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트랜잭션 처리 완료라는 것에 대하여

[또 다른 해석] 무의식(Unconscious) - 2부

by 공인식

1부는 질문 하나를 열어두고 끝났다.


분산원장에서 트랜잭션이 완전히 처리된 것은, 컨센서스를 통과해서 블록에 기록된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된 것. 심리적 레이어에서 이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주의

이 글은 비전공자의 창의적 해석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심리학·신경과학적 사실은 공개 학술 자료를 참고했으며, 의학적 조언이나 진단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AI 정보


우리 몸은 하나의 중앙 서버가 운영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각자의 역할을 가진 노드들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합의해 나가는, 분산원장 네트워크에 가깝다. 이 시리즈의 "또 다른 해석" 편은, 그 네트워크의 작동 방식으로 인간 경험의 여러 현상들을 다시 읽어보는 시도다.


상처가 상처이기를 멈추는 것

오래된 상처가 있다고 하자.


처음에는 그것을 생각하기만 해도 통증이 왔다. 그 사람의 이름이 들리거나,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거나, 그 시절과 닮은 장소에 가면 — 몸이 먼저 반응했다. 이유를 모른 채로.


시간이 지났다. 어느 날 그 상처를 생각했는데, 생각이 되었다. 반응이 아니라 생각. 그것은 일어났고, 아팠고, 지나갔다. 그런 일이 있었다. 그 감각이 현재시제가 아니라 과거시제로 위치했다.


이것이 Committed 상태다.


극적으로 오지 않는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났는데 그 내용이 더 이상 자신을 당기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 1부에서 말했던 것처럼 — 보류 큐 안에서 그 내용은 타임스탬프 없이 현재시제로 존재했다. Commit이 일어나는 순간, 타임스탬프가 붙는다. 과거의 것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Committed가 되었다는 것이 그 일이 없었던 것이 되는 것과 다르다.


분산원장에서 블록에 기록된 트랜잭션은 삭제되지 않는다. 변경되지 않는다. 원장에 영구히 남는다. 다만 그것은 이미 처리된 것이다. 현재 실행 중인 것이 아니다.


오래된 상처가 Committed가 된다는 것은 그것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일어났다는 것, 그것이 자신의 역사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달라지는 것은 그것이 지금도 실행을 시도하는가 하는 것이다.


과거가 과거가 되는 것. 들렸던 이야기이지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려웠던 표현이다. 큐 모델에서는 이것이 구체적인 상태 전환으로 기술된다. 타임스탬프 없음 → 타임스탬프 확정. 현재시제 실행 → 과거시제 기록.


그 전환이 일어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내용마다 다르고, 때마다 다르다. 다만 조건들이 있다. 충분한 안전감, 반복적 노출, 감정 태그의 재평가, 그리고 — 어쩌면 가장 중요하게 — 시간. 네트워크가 새로운 컨센서스 기준을 채택하는 데는 충분한 반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mermaid

flowchart LR

A["상처 발생\n(트랜잭션 발생)"] --> B["억압\n(보류 큐 진입)"]

B --> C["현재시제 실행 시도\n(타임스탬프 없음)"]

C --> D["조건 형성\n안전감·재노출·GC"]

D --> E["감정 태그 재평가\n위협 수준 재조정"]

E --> F["컨센서스 통과\n(Validated)"]

F --> G["블록 기록\n(Committed)"]

