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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Aug 22. 2022

제주대학교로 도망쳤습니다

번아웃의 정점에서, 나 제주로 도망갈래

누구나  번쯤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짧다면 짧고 길다면   인생에서  번의 번아웃을 맞이했는데, 가장  놈은 작년 겨울에 찾아왔다. 2. 흔히 대학생의 관문이라고 하는  문턱에 나도 걸려버렸다. 대학교 2학년은 나에게 가장 많은 역할이 주어졌던 시기였다. 내가 해야  일과 나의 의무가 늘어날수록 나는 묵중한 책임감에 압도되었다. 역할이 많으니 하나에 몰두하기가 어려웠고 시간은  부족했다. 그러다  실수로 인해 기숙사에서 쫓겨나게 면서 번아웃 정점을 찍었다. 매일같이 나에게 실망하고 나를 질책하길 반복했던 날들이었다.


그러던 ,  동기들이 제주대학교에서 학점교류로 수업을 듣고  달간 제주도에서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동기가 제안했던 방식은 계절학기를 제주대학교에서 들으면서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고 수업이 끝난 후나 주말에 제주를 여행하는 것이었다. 그야 말로 많은 이들의 로망  하나인, 제주  달살이!  당시에 나는 학기에  들었던 수업을 계절학기로 들을 계획이었고 이미 수강신청도  후였다.  가지를   수는 없었기 때문에  가지 선택해야 했었다. 고민 끝에 계절학기 수강을 포기하고 제주도에 가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졸업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팔자 좋은 마인드로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려 했다. 사실은 도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를 미워하게  모든 것들로부터.


살면서 처음으로 혼자 비행기를 탔다. 길도   찾고 덤벙대기 선수인 내가 폭설이 내리는 제주로 혼자 떠나야 한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은 상태로  달이라는  시간을 노는 데만 쓰는  같아 불안하기도 했다. 번아웃이 왔던데에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가장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전공에 대한 확신이 사라진 상태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답은 여전히 물음표였다. 혼자 생각하고 스스로를 독려하고 응원하길 좋아하던 나는 예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것처럼 나를 외면했다. 그것쌓이고 쌓여  마음에 무거운 돌덩이처럼 내려앉았다.    내가 내쉬는 한숨에는 불안이  무더기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이유들로, 잔뜩 들떠있어야 할 공항에서 나는 그리 즐겁지 않았다. 데려다 주신 부모님께 나는 당장 여행 가는 사람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나..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오면 어떡하지?”


진심이었다. 그냥 시간을 허비하고만 올 것 같아서, 나는 그 한 달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놀러 가는 와중에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하며 한껏 진지한 막내딸에게 엄마가 말씀하셨다.


“아무것도 얻지 않으면 뭐 어때. 네 긴 인생에서 1달,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뭘 얻으려고 하지말고 그냥 맘껏 놀다가만 와. 그래도 돼."


 말에 -눈물이 맺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순간  인생을  선으로  펼쳐두고 내가 그것을 위에서 조망하듯 보고 있는 장면이 상상됐다.  인생 전체로 보면 지금은 정말 작고 작은  같은 때이겠구나. 뭐가 그리 조급했는지 매일을 무언가에 쫓기듯 살았었다. 몸은 현재에 있지만 눈과 마음은 부단히도 미래를 걱정했고 불안해했다. 그러다보니 항상 현재가 아닌 과거와 미래에 살고있었다. 그때, 아주 오랜만에, 잔뜩 위축되었던 내가 가엽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말에 마음속 돌덩이가 살짝은 가벼워진  같았다.


그렇게 12월 26일. 나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붉게 물든 노을의 배웅을 뒤로하며 제주로 향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나에게 어떤 기억을 남겨줄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로. 엄마가 해줬던 말을 주문처럼 외우며, 약간의 기대를 곱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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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을 꼽으라면 나와의 시간이다. 나에 대해 많이 알게됐다. 그보다 정확하게는 나를 들여다보는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들이 깨어났다. 나의 찰나의 감정을 포착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유사함을 발견하며, 나만의 여행의 가치를 만들어가며 나는 그 감각들을 되찾았다.


과거의 나와 같이 2병을 겪고 있다면, 자신에 대한 확신이 바닥을 쳤다면, 계속되는 방황에 지쳐있다면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여행의 테마 '나로의 여행: Trip To Me'라는 것이다. 단순히 관광지를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사진을 찍는 것보다  '' 중심에  여행을 나는 이렇게 부른다. 스스로에 대해 사색하고 나를 들여다보는 예민한 감각을 깨우며 나와 아주 긴밀해지는 시간을 보내는 . 단순히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을 넘어 신경의 초점을 나에게 맞출 , 온전히 그리고 충만하게 나를 찾는 여행을   있다.



나는 그렇게 한 달 간, 제주와 나를 여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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