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잊는 일에도 의지가 필요하다
시간의 흐름에만 의존할 수는 없지
누군가를 잊는 일에도 의지가 필요하다는 정리는,
식은 치킨을 실컷 꾸역꾸역 먹고 소화를 기다리기 위해 의자에 앉자마자 떠올랐다.
"
더 이상 네 소식이 궁금하지 않을 때"라는 문장과 완벽히 일치하는 노래가사나 검색 결과가 보이지 않는 것을 다시 떠올리는 밤.
보일러를 틀어 오래된 아파트에 온수가 돌면서 나는 파이프 긁히는 소리처럼, 너는 그렇게 우리가 점유했던 시공간을 시끄럽게 긁으며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더 이상 네 소식이 궁금하지 않아
검색창에 네 계정을 넣지 않게 됐을 때,
이별했다 정리하련다.
아니, 어쩌면 그런 정리를 내리기 전에 나의 이별은 마무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의식적으로 나를 밀어내던 네가, 과거 어느 순간 우리 관계는 끝났다고 진작 정리하고 있던 것처럼.
물 도는 소리는
밤 새 꿈속에서도 내 머릿속을 헤집을 듯 하니,
방 데워지면 보일러는 끄고 누워야겠다.
이별 위상 지연 증후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