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ease as Exception] 2화 - 암
면역계는 지금 이 순간도 순찰하고 있다. 혈류를 타고 이동하면서, 마주치는 세포마다 신호를 읽는다. "너는 아군인가, 적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 면역 감시(immune surveillance)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통과하는 세포가 있다. 아군인 척, 검증된 서명을 제시하면서, 실제로는 네트워크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세포. 면역계는 그것을 아군으로 판정하고, 공격을 멈추고, 심지어 보호한다.
이것이 암세포가 하는 일이다.
이 글은 비전공자의 창의적 해석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의학·생물학적 사실은 공개 학술 자료를 참고했으며, 의학적 조언이나 진단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암의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종양내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면역 항암 치료의 원리를 패러다임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며, 특정 치료법의 효과나 적용에 대한 판단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AI 정보
우리 몸은 하나의 중앙 서버가 운영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각자의 역할을 가진 노드들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합의해 나가는, 분산원장 네트워크에 가깝다. 이 시리즈 "Disease as Exception"은 그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예외적인 상태를 따라간다.
지난 편 — 류머티즘 — 에서 우리는 면역계가 자기 조직을 외부 침입자로 잘못 분류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았다. 그것은 잘못된 입력 데이터를 받아 정상 프로토콜을 정상적으로 실행한 결과였다.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다. 다만 정보가 틀렸다.
이번에 다룰 오류는 구조가 다르다.
암세포는 시스템을 혼란시키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을 이용한다. 면역계가 합의에 도달하는 방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방식을 역이용해 자신을 보호한다. 프로토콜의 결함을 찾아낸 것이 아니라, 프로토콜을 완벽하게 구현해 통과하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먼저 비잔틴 장군 문제로 돌아가야 한다.
1982년, 컴퓨터 과학자 레즐리 램포트(Leslie Lamport)와 동료들은 분산 컴퓨팅의 핵심 난제를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했다.
비잔틴 제국의 군대가 어느 도시를 포위하고 있다. 여러 부대의 장군들이 각자 자신의 진영에 있고, 전령을 통해 서로 소통한다. 승리하려면 모든 부대가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해야 한다 — 모두 공격하거나, 모두 후퇴하거나. 어떤 부대는 공격하고 어떤 부대는 후퇴하면 전멸이다.
문제는 이것이다. 장군들 중 일부가 배신자일 수 있다. 배신자는 어떤 장군에게는 "공격"을, 다른 장군에게는 "후퇴"를 전달한다. 그것도 진짜 전령을 통해서. 받는 쪽에서는 그 메시지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다.
```mermaid
flowchart TD
A["장군 A (충성)"] -->|"공격"| D["장군 D"]
B["장군 B (배신자)"] -->|"공격"| D
B -->|"후퇴"| E["장군 E"]
C["장군 C (충성)"] -->|"공격"| E
D --> F{"합의 시도"}
E --> F
F -->|"D: 공격 2표"| G["D: 공격 결정"]
F -->|"E: 공격 1표, 후퇴 1표"| H["E: 합의 실패"]
```
이것이 비잔틴 장애(Byzantine Fault)다. 단순히 노드가 죽거나 응답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노드가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보내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노드는 때로는 정상인 척 작동하기도 한다.
램포트는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전체 노드의 1/3 이상이 배신자라면, 올바른 합의는 불가능하다. 반대로 배신자가 1/3 미만이라면, 충분한 수의 메시지를 교환했을 때 정직한 노드들이 올바른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이것을 비잔틴 결함 허용(Byzantine Fault Tolerance, BFT)이라 부른다.
비트코인이 2009년 등장했을 때, 그것이 해결한 핵심 문제가 바로 비잔틴 장군 문제였다.
분산된 노드들이 중앙 서버 없이 "이 거래가 유효하다"는 것에 합의해야 한다. 그런데 네트워크에는 거짓 거래를 기록하려는 노드가 있을 수 있다. 어떻게 그것을 걸러내는가.
비트코인의 해법은 작업증명(Proof of Work)이다. 핵심 논리는 단순하다. 거짓 신호를 보내는 것을 경제적으로 비싸게 만드는 것. 유효한 블록을 생성하려면 막대한 계산 자원을 써야 한다. 악의적인 노드가 전체 네트워크를 속이려면 전체 네트워크 연산 능력의 51% 이상을 혼자 가져야 한다 —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비용이다.
