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 as a Distributed System] 10화 - 뇌
이전 편에서 뇌는 "가장 늦게 켜지는 노드"였다. 4주에 신경관이 닫히지만 전전두엽이 완성되기까지 25년이 걸린다는 것, 기억이 파일이 아니라 분산 합의라는 것, 그리고 뇌는 런타임에 스스로를 고쳐 쓴다는 것.
그 편이 답한 것은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였다.
이번 편의 질문은 다르다. 뇌는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오게 됐는가. 이 몸이라는 분산 네트워크에서, 왜 뇌가 조율자 역할을 맡게 됐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먼저였고 무엇이 나중이었는가.
답은 진화와 발생 양쪽에서 온다. 그리고 두 방향에서 나오는 답이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
이 글은 비전공자의 창의적 해석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의학·생물학적 사실은 공개 학술 자료를 참고했으며, 의학적 조언이나 진단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건강 관련 판단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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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하나의 중앙 서버가 운영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각자의 역할을 가진 노드들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합의해 나가는, 분산원장 네트워크에 가깝다. 이 시리즈는 그 노드들이 어떤 순서로, 왜 등장했는지를 따라간다.
뇌가 없는 생물이 있다.
히드라(hydra)는 담수에 사는 작은 다세포 동물이다. 뇌가 없다. 척수도 없다. 그런데 먹이에 반응하고, 촉수를 움직이고, 포식자를 피한다. 어떻게 가능한가.
히드라의 신경세포들은 몸 전체에 그물처럼 분산되어 있다. 중앙이 없다. 각 신경세포가 주변 세포와 직접 신호를 교환하며 반응을 만들어낸다. 이것을 신경망(nerve net)이라 부른다.
해파리도 같은 구조다. 수억 년 전부터 존재해 온 이 동물들은 중앙 없이 분산 신경망만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분산이 먼저였다. 중추신경계는 나중에 진화했다.
이것이 이번 편의 출발점이다. 뇌가 처음부터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 분산 신경망이 작동하고 있던 자리에, 훨씬 나중에 통합 레이어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 통합 레이어가 점점 더 많은 역할을 맡아가는 과정이 진화의 방향이었다.
왜 통합 레이어가 유리했는가.
분산 신경망은 국소 반응에 빠르다. 히드라의 촉수가 자극에 반응하는 속도는 중앙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빠르다. 그러나 분산 신경망은 통합적 판단을 못한다. 여러 신체 부위에서 동시에 들어오는 신호를 하나의 행동으로 조율하는 것이 어렵다.
중추신경계의 등장은 이 통합 문제를 해결했다. 여러 감각에서 오는 신호를 한 곳에서 처리하고, 전신의 근육을 조율된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더 복잡한 행동, 더 긴 시간 지평의 계획, 더 정교한 사회적 관계가 가능해진 것은 이 통합 처리 레이어 덕분이다.
그러나 통합 레이어의 등장이 분산을 대체하지는 않았다. 두 구조가 함께 작동한다. 히드라의 신경망과 인간의 장신경계는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구조가 — 더 복잡한 시스템 안에서 —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장신경계가 뇌와 별개로 작동하는 이유, 미주신경의 80~90%가 장에서 뇌 방향으로 신호를 보내는 이유 — 이것들은 이 역사의 흔적이다. 분산이 먼저 있었고, 조율 레이어가 나중에 연결됐다.
수정 후 18일, 배아의 등 쪽 외배엽에서 신경판(neural plate)이 형성된다.[1]
이 판의 가장자리가 접히기 시작한다. 22일에서 28일 사이, 판이 완전히 말려 관 형태가 된다 — 신경관(neural tube).[1] 이것이 뇌와 척수 전체의 원형이다. 인간 발생에서 통합 레이어가 형성되는 시작점이다.
신경관의 앞쪽 끝이 뇌가 된다. 뒤쪽 끝이 척수가 된다.
그런데 신경관이 닫히는 과정에서, 신경관의 가장자리 — 신경능선(neural crest) — 에서 특별한 세포 집단이 떨어져 나온다. 신경능선세포(neural crest cell)다. 이 세포들은 배아 전체로 이주하며 다양한 구조를 만든다.[2] 얼굴뼈의 일부, 부신 수질, 피부의 색소세포 — 그리고 장신경계.
