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인격, 믿음 그리고 사랑
당신은 사람을 잃어버린 적이 있는가? 있다면 어떻게 잃어버렸는가?
저마다 잃어버린 사람들이 떠오를 것이다. 내가 말하는 잃어버렸다는 것은 단순한 연락이나 왕래가 끊겨 얼굴을 못보는 사이가 되버리는 것이 아니다. 단지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 아닌, 나의 일부분이며 내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러한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 사람을 다시는 예전의 나의 감각에 각인되어있던 사람으로 다시 느낄 수 없을 때가 바로 상실의 순간이다. 내 눈 앞에 같은 모습으로 존재해도, 똑같은 말을 하고 그리고 같은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더라도 매순간이 다른 기류처럼 느껴진다.
과거는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말에는 상실감이 내포되어 있다. 상실은 큰 사건이 있어야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정말 큰 상실은 본인 조차 모르게 점차 스며들어서,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감정을 잠식시켜 그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의 기류를 바꾸게한다. 더 나아가 과거에 그 사람과 느꼈던 감정마저 왜곡되어 하나의 인간상실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의 기억과 그 기억으로 구성된 나의 본질 자체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렇기에 사람의 상실에서 오는 무력감은 두 번 찾아온다. 두 번째 찾아오는 상실감은 변해버린 나를 자각할 때이다. 그 변화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가에 상관 없이 변화는 달갑지 않다. 나의 의지가 아닌 것에도 기인하지만, 변화에 있어서 나를 구성하고 있던 무언가가 없어지고 그 빈자리에 허탈한 감정과 같이 무언가가 밀려들어오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상실은 그 직후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 각별함에 사무쳐 아픔을 너무 오래 간직하고 있어도 독이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미비한 마음의 대처가 아물지 않는 만성적인 경과로 남아 평생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은 상실의 고통으로 견고해진다. 그리고 감정을 잃어간다. 섬유화가 진행된 폐처럼 그리고 경화가 시작되어버린 간처럼 점점 굳어간다. 사람에 대한 기대가 적어지고 나의 영역에 들이지도 않으려 한다. 타인에게 소모할 수 있는 감정이 줄어들어간다. 결국 혼자가 되고 붕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