이더리움의 지분증명(Proof of Stake)은 방식이 다르지만 논리는 같다. 거짓 검증을 시도하면 담보로 맡긴 토큰이 삭감(슬래싱, slashing)된다. 속이려는 시도 자체를 손해로 만드는 것이다.
```mermaid
flowchart LR
A["악의적 노드\n거짓 블록 생성 시도"] --> B{"비용 계산"}
B -->|"PoW: 전체 해시파워 51% 필요"| C["현실적으로 불가능"]
B -->|"PoS: 담보 토큰 슬래싱"| C
C --> D["네트워크 합의 보호"]
E["정직한 노드들"] -->|"다수결 + 검증"| D
```
블록체인은 신뢰를 전제하지 않는다. 대신 신뢰 없이 합의에 도달하는 메커니즘을 설계한다. 이것이 "trustless" 시스템의 의미다.
우리 몸의 면역계도 같은 문제를 풀어야 한다.
매 순간 수십억 개의 세포가 네트워크 안에서 활동한다. 어떤 세포가 아군이고 어떤 세포가 제거되어야 하는가. 이것을 결정하는 합의 메커니즘이 면역 감시다.
이 합의는 신호의 교환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세포는 자신의 표면에 MHC(주요 조직적 합성 복합체,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분자를 제시한다. 이것은 세포의 신원 증명서다. T세포는 이 증명서를 읽어 "이 세포가 정상인가, 감염되었는가, 변이가 일어났는가"를 판단한다.
감염된 세포나 변이 세포는 MHC 위에 비정상적인 펩타이드 조각을 제시한다 — 바이러스 단백질 조각이거나, 돌연변이로 만들어진 이상한 단백질이거나. T세포는 이것을 읽고 "비정상 서명"을 감지하면 공격 신호를 보낸다.
```mermaid
flowchart TD
A["세포 표면 MHC 제시"] --> B["T세포가 신원 확인"]
B --> C{"서명 판독"}
C -->|"정상 펩타이드"| D["아군 판정 — 통과"]
C -->|"바이러스/변이 펩타이드"| E["비정상 서명 감지"]
E --> F["세포독성 T세포 활성화"]
F --> G["표적 세포 제거"]
```
흉선 편에서 다뤘던 양성선택과 음성선택이 이 시스템의 기반이다. T세포는 흉선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아군 서명이란 무엇인가"를 학습한다. 이 학습이 이후 모든 합의의 기준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면역 합의에는 두 번째 신호 레이어가 있다.
T세포가 비정상 서명을 감지했다고 해서 바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공격을 실행하기 전에 추가 검증 신호를 확인한다. 이 추가 신호가 없으면 T세포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 오히려 불활성화(anergy) 상태에 들어간다.
이 두 번째 신호 레이어를 **면역 관문(immune checkpoint)**이라 부른다.
왜 두 단계인가. 이유는 명확하다. 오탐(false positive)을 막기 위해서다. 한 단계 검증만으로 공격이 실행된다면, 사소한 신호 오류에도 정상 세포가 공격받는다. 류머티즘에서 보았듯, 자가면역은 이 시스템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때 발생한다. 두 번째 체크포인트는 그 과잉 반응을 방지하는 브레이크다.
```mermaid
flowchart LR
A["1차 신호\nTCR-MHC 결합\n비정상 서명 감지"] --> B{"2차 신호\n체크포인트"}
B -->|"공격 허가 신호 있음\n(CD28-B7 결합)"| C["T세포 완전 활성화\n→ 표적 제거"]
B -->|"억제 신호 있음\n(PD-1-PD-L1 결합)"| D["T세포 불활성화\n→ 공격 중단"]
B -->|"2차 신호 없음"| E["T세포 무반응\n(anergy)"]
```
PD-1은 T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다. PD-L1은 그 수용체에 결합하는 리간드로, "나는 공격받아서는 안 된다"는 억제 신호를 보낸다. 정상적으로 이 신호는 자기 조직을 공격하지 말라는 브레이크로 작동한다. 임신 중 태아가 모체 면역계의 공격을 받지 않는 것도, 일부 조직이 과도한 염증 반응으로부터 보호되는 것도, 이 경로 덕분이다.
설계 의도는 옳다. 문제는, 암세포가 이 브레이크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암세포는 처음부터 암세포로 태어나지 않는다.