장신경계(ENS)를 구성하는 뉴런들의 대부분은 신경능선에서 출발해 소화관을 따라 아래로 이동한다. 발생 4~5주 차에 시작해 7주경 전체 소화관에 배선을 완성한다.[3] 이주가 실패하면 장신경계가 없는 구간이 생기는데, 이것이 선천성 거대결장증(Hirschsprung's disease)이다 — 장 일부가 신경 없이 태어나는 것.
순서를 다시 정리하면:
신경관이 닫힌다 → 신경능선세포가 분리된다 → 세포들이 장으로 이주한다 → 장신경계가 형성된다.
뇌가 장을 만든 것이 아니다. 뇌의 원형인 신경관에서 분리된 세포가 장으로 가서 독립적인 신경망을 구성한 것이다. 발생의 순서에서도, 중앙에서 말단으로 이주가 일어나지만 — 도착한 세포들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도록 조직된다.
분산 먼저, 조율 나중이라는 진화의 방향이, 발생의 과정 안에도 새겨져 있다.
```mermaid
timeline
title 신경계 발생 순서
section 통합 레이어 형성
수정 18일 : 신경판 형성
수정 22~28일 : 신경관 폐쇄 — 뇌·척수의 원형
수정 4주 : 전뇌·중뇌·후뇌 구분 시작
section 말단 분기
수정 4~5주 : 신경능선세포 장으로 이주 시작
수정 7주 : 장신경계 배선 완성
수정 5~6주 : 림프계 분기 (혈관에서)
```
신경관의 앞쪽 끝에서 뇌가 만들어지는 방식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다.
가장 먼저 완성되는 것이 가장 오래된 구조들이다. 가장 나중에 완성되는 것이 가장 새로운 구조들이다. 진화적으로 오래된 것이 발생에서도 먼저 온다.
이 순서가 뇌를 이해하는 열쇠다.
뇌간(brainstem)은 뇌에서 가장 먼저 기능하는 구조다.
연수(medulla oblongata), 교뇌(pons), 중뇌(midbrain)로 구성된다. 뇌간은 척수와 상위 뇌 구조 사이에 위치하며, 생명 유지에 직결된 기능들을 관할한다.
호흡 리듬. 심박수 조절. 혈압 유지. 삼키기. 기침. 수면-각성 전환.[4]
이것들이 뇌간이 관리하는 것들이다. 이 기능들의 공통점이 있다 — 의식과 무관하게 작동한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잠을 자는 동안에도, 이 서버는 멈추지 않는다.
분산원장으로 읽으면, 뇌간은 가장 낮은 레이어의 인프라 노드다. 다른 모든 노드가 위에 쌓이는 토대. 이것이 작동을 멈추면 상위 구조 전체가 무너진다.
뇌간 손상이 치명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뇌피질이 손상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해마가 손상되면 새로운 기억을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뇌간이 손상되면 호흡이 멈춘다.
소뇌(cerebellum)는 대뇌 뒤쪽 아래에 위치한다. 전체 뇌 부피의 약 10%에 불과하지만, 전체 뉴런의 약 80%가 여기에 있다.[5]
소뇌는 운동 조정을 담당한다. 근육의 힘과 타이밍을 미세하게 조율한다. 걸을 때 균형을 잡고, 물건을 집을 때 손의 궤적을 계산하고, 악기를 연주할 때 수백 개의 근육 신호를 정밀하게 순서화한다.[6]
흥미로운 것은 소뇌가 이 일을 하는 방식이다. 소뇌는 대뇌피질이 내린 운동 명령을 받아, 실제 신체에서 돌아오는 피드백과 비교해, 오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신호를 조정한다. 예측과 실제 사이의 오차를 계속해서 계산하는 것이다.
이것을 예측 오차 최소화라 부른다. 프리스턴의 자유 에너지 원리(Free Energy Principle)가 이 구조를 전뇌로 확장한 이론이다.[7] 소뇌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이 원리 — 예측하고, 비교하고, 오차를 줄이는 루프 — 는 사실 뇌 전체가 작동하는 방식일 수 있다.