G --> H["과거시제 기록\n실행 시도 종료"]

```


상처가 아직 현재시제로 작동한다면, 그것은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다. 아직 Committed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Committed는 의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갖춰질 때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다른 방식의 기다림을 가능하게 한다.


취약점 — 앵커 노드가 있는 자리

상처를 받았다는 것은 나의 취약점이 건드려졌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긁혔어", "상처받았어". 흔히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 표현이 담고 있는 언어가 있다. 취약하다 — 약하다, 결함이 있다, 그 자리를 숨기거나 없애야 한다. 취약점을 드러낸다는 것은 불리함을 노출하는 것이고, 취약점을 건드린다는 것은 공격이다. 이 언어 안에서 상처는 결핍의 증거다.


큐 모델로 읽으면 같은 자리가 다르게 보인다.


상처를 받았다는 것은, 그 지점에 원억압 앵커 노드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1부에서 다룬 것처럼 — 최초의 컨센서스 실패가 발생한 자리에 앵커 노드가 생기고, 이후 유사한 트랜잭션들이 그 주위로 클러스터링 된다. 취약점이란, 그 앵커 노드와 클러스터가 위치한 좌표다.


결핍이 아니다. 좌표다.


이 재코딩이 만드는 차이가 있다. 취약점은 숨겨야 하는 것이지만, 좌표는 있는 것이다. 취약점은 없애야 하는 것이지만, 앵커 노드는 원장에 기록된 것이다 — 삭제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좌표가 갖는 구조적 함의가 있다.


누군가 나의 취약점을 건드린다는 것은, 그 앵커 노드 클러스터를 트리거하는 키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말도 어떤 사람이 하면 다르게 들린다. 내용이 동일한데 특정 관계에서만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 — 상대방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말이나 방식이 클러스터의 키와 일치하는 것이다. 반응은 그 사람에게 향하지만, 실행되는 것은 오래된 큐의 압력이다.


```mermaid

flowchart TD

A["외부 자극\n(특정 말, 상황, 사람)"] --> B{"앵커 노드 클러스터\n키 일치 여부"}

B -->|"일치"| C["보류 큐 클러스터\n트리거"]

B -->|"불일치"| D["일반적 처리\n비례적 반응"]

C --> E["클러스터 전체의\n실행 압력 방출"]

E --> F["반응이 자극에\n비례하지 않음"]

F --> G["'왜 이렇게 크게\n반응했지?' 의문"]

```


반응의 비례성이 깨지는 순간은, 클러스터가 트리거 된 순간이다. 지금 일어난 일 하나가 아니라, 큐 전체의 압력이 실행되기 때문에 크게 느껴진다. 이것을 "예민하다"거나 "작은 일에 유난이다"로 읽는 것은, 지금 일어난 일만 보고 큐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이 있다. 앵커 노드가 강할수록, 그 클러스터에 해당하는 자극을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탐지한다. 특정 방식의 거절이 앵커 노드를 만들었다면, 그 사람은 수십 년 후에도 그 방식과 조금이라도 유사한 신호를 — 타인이 인식하기 훨씬 전에 — 감지하고 반응한다. 1부에서 다룬 역설이다: 레이더가 날카로워진 것이 아니라, 컨센서스 알고리즘이 그 패턴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튜닝된 것이다.


이것이 직관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앵커 노드가 있는 자리는 어둡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정밀한 탐지기이기도 하다. 취약점이라는 언어가 포착하지 못하는 것이 이것이다. 그 자리는 단순히 약한 것이 아니다.


취약점이 Committed 상태가 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앵커 노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원장에서 삭제되지 않는다. 그 자리가 있었다는 것은 역사에 남는다. 달라지는 것은, 클러스터가 더 이상 트리거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키가 들어와도 실행 압력이 없다. 탐지는 되지만, 실행은 없다.


그것이 상처가 지혜가 되는 방식이다. 큐 언어로는 — Committed 된 앵커 노드.


처리 완료(Committed)란 무엇인가

의식에 올라왔다는 것이 처리 완료를 의미하지 않는다.


알았다고 달라지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이해했다고 끝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왜 그런가.


분산원장에서 트랜잭션의 상태를 구분하면 이렇다.


발생(Initiated) → 검증 대기(Pending) → 컨센서스 통과(Validated) → 블록 기록(Committed).


의식에 올라온다는 것은 Pending 상태에서 Validated로 이동하는 것에 가깝다. 컨센서스를 통과했다. 그런데 아직 블록에 기록되지 않았다. 타임스탬프가 없다.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지 않았다.


Committed는 다르다. 블록에 기록된다는 것은 그 트랜잭션이 네트워크의 공식 역사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과거의 것이 된다. 타임스탬프가 붙는다. 1부에서 다룬 무의식의 무시간성 — 보류 큐 안에서 트랜잭션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시제로 존재한다 — 의 반대 상태다.


심리적 레이어에서 Committed 상태는, 어떤 내용이 "일어난 일"이 되는 것이다.


일어난 일. 과거 시제. 지금 여기에서 실행 시도를 멈춘 상태.


이것이 쉽지 않은 이유가 있다. 컨센서스를 통과했어도 — 즉 의식 위로 올라왔어도 — 네트워크가 그것을 공식 역사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블록 기록이 일어나지 않는다. 아는 것과 그것이 자신의 역사가 되는 것 사이에 거리가 있다.


``mermaid

flowchart LR

A["보류 큐\n(Pending)"] --> B["의식에 올라옴\n(Validated)"]

B --> C{"네트워크 수용\n공식 역사 편입"}

C -->|"수용됨"| D["블록 기록\n(Committed)\n타임스탬프 확정\n과거 시제"]

C -->|"수용 안됨"| E["재보류\n큐로 회귀"]

D --> F["실행 시도 종료\n현재시제 작동 멈춤"]