정상 세포에서 시작한다. DNA 복제 오류, 발암 물질 노출, 바이러스 감염, 혹은 그냥 시간이 지나면서 축적되는 무작위 돌연변이. 세포 분열이 일어날 때마다 복제 오류가 생길 확률이 있고, 그 오류가 세포 증식을 통제하는 유전자에 쌓이면 문제가 시작된다.
초기 변이 세포는 면역계에 감지된다. 비정상 단백질을 만들기 때문에, MHC 위에 제시되는 펩타이드가 달라진다. T세포가 그것을 읽고 제거한다. 이것이 면역 감시가 암을 매일 제거하는 과정이다 — 우리가 매 순간 암에 걸리지 않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변이는 계속 쌓인다. 그러다가 어떤 세포에 특별한 변이가 일어난다.
면역 감시를 피하는 변이.
이 세포는 살아남는다. 그리고 증식하면서 그 변이를 자손에게 전달한다. 면역계가 제거하지 못하는 세포만 살아남는 환경에서, 진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을 **면역 편집(immunoediting)**이라 부른다.
면역 편집에는 세 단계가 있다.
제거(Elimination) — 면역계가 변이 세포를 정상적으로 감지하고 제거하는 단계. 대부분의 암 전구 세포들은 여기서 사라진다.
평형(Equilibrium) — 면역계가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지만, 암세포도 빠르게 증식하지 못하는 균형 상태. 수년, 수십 년이 이 단계에서 지속될 수 있다.
탈출(Escape) — 면역계를 완전히 피하는 변이가 선택된 세포들이 증식하기 시작하는 단계. 임상적으로 암이 발견되는 것은 대부분 이 단계에서다.
```mermaid
flowchart LR
A["정상 세포\n돌연변이 발생"] -->|"면역계 감지"| B["제거 단계\n대부분 제거됨"]
B -->|"일부 생존 세포\n추가 변이 축적"| C["평형 단계\n공방 지속"]
C -->|"면역 회피 변이 선택"| D["탈출 단계\n암 발병"]
D --> E["면역 회피 전략 실행"]
```
이 탈출 단계에서 암세포가 사용하는 주요 전략 중 하나가 PD-L1의 과발현이다.
암세포는 자신의 표면에 PD-L1을 대량으로 발현한다. T세포가 다가와서 비정상 서명을 감지하고 공격 준비를 마친 순간, PD-L1이 T세포의 PD-1 수용체에 결합한다. "나는 공격받아서는 안 된다." T세포는 그 신호를 받아 불활성화된다. 공격을 멈춘다. 심지어 일부 T세포는 소진(exhaustion) 상태에 빠져 이후에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비잔틴 장군 문제로 읽으면, 이것은 배신자 장군이 아군 인장을 복사해서 쓰는 것과 같다. 메시지의 내용이 거짓인 것이 아니라, 신원 증명서 자체가 위조된 것이다. 그것도 시스템이 신뢰하도록 설계된 바로 그 인증 채널을 통해서.
PD-L1 과발현은 시작일 뿐이다. 암세포가 사용하는 면역 회피 전략은 여러 레이어에 걸쳐 있다.
MHC 하향 조절 — 신원 증명서 자체를 지우는 전략이다. 암세포가 MHC 분자의 발현을 줄이면, T세포는 비정상 서명을 읽을 수가 없다. 감지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MHC가 없는 세포를 NK세포(자연살해세포)가 감지해 제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암세포는 MHC를 완전히 없애지 않고 적당히 줄이거나, 정상처럼 보이는 MHC 변형을 만든다.
항원 손실(Antigen Loss) — T세포가 특정 항원을 표적으로 인식해 공격할 때, 암세포가 그 항원을 발현하지 않도록 변이 하는 전략이다. 표적이 사라지면 추적이 불가능하다. CAR-T 치료에서 초기에 반응했다가 재발하는 경우의 주요 원인이다. 타깃 분자가 암세포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면역 억제 미세환경 조성 — 암세포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다. 종양은 주변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구성한다. 종양 관련 대식세포(TAM)를 면역 억제 방향(M2형)으로 전환시키고, 조절 T세포(Treg)를 끌어모으고, TGF-β, IL-10 같은 억제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은 면역계가 활동하기 어려운 구역으로 만들어진다. 단일 노드가 아니라 주변 네트워크를 장악하는 전략이다.
