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살며 미래 대비하기
매출 3천억 미만 중견기업의 COO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세 개 팀과 인원 12명과 같이 일합니다.
인사 업무가 업무의 2/3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경기도에 위치한 공장에 외근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갑니다.
학창 시절부터 직장 생활 초년기, 중년기를 거치면서도 그 흔한 다이어리를 살뜰히 적어가면서 공부하고 업무에 임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25년 넘게 직장 생활하는 게 용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아무리 계획을 잘 수립하지 않는다 해도 회사 다니면서 업무 실적이 없을 순 없고 실적양이 부실한 계획보단 당연히 많았습니다. 적당히 야근하지 않을 정도로
그런데 최근 임원이 되고 나서 언제부턴가 주초에 일주일 계획으로 일주일을 그려보면 그럭저럭 적정한 계획이 있는 것 같고, 가끔은 빈칸도 보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주일을 다 지내는 지금 같은 금요일 오후가 되면,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사의 책처럼 숨겨진 일정들이 실시간으로 살아 나온 것처럼 일주일의 실적이 꽉 채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노화로 인해 흐릿해져 가는 기억력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주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납니다. 마치 블랙박스 영상이 작은 용량의 메모리를 차고 넘쳐서 최근의 영상이 과거 영상에 덮어써지는 현상과 비슷합니다.
임원은 아무래도 커리어 후반기에 그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임원이라면 그래도 부장 이하 직원보단 높은 처우와 권한을 누리게 되니 가급적이면 임원 생활을 오래 하는 것도 좋습니다.
동시에 50대에 접어들면서도 퇴직 이후의 커리어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한주가 끝나가는 금요일 저녁이면 한주를 열심히 살았다는 포만감과 보람보다는 미래를 위해서 뭔가 하지 못한 아쉬움과 걱정이 동시에 더 크게 밀려옵니다.
20대와 50대의 차이라면, 20대는 현재가 미래를 보장하는 비율이 그나마 지금보다 높았는데, 50대는 현재가 미래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가 현저히 낮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