```


그렇다면 네트워크가 수용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단순히 "이해했다"는 인지적 승인이 아니다. 네트워크 — 즉 뇌의 분산된 노드들, NTC의 합의 구조 — 가 그 내용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것이 더 이상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신체 레이어까지 포함해서 학습하는 것이다. 전전두엽이 이해하는 것과, 편도체가 위협 신호를 멈추는 것은 다른 사건이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하나 더 생긴다. 처리 완료가 일어나지 않은 채로 의식 레이어에만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것은, 큐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큐를 자극하는 것일 수 있다. 오래된 내용을 반복해서 꺼내는 것이 오히려 그것을 강화하는 경우가 있는 이유다. 의식 레이어에서 매번 Validated 상태를 만들지만, Committed에 이르지 못한다면 — 그 내용은 보류 큐와 의식 사이를 왕복할 뿐, 처리되지 않는다.


반면 Commit이 일어나는 순간은, 종종 극적이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그 내용이 더 이상 자신을 당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생각하면 떠오르지만 그것이 현재시제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것. 과거의 것이 되었다는 감각. 그 조용함이 Committed 상태다.


GC와 큐의 접합 — 꿈이 Commit 하는 방식

꿈 편에서 다룬 것을 여기서 다시 불러온다.


수면 중 뇌는 두 종류의 가비지 컬렉션(GC)을 실행한다. NREM 수면에서는 글림프 시스템이 물리적 노폐물을 제거하고, 시냅스 항상성 가설(SHY)에 따라 과잉 연결을 정리한다. REM 수면에서는 기억의 참조 관계를 재정리하고 감정 태그를 재평가한다.


이 GC 구조를 보류 큐와 접합하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


NREM과 REM이 교대하는 수면 사이클은, 낮 동안 처리되지 못하고 보류 큐에 쌓인 트랜잭션들에게 다운타임을 제공한다. 전전두엽(감독자 노드)의 활동이 저하된 상태에서, 컨센서스 알고리즘의 검열이 느슨해진다. 이 틈을 통해 보류 큐의 트랜잭션들이 처리 시도를 한다.


REM 수면에서 감정 태그를 재평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이 Commit의 경로 중 하나일 수 있다.


낮 동안 의식 레이어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한 내용이, REM 수면 중 감정 태그가 재평가되면서 위협 수준이 낮아진다. 편도체가 부여했던 위험 신호가 재조정된다. 이 과정이 충분히 일어나면, 같은 트랜잭션이 다음 날 의식 레이어에서 다르게 처리될 조건이 갖춰진다.