```mermaid
flowchart TD
A["암세포 면역 회피 전략"] --> B["PD-L1 과발현\n체크포인트 브레이크 역이용"]
A --> C["MHC 하향 조절\n신원 증명서 제거"]
A --> D["항원 손실\n표적 분자 소거"]
A --> E["면역 억제 환경 조성\nTAM, Treg 동원\nTGF-β, IL-10 분비"]
A --> F["면역 소진 유도\nT세포 기능 고갈"]
B & C & D & E & F --> G["면역 감시 회피\n→ 종양 성장"]
```
면역 소진(T cell exhaustion) — 암세포가 지속적으로 PD-L1 신호를 보내면, T세포는 반복적인 억제 신호에 지쳐 기능을 잃어간다. 증식 능력, 사이토카인 생산, 세포 독성 능력이 모두 저하된다. 단순히 그 순간 불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네트워크 언어로는, 반복적인 거짓 신호에 의해 해당 노드가 점진적으로 기능 저하 상태로 전환되는 것이다.
비잔틴 장군 문제를 해결하는 블록체인의 논리를 면역계에 대응시키면 구조가 명확해진다.
블록체인에서 악의적 노드의 위조를 막는 핵심은 합의 비용이다. 거짓 신호를 보내는 것을 경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 작업증명에서는 계산 비용으로, 지분증명에서는 담보 손실로.
그런데 면역계의 설계에는 이 "비용 구조"가 약하다. 암세포가 PD-L1을 발현하는 것은 진화적 관점에서 비용이 낮다. 유전자 하나를 과발현 하는 것은 세포에게 그리 큰 부담이 아니다. 반면 그로 인한 면역 회피 효과는 막대하다.
이것이 암 치료가 어려운 구조적 이유 중 하나다. 시스템이 거짓 신호에 속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거짓 신호를 보내는 비용이 너무 낮다.
블록체인이 이 문제를 해결한 방식 — 검증 비용을 높이는 것 — 이 면역 관문 억제제가 하는 일과 구조적으로 대응한다.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제임스 앨리슨(James Allison)과 혼조 다스쿠(本庶 佑)에게 돌아갔다. 면역 관문 억제를 통한 암 치료를 발견한 공로였다.
앨리슨은 CTLA-4라는 또 다른 면역 관문을 발견하고, 이것을 차단하면 T세포가 활성화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을 보였다. 혼조는 PD-1 수용체를 발견했다. 두 발견이 합쳐져서 면역 관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라는 치료 범주가 탄생했다.
작동 원리는 단순하다. 암세포가 위조에 사용하는 채널을 막는 것.
PD-1 억제제(펨브롤리주맙, 니볼루맙 등)는 T세포의 PD-1 수용체를 차단해, 암세포의 PD-L1이 보내는 "공격 중단" 신호를 받지 못하게 한다. PD-L1 억제제는 반대쪽 — 암세포의 PD-L1 자체를 차단한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다. 위조 신호 채널이 닫힌다.
채널이 닫히면 T세포는 다시 비정상 서명에만 집중한다. 억제 신호 없이 공격이 실행된다.
```mermaid
flowchart TD
A["종양 세포\nPD-L1 과발현"] -->|"PD-L1 → PD-1\n'공격 중단' 신호"| B["T세포 불활성화\n암세포 회피 성공"]
C["면역 관문 억제제 투여"] -->|"PD-1 또는 PD-L1 차단"| D["위조 신호 채널 봉쇄"]
D --> E["T세포 재활성화"]
E --> F["비정상 서명 감지\n공격 실행"]
F --> G["종양 세포 제거"]
```
비잔틴 장군 문제로 읽으면, 면역 관문 억제제는 배신자가 사용하는 통신 채널 자체를 폐쇄하는 것이다. 메시지의 진위를 판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채널로 오는 신호를 아예 무시하도록 설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즉각 질문이 생긴다. 그 채널은 원래 정상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했던 것 아닌가? 채널을 막으면 어떻게 되는가.
면역 관문 억제제의 가장 중요한 부작용이 여기서 나온다.
PD-1/PD-L1 경로는 자기 조직을 공격하지 말라는 브레이크였다. 그것을 차단하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과 동시에, 일부 정상 조직도 공격할 수 있다. 이것을 면역 관련 이상반응(irAE, immune-related Adverse Events)이라 부른다.
