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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Jun 19. 2024

휴직자와 호두과자

보상에 대한 변화된 심리

부서에 여성 직원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들어갔습니다.

기간은 약 15개월 정도입니다.

출산휴가 전 마지막 출근일 퇴근 전에 제 자리로 오길래, 인사를 하려나 보다 했습니다.


인사를 하려고 제자리에 온 건 맞았는데, 그 손엔 결혼 답례품 같은 작은 박스의 호두과자가 들어있었습니다.

앙버터 스타일의 맛있는 호두과자였습니다.

무심결에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호두과자를 받았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저녁에 퇴근하고 나서 휴직하면서 이런 선물을 왜 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선 처음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최근에 상사의 딸이 결혼을 하는데 신부의 지인에게 청첩장을 주면서 밥을 샀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주변 말을 들어보니 그렇게 널리 퍼진 관행은 아닌 것 같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호두과자와 청첩장을 위한 밥사기 간에 공통점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기브 앤 테이크의 명확화' 정도로 표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휴직자의 선물의 의미는,

휴직기간 동안 본인의 업무를 나눠지게 될 남은 부서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더불어 15개월 후의 자신이 돌아올 자리에 대한 가벼운 알박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청첩장을 위한 밥사기는 청첩장을 받은 사람은 예식을 참석하고 축의금을 내거나 불참하더라도 축의금이라도 낼 확률이 높은 사람들일테고요. 밥을 얻어 먹었으니 참석율도 더 올라갈 것 같습니다.


여기서 요즘의 보상에 대한 변화된 의식이 엿보입니다.

(굳이 MZ세대라고는 국한하고 싶지 않습니다. 세대의 심리와 문화는 결국 그 시대를 반영한 거울일 뿐이니까요.)


첫째는 나로 인한 타인의 수고와 배려에 대한 보상과 자기 권리화입니다.

등가(等價) 보상은 아니더라도 나로 인해 타인이 지게 될 부담에 대해서 모른 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과거엔 조직, 가족, 친구 등의 관계를 핑계로 '우리가 남이가'식의 의식이 강해서 그정도는 품앗이하는 마음으로 대신해 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 표현이 강해지는 시대에는 예전처럼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 정정당당히 보상하고 이를 자신의 권리로 인정받길 원하는 심리일 수도 있습니다.

이를 업무 현장에 적용해 보면, 정확한 업무 분장과 평가에 대한 욕구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Gray영역의 업무에 대해선 명확한 이유 설명과 적절한 분배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즉각적인 보상에 대한 선호 입니다.

과거에도 내 경조사에 축의(조의) 금을 낸 사람들은 기록 혹은 기억해두었다가 그 사람의 경조사에 나도 신경을 쓴다는 의식은 있었습니다만, 상대방의 경조사가 있기까지 시간이 흐르거나 그 사이 관계가 소원해지면 흐지부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청첩장을 주면서 밥을 사버리면 그 미래의 보상(?)이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것이니 보상에 대한 애매함과 기약없음이 완화됩니다.

한편으로는 요즘 관계의 특징인 가볍고 넓은 관계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명함도 가지고 있고 카톡 친구 리스트에도 있지만, 경조사까지 챙길 정도는 아닌 사람과의 구분이 필요하기도 하니까요.

모바일 게임의 보상처럼 작은 성취라도 실시간으로 인정해 주는 피드백이 중요합니다.

칭찬(인정)하는 사람 입장에서 '에이 이정도 가지고 뭘'이라고 느껴져도 칭찬(인정)은 받는 사람의 입장과 인식이 더욱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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