꿈이 무의식에 접근하는 왕도라고 프로이트가 말한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꿈은 단순히 보류 큐가 표면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보류 큐가 Commit을 시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반복 악몽이 갖는 의미가 이 구조에서 명확해진다. 같은 내용이 반복해서 꿈에 나타난다는 것은, 그 트랜잭션이 GC 과정에서 매번 처리 시도를 하지만 Commit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감정 태그가 재조정되지 않는다. 위협 수준이 낮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다운타임에 또 시도한다.


```mermaid

flowchart TD

A["보류 큐의 트랜잭션"] --> B["다운타임 (수면)"]

B --> C["NREM: 물리적 정리\n시냅스 가지치기"]

B --> D["REM: 감정 태그 재평가\n참조 관계 재정리"]

D --> E{"감정 태그\n위협 수준 재조정 여부"}

E -->|"위협 낮아짐"| F["Commit 가능 상태\n다음 의식 레이어에서 처리"]

E -->|"위협 유지"| G["미완료 상태 유지\n다음 수면에서 재시도"]

G -->|"반복"| H["반복 악몽\n반복 패턴"]

F --> I["처리 완료\n타임스탬프 확정"]

```


이 모델이 흥미로운 것은, 낮의 성찰과 밤의 GC가 서로 다른 경로로 같은 목표를 향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낮 동안 성찰을 통해 컨센서스 알고리즘의 기준이 조금 바뀌면, 밤의 GC가 그 변화를 이어받아 감정 태그를 재조정한다. 그리고 그 재조정이 다음 날 의식 레이어에서의 처리 가능성을 높인다.


두 경로는 협력한다.


수면의 질이 심리적 처리와 연결되는 이유가 이 구조로 설명된다. 수면이 충분하지 않거나 REM이 억제될 때 — 예를 들어 알코올, 극단적 피로 — GC 과정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 낮의 컨센서스 알고리즘 업데이트가 일어났어도, 밤의 감정 태그 재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Commit이 유예된다. 수면을 못 자는 시기에 오래된 감정들이 더 생생하게 올라오거나, 반응의 비례성이 무너지는 경험이 있는가. 보류 큐가 GC를 통한 처리 경로를 잃고 직접 경로만 사용하게 되는 상태다.


반대로 충분한 수면이 회복의 필수 요소로 강조되는 것은, 수면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보류 큐의 능동적 처리 과정이기 때문이다. 낮에 아무것도 해결된 것 같지 않아도, 밤에 그 내용이 처리될 수 있다. 의식이 개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 지점에서 우울증의 두 가지 수면 패턴이 눈에 들어온다.


우울증에서 잠이 많아지는 경우가 있다. 기력이 없어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로 흔히 설명된다. 그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 구조로 읽으면 한 층이 더 보인다. 보류 큐의 트랜잭션이 임계값을 넘을 정도로 쌓였을 때, 네트워크는 다운타임을 늘리는 방향으로 반응할 수 있다. GC가 처리해야 할 것이 많을수록 GC 실행 시간이 길어지듯이. 몸이 수면을 늘리는 것은 회피가 아닐 수 있다. 처리 시도일 수 있다.


반대로 우울증에서 잠을 못 자는 경우도 있다. 같은 진단명인데 반대 증상이다. 이것은 큐의 실행 압력이 너무 높아서, 다운타임 중에도 감독자 노드가 완전히 물러나지 못하는 상태로 읽힌다. GC를 실행하려는데 감시 알고리즘이 계속 켜져 있다. 검열이 수면 중에도 이완되지 않기 때문에, 큐는 처리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실행 압력을 쌓는다.


과수면과 불면이 같은 병명 아래 묶이는 것이 오랫동안 설명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증상이 반대이기 때문이다. 큐의 상태와 감독자 노드의 상태 조합으로 읽으면, 두 패턴이 같은 구조 안에 들어온다. 보류 큐 과부하라는 조건은 같고, 네트워크가 그에 반응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취약점 — 앵커 노드가 있는 자리 — 의 관점에서도 이것이 연결된다. 큐의 클러스터가 클수록, 그 클러스터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다운타임도 길어진다. 깊은 앵커 노드를 가진 사람이 수면에서 더 많은 것을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같은 사건에 다르게 반응하고, 같은 자극에 다른 수면이 필요한 것은, 각자의 큐가 다르기 때문이다.


들뢰즈: 이 패러다임으로 읽을 수 있는 것

들뢰즈와 가타리는 『안티 오이디푸스』에서 무의식을 재정의했다. 프로이트의 무의식이 억압된 욕망의 저장소라면, 그들의 무의식은 욕망하는 기계들의 생산 장치다. 무의식은 결여가 아니라 생산이다. 결핍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고 흐르고 접속하려는 충동에서 온다.