피부염, 간염, 폐렴, 대장염, 내분비계 이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앞선 편에서 다룬 류머티즘이 바로 이 상태의 자연 발생 버전이다. 면역 브레이크가 특정 조직에 대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자가면역이 발생한다. 면역 관문 억제제는 의도적으로 그 브레이크를 제거하는 것이다.
```mermaid
flowchart LR
A["PD-1/PD-L1 경로\n본래 기능: 자가면역 방지"] -->|"암세포에 역이용됨"| B["암 면역 회피"]
A -->|"면역 관문 억제제\n경로 차단"| C["T세포 재활성화\n→ 항암 효과"]
C -->|"부작용"| D["정상 조직 공격\nirAE (자가면역 유사 반응)"]
```
이 역설이 면역 항암 치료의 본질적 긴장이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 면역 브레이크를 제거하면, 자가면역 반응이 따라온다. 효과와 독성이 같은 메커니즘에서 나온다.
치료는 이 균형을 관리하는 과정이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편과 두 번째 편을 나란히 놓으면, 면역계 오류의 두 가지 구조적으로 다른 유형이 드러난다.
류머티즘은 잘못된 입력에 의한 정상 프로토콜의 오작동이었다.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고, 정보가 틀렸다. 비잔틴 장군 문제의 언어로 하면, 배신자가 없는데 잘못된 지도를 가지고 전투를 치른 것이다.
암의 면역 회피는 정상 프로토콜을 역이용한 의도적 합의 방해다. 시스템도 정보도 문제없다. 그러나 누군가가 그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정확히 파악하고, 아군인 척 합의를 통과한다.
```mermaid
flowchart TD
A["면역계 오류 유형"] --> B["유형 1: 잘못된 분류\n(류머티즘)"]
A --> C["유형 2: 합의 방해\n(암 면역 회피)"]
B --> D["정상 프로토콜\n비정상 입력\n→ 자기 조직 공격"]
C --> E["정상 입력 위조\n정상 프로토콜 역이용\n→ 면역 감시 회피"]
D --> F["해법: 분류 기준 수정\n(면역 억제제, 항염증)"]
E --> G["해법: 위조 채널 차단\n(면역 관문 억제제)"]
```
치료의 방향도 정반대다. RA는 과활성화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방향이고, 암은 억제된 면역 반응을 다시 활성화하는 방향이다. 같은 면역계를 다루면서, 목표가 정반대인 것이다.
이것이 암 환자에서 자가면역 질환이 생기기도 하고, 자가면역 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면역 관문 억제제 사용이 복잡해지는 이유다. 하나의 레버를 당기면 반대쪽에서 다른 결과가 나온다.
면역 관문 억제제는 일부 환자에서 극적인 효과를 보인다. 수술도 항암제도 효과가 없던 전이성 흑색종이 장기 관해로 가는 사례들이 보고되었다. 반면 같은 약이 같은 암종의 다른 환자에게는 거의 효과가 없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가.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핵심 중 하나는 **종양 변이 부담(Tumor Mutational Burden, TMB)**이다.
돌연변이가 많이 쌓인 암세포일수록, 비정상 단백질(신생항원, neoantigen)을 더 많이 만들어낸다. 비정상 서명이 뚜렷할수록, PD-L1 채널만 막으면 T세포가 감지할 수 있는 표적이 많다. 반대로 돌연변이가 적고 정상 세포와 비슷한 암세포는 면역 관문 억제제의 채널을 닫더라도 T세포가 뚜렷한 표적을 찾기 어렵다.
분산원장 패러다임으로 읽으면, TMB가 높다는 것은 위조 서명과 진짜 서명의 차이가 크다는 뜻이다. 채널을 막았을 때 T세포가 구별할 수 있는 신호가 명확하다. TMB가 낮으면 위조와 진짜의 차이가 작아서, 채널을 막더라도 T세포가 표적을 식별하기 어렵다.
또 다른 요인은 종양 미세환경의 상태다. 이미 면역 억제 환경이 깊이 구축되어 있는 종양에서는 PD-1 하나만 차단해도 충분하지 않다. TAM이 여전히 억제 신호를 보내고, Treg가 여전히 T세포를 억누른다. 단일 채널을 막는 것으로는 다층적으로 구축된 면역 억제 환경을 뚫기 어렵다.
이것이 병용 요법(combination therapy) 연구가 활발한 이유다. PD-1 억제제와 CTLA-4 억제제를 함께 쓰거나, 다른 면역 조절 약물과 조합하는 전략들이 개발되고 있다.
