려고 그 큰돈을 썼나 보다. 조금 허무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나와 같이 우다라에서 머물던 도반들은 각자 프라이빗 세션을 진행했었는데, 어떤 프로그램은 만족스럽기도, 어떤 프로그램은 그냥 그렇기도 했다는 평이다. 워낙 기본 프로그램들이 잘 갖추어진 곳이니 큰 고민이 없다면 프라이빗 세션은 진행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진행한다면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좋은데, 트라우마 릴리즈 프로그램이나 사운드배스 프로그램이 평이 좋았다.


 전체적으로 요가 프로그램의 난이도는 입문자도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요가를 오래 수행해서 TTC급의 수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다라의 프로그램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요가를 수행하고 있긴 하지만 아주 잘하는 편이 아니라면, 요가 외에도 다양한 명상과 사운드 배스 프로그램 등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아주 만족스러운 공간이 될 것.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므로 요가와 영어가 어느 정도는 가능하면 수월하다. 발리 여행기 2편에서도 이야기했듯, 이곳의 매력은 이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수준이 있는 정도인가가 아니라 이곳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그 '분위기'와 특별한 매력에 있다. 내가 운이 좋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같은 후기를 남기는 것을 보면 모두가 느끼는 것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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