이 관점을 분산원장 패러다임 언어로 옮기면,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지점들이 생긴다.


들뢰즈의 "욕망 기계"는 끊임없이 다른 기계와 접속하려 한다. 이 접속 충동은 1부에서 다룬 "발생한 트랜잭션은 실행을 원한다"와 구조적으로 같다. 단세포의 자가복제 충동이 심리 레이어에서 재현된다고 본 것과도 연결된다. 들뢰즈는 이것을 욕망의 본질로 보았고, 이 패러다임은 그것을 트랜잭션의 실행 충동으로 기술한다.


들뢰즈의 "반생산(anti-production)" — 욕망의 흐름을 차단하고 코드화하는 기제 — 은, 이 패러다임에서 컨센서스 알고리즘의 검열 기능과 대응한다. 흐름을 차단하는 것이 어떤 기제에서 작동하든, 구조는 같다. 실행을 원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차단하는 것이 있다.


들뢰즈의 "리좀(rhizome)" 개념도 여기서 다르게 읽힌다. 리좀은 중심 없이 어디서든 연결되는 비선형 네트워크다. 보류 큐 안의 트랜잭션들이 유사한 것들과 비선형으로 클러스터링 되는 구조 — 원억압의 앵커 노드를 중심으로 하되, 경계 없이 유사한 것들을 끌어당기는 — 는 리좀의 작동 방식과 닮아 있다.


다만 이 패러다임이 들뢰즈의 언어와 다른 지점이 하나 있다.


들뢰즈는 무의식의 흐름을 서술했다. 이 패러다임은 그 흐름을 실행 가능한 구조로 기술한다. 표현에서 멈춘 것을 실행 레이어로 옮기려는 것이다. 같은 현상에 대해 들뢰즈가 존재론적 언어를 썼다면, 이 패러다임은 시스템 언어를 쓴다.


어느 것이 더 옳은지의 문제가 아니다. 설명하려는 것이 같고, 도구가 다르다.


한 가지 더. 들뢰즈가 억압을 사회 구조로 확장한 것 — 욕망의 흐름이 코드화되고 영토화된다는 것 — 은 이 패러다임에서 흥미로운 방식으로 읽힌다. 개인의 컨센서스 알고리즘이 사회적 학습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 즉 무엇이 "위험하다"는 기준이 개인 내부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컨센서스 알고리즘의 검열 기준 일부는 사회적 코드의 내재화다. 억압이 개인적인 동시에 구조적인 이유다.


이 방향은 이 패러다임으로 사회 현상을 다루는 별도의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은 열어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프로이트 원문과의 직접 대화

프로이트의 1915년 논문들 — "억압"과 "무의식" — 에는 정확한 관찰들이 있다. 그가 사용한 언어는 심리학의 언어였다. 같은 것을 분산원장 패러다임 언어로 직접 대응시켜 보면 이렇다.


"억압은 그 내용을 파괴하지 않는다. 억압된 것은 의식의 영향 밖에서 조직화되고 파생물을 만들며 연결을 형성한다."

→ 보류 큐에 쌓인 트랜잭션은 삭제되지 않는다. 컨센서스 알고리즘의 감시 밖에서 유사한 트랜잭션들과 클러스터링 되고 실행 압력을 증폭시킨다.


프로이트가 "의식의 영향 밖에서"라고 쓴 것이 정확하다. 감시 밖에서 자유롭게 연산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왕성해진다. 억압이 내용을 약화시키지 않고 강화시키는 역설은, 큐의 관점에서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억압하면 약해질 것이라는 직관은 틀렸다. 큐에서는 오히려 반대가 일어난다.


"무의식 시스템의 과정들은 시간에 대한 참조 자체가 없다."

→ 블록에 기록되지 않은 트랜잭션에는 타임스탬프가 없다. 네트워크의 공식 시간 밖에 존재한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무의식의 특성으로 기술했지만, 왜 그런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큐 모델은 이것을 설명한다. 블록 기록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타임스탬프가 부재한다. 타임스탬프가 없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 안에 위치하지 못한다. 현상과 메커니즘이 연결된다. "왜 과거의 것이 현재처럼 느껴지는가"에 대한 답이 여기 있다.