면역 관문 억제제가 기존 T세포의 브레이크를 제거하는 방식이라면,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는 다른 접근이다.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해 유전공학적으로 재설계한다. 특정 암 항원을 직접 인식하는 수용체(CAR, Chimeric Antigen Receptor)를 T세포에 장착한다. 그리고 그 T세포를 다시 환자에게 투여한다.
이것은 기존 합의 프로토콜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특정 표적을 향해 설계된 새로운 노드를 네트워크에 추가하는 것이다. MHC-TCR 인식 경로를 우회해, 직접 암 항원을 표적으로 결합하도록 만들어진 노드다.
혈액암(백혈병, 림프종)에서 극적인 효과를 보였고, 일부 사례에서는 완치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고형암에서다. 고형암의 종양 미세환경은 CAR-T 세포가 침투하기 어렵고, 면역 억제 환경이 주입된 CAR-T도 소진시킨다. 고형암에서의 CAR-T 적용은 여전히 활발한 연구 과제다.
솔직하게 짚어야 할 것이 있다.
비잔틴 장애 허용(BFT)의 수학적 조건 — 배신 노드가 전체의 1/3 미만이어야 합의가 가능하다 — 을 면역계에 직접 적용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종양 미세환경에서는 이 비율이 의미 있는 방식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어떤 세포가 "배신 노드"이고 어떤 세포가 "정직한 노드"인지의 경계가 연속적이고 동적이다.
또한 블록체인의 BFT 해법 — 거짓 신호의 비용을 높이는 것 — 은 면역계에서 그 대응물을 찾기 어렵다. 암세포가 PD-L1을 발현하는 비용은 낮고, 이것을 높이는 방향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패러다임이 구조를 설명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해법의 설계 원리까지 직접 대응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암이 단일한 오류 유형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면역 회피가 암의 핵심 특성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암은 혈관신생, 대사 재프로그래밍, 전이, 약물 내성 등 다른 많은 특성을 가진다. 비잔틴 장애 프레임은 면역 회피라는 특정 측면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고, 암 전체를 설명하는 틀은 아니다.
면역 항암 분야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연구되는 방향들을 패러다임 언어로 간략히 읽으면 이렇다.
이중특이 항체(Bispecific Antibody) — 한쪽 팔은 T세포를, 다른 팔은 암세포를 잡는 항체. T세포와 암세포를 물리적으로 가까이 붙여 놓아 T세포가 MHC 인식 없이 직접 암세포를 제거하게 한다. 합의 프로토콜을 우회해 물리적 근접성으로 표적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종양 침윤 림프구(TIL) 치료 — 종양 안에 이미 침투해 있는 T세포를 채취해 대량 증식시킨 뒤 재투여한다. 이미 표적을 인식하는 노드를 증폭하는 전략이다.
암 백신 — 환자 개인의 암 특이 항원(neoantigen)을 분석해 맞춤형 백신을 만드는 방향. 면역계가 그 항원을 표적으로 인식하도록 사전 학습시키는 것이다. mRNA 백신 기술이 이 분야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후성유전학적 접근 — 면역 억제 환경을 유지하는 유전자 발현 패턴을 변경해, 종양 미세환경 자체를 리셋하려는 시도. 면역 억제 환경을 구성하는 노드들의 설정값을 바꾸는 것이다.
비잔틴 장군 문제는 수십 년 동안 컴퓨터 과학의 이론적 난제로 남아 있었다. 그것을 실용적으로 해결한 것은 블록체인이었다. 합의를 방해하는 노드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이는 방법으로.
면역계는 수억 년 진화를 통해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왔다. 흉선에서의 교육, 두 단계 검증, 체크포인트 레이어. 그런데 암세포는 진화의 속도로 그 해법의 허점을 찾아냈다. 체크포인트 레이어를 역이용하는 것.
면역 관문 억제제는 그에 대한 반격이다. 위조에 사용되는 채널을 닫는 것. 그런데 그 채널은 자가면역을 막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기도 하다.
이 긴장은 해소되지 않는다. 다음 전략이 나오면 암세포는 또 다른 회피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분산 네트워크에서 배신 노드와 합의 프로토콜 사이의 공방은, 지금 이 순간도 우리 몸 안에서 계속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비잔틴 장애의 또 다른 형태 — 노드가 적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타이밍 자체를 무너뜨리는 오류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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