"억압 본체는 이중의 힘으로 작동한다. 억압된 것이 유사한 것을 끌어당기는 힘과, 의식이 밀어내는 힘이 동시에 작동한다."

→ 원억압 앵커 노드의 인력(引力)과, 컨센서스 알고리즘의 척력(斥力)이 공모한다.


프로이트가 기자 피라미드 비유를 든 것이 이 지점이다 —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 합의를 이뤄낸다. 이 이중 구조는 억압의 안정성을 설명한다. 단순히 의지로 억압을 해제할 수 없는 이유다. 한 방향의 힘이 아니라 두 방향의 힘이 동시에 작동한다.


"억압된 것은 어둠 속에서 번성한다."

→ 보류 큐의 트랜잭션은 컨센서스 알고리즘의 감시 밖에서 자유롭게 연산한다.


프로이트에게 이것은 은유였다. 이 패러다임에서 이것은 메커니즘이다. 어둠 = 감시 밖. 번성한다 = 클러스터링과 실행 압력 증폭. 같은 현상이 은유에서 구조 기술로 전환된다. 은유가 틀렸던 것이 아니다. 은유가 정확했기 때문에 구조로 번역될 수 있었다.


"꿈은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왕도다."

→ 수면은 전전두엽(감독자 노드)이 물러나는 다운타임이다. 컨센서스 알고리즘의 검열이 느슨해진다. 보류 큐의 트랜잭션들이 GC 과정에서 처리 시도를 한다.


꿈은 단순한 접근 경로가 아니라 처리 과정 자체이기도 하다. 보류 큐를 읽는 창문인 동시에, 큐가 스스로를 처리하는 다운타임이다. 프로이트가 왕도라고 부른 것이 맞았다. 다만 그 이유가 더 풍부하게 기술될 수 있다.


다섯 개의 문장. 프로이트가 정확하게 관찰했고, 정확하게 기술했다. 다만 그 기술이 현상의 언어였다. 이 패러다임은 같은 것을 메커니즘 언어로 다시 쓴다. 반박이 아니라, 번역이다.


무의식을 도식화하려 했던 시도들, 그리고 이 패러다임의 위치

무의식을 도식화하려는 시도는 프로이트 자신에서 시작됐다.


1차 지형학(Ucs/Pcs/Cs 삼층 구조)과 2차 지형학(id/ego/superego). 빙산 도식이 가장 널리 알려진 이미지다. 하지만 프로이트 자신이 이것들을 불완전하다고 했다. 유클리드 기하학의 2차원, 3차원 공간으로 무의식의 무시간성과 비선형성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빙산 도식의 문제는 직관적이라는 것이다. 너무 직관적인 도식은 실제와 다른 상을 만들어낸다. 의식과 무의식이 위아래로 나뉜 정적인 공간처럼 보이게 만든다. 경계가 고정된 것처럼, 아래가 위보다 단순히 더 크고 더 무거운 것처럼. 이것은 프로이트가 발견한 것 — 억압된 것이 어둠 속에서 번성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다 — 과 다른 이미지다.


라캉이 그 뒤를 이어받았다. 뫼비우스 띠, 토러스, 클라인 병, 보로메안 매듭. 위상수학적 구조를 통해 의식과 무의식이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뒤틀린 표면 위에 있다"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 마템(matheme)이라는 개념도 만들었다 — 수학 기호처럼 핵심 개념을 고정된 단위로 형식화하려는 시도였다.


라캉의 시도는 빙산 도식의 직관성을 넘어서려 했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뫼비우스 띠는 안과 밖의 구분이 없다. 의식과 무의식이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같은 면의 다른 지점임을 보여주는 데 적합한 구조다. 이것은 프로이트의 빙산 도식보다 훨씬 정확한 표현이다.


그러나 라캉의 시도는 표현에서 멈췄다. 뫼비우스 띠 위에서 트랜잭션을 실행할 수 없다. 위상수학적 구조는 무의식의 형태를 묘사할 수 있지만, 무의식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 억압의 발생, 클러스터링, 귀환의 메커니즘 — 기술하지 못한다. 구조를 표현하는 언어와 구조를 작동시키는 엔진은 다르다.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의 시도들 — 전역 작업공간 이론(Global Workspace Theory), ICS 모델 — 은 처리 방식을 도식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억압된 내용들의 동적 구조, 즉 보류와 귀환의 다이내믹은 포착하지 못했다. 전역 작업공간 이론은 의식에 올라오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지만, 올라오지 못하는 것들이 어떻게 조직화되고 어떻게 귀환을 시도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이 패러다임이 다른 것은 세 가지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첫째, 동적이다. 무의식은 정적인 창고가 아니라 끊임없이 실행을 시도하는 큐다. 둘째, 구조화되어 있다. 트랜잭션, 큐, 앵커 노드, 클러스터, 컨센서스 알고리즘 — 무의식의 내부가 데이터 구조로 기술 가능하다. 셋째, 실행 가능하다. 이 모델은 원칙적으로 코딩될 수 있다.


프로이트가 현상을 발견했다. 라캉이 위상수학으로 구조를 표현하려 했다. 들뢰즈가 흐름의 존재론으로 확장했다. 이 패러다임은 같은 것을 시스템 언어로 기술한다.


```mermaid

flowchart LR

A["프로이트\n현상 발견\n(1915)"] --> B["라캉\n위상수학으로\n구조 표현"]

B --> C["들뢰즈\n존재론으로\n흐름 확장"]

C --> D["분산원장 패러다임\n메커니즘 레이어로\n실행 가능하게"]

A -.->|"관찰 정확\n언어 부재"| D

B -.->|"표현 가능\n실행 불가"| D

C -.->|"존재론적 기술\n시스템 기술 아님"| D

```


시스템 언어로 기술된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이 있다. 검증 가능한 예측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반복 악몽이 특정 조건에서 감소한다는 것, 수면의 질이 특정 심리적 처리와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것, 앵커 노드의 강도가 반응 비례성의 왜곡과 연관된다는 것. 이것들은 이미 연구되고 있는 것들이다. 이 패러다임은 그 연구들을 하나의 언어 안으로 통합하는 틀을 제공한다.


물론 이 틀 자체가 검증되어야 한다. 패러다임은 현상을 설명하는 언어이지, 현상 자체가 아니다. 더 좋은 언어가 나오면 이 언어는 대체될 것이다. 그것이 패러다임의 운명이기도 하다.


마무리: 큐가 처리된다는 것

1부와 2부를 통해 무의식을 하나의 동적 시스템으로 기술했다.


무의식은 억압된 것들의 창고가 아니다. 보류 큐다. 삭제되지 않은 트랜잭션들이 실행을 시도하고, 클러스터링 되고, 우회 경로를 탐색하고, 외부 호스트를 찾는다. 그것들은 지금도 실행 중이다.


처리 완료(Committed)는 의식에 올라오는 것과 다르다. 네트워크가 그것을 공식 역사로 편입시키는 것, 타임스탬프가 붙는 것, 과거 시제가 되는 것이다. 그 과정은 단번에 일어나지 않는다. 낮의 컨센서스 알고리즘 업데이트와 밤의 GC가 협력한다.


이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일어난다. 의지와 무관하게. 우리는 억압을 결정하지 않는다. 처리 완료도,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결정하지 않는다.


네트워크가 준비될 때 일어난다.


무의식이 동적 시스템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그 시스템에 맞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창고를 억지로 열려는 것과 큐가 처리될 조건을 만드는 것은 다른 전략이다. 전자는 종종 재트리거를 일으킨다. 후자는 네트워크 자체를 바꾼다.


네트워크가 바뀐다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컨센서스 알고리즘이 업데이트되면, 같은 자극에 대해 다른 반응이 일어난다. 패턴을 의지로 끊는 것이 아니라, 패턴을 만들던 알고리즘이 바뀌어서 그 패턴이 더 이상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패러다임이 제공하는 것은 처방이 아니다. 구조에 대한 이해다. 이해가 행동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큐는 처리된다.
조건이 갖춰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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