소뇌 손상은 운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지 않는다. 운동이 부정확해진다. 술에 취했을 때 걸음이 흔들리는 것은 알코올이 소뇌에 먼저 작용하기 때문이다. 명령은 내려지는데 조정이 안 되는 상태.
```mermaid
flowchart LR
A["대뇌피질\n운동 명령"] --> B["소뇌"]
C["신체 감각\n피드백"] --> B
B --> D["오차 계산"]
D --> E["조정된 신호\n→ 척수 → 근육"]
E --> C
```
변연계(limbic system)는 소뇌보다 안쪽, 대뇌피질보다 아래에 위치한다. 여기서 두 구조를 짚어야 한다.
편도체(amygdala)와 해마(hippocampus)다.
편도체는 아몬드 모양의 구조가 좌우 각각 하나씩 있다. 감정 반응, 특히 위협 탐지와 공포 반응을 담당한다.[8] 외부 자극이 들어오면 편도체는 대뇌피질보다 먼저 반응한다. 의식적 판단이 이루어지기 전에 신체는 이미 경계 상태에 들어가 있다.
이것이 왜 무서운 영화를 보면서 "이건 허구야"라고 알면서도 심장이 뛰는지의 이유다. 편도체는 맥락을 따지지 않는다. 위협 신호가 들어오면 반응이 먼저 나간다.
해마는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구조다. 경험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려면 해마를 거쳐야 한다.[9] 이전 편에서 기억의 인덱서라고 불렀던 그 구조다.
편도체와 해마가 함께 작동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강한 감정적 자극이 있을 때 — 두려움, 기쁨, 슬픔 —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이것이 해마의 기억 형성을 강화한다.[10] 감정적으로 강렬했던 일이 더 선명하게 기억되는 이유다.
설계 논리로 읽으면 이것은 타당하다. 생존과 관련된 사건 — 포식자를 만났거나, 먹이를 발견했거나 — 은 기억에 강하게 새겨져야 한다. 감정이 기억의 가중치를 결정하는 구조는, 중요한 것을 더 잘 기억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이다.
변연계는 대뇌피질 없이도 작동한다. 감정 반응과 기본적인 기억 형성은 피질적 판단이 없어도 일어난다. 변연계가 피질보다 먼저 발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판단보다 감정이 먼저였고, 진화에서도 발생에서도 그 순서는 같다.
대뇌피질(cerebral cortex)은 뇌의 가장 바깥 레이어다. 두께 약 2~4mm의 이 주름진 판에 860억 개 뉴런 중 상당수가 모여 있다.
언어. 추상적 사고. 계획. 도덕적 판단. 사회적 추론.[11]
이것들이 대뇌피질이 담당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것들의 공통점이 있다 — 인간에게서 가장 발달한 것들이다.
대뇌피질은 진화적으로 가장 나중에 등장한 구조다. 파충류에게는 없거나 극히 작다. 포유류에서 크게 발달하고, 영장류에서 더욱 확장되고, 인간에서 가장 커졌다. 피질의 주름 — 뇌구(sulcus)와 뇌회(gyrus) — 는 제한된 두개골 안에 표면적을 최대화하기 위한 설계다. 종이를 구겨 작은 공간에 넣는 것처럼.
발생에서도 피질은 나중이다. 뇌간과 소뇌가 기능하기 시작한 뒤, 변연계가 형성된 뒤, 피질이 마지막으로 조직된다. 피질의 뉴런 이동은 임신 중반부터 출생 이후까지 계속되고, 시냅스 연결의 정제는 20대까지 이어진다.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피질 중에서도 가장 늦게 성숙하는 부위다. 충동 조절, 계획, 결과 예측이 이 부위의 역할이다. 청소년이 왜 충동적인지, 왜 장기적 결과보다 즉각적 보상에 반응하는지 — 전전두엽이 아직 성숙 중이기 때문이다.[12]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프라의 문제다.
뇌량(corpus callosum)은 좌반구와 우반구를 잇는 신경 다발이다. 약 2~3억 개의 신경 섬유가 두 반구를 연결한다.[13]
이 구조가 생성되기 시작하는 것은 임신 12~20주 경이다. 그런데 생성과 성숙은 다른 이야기다. 뇌량의 수초화(myelination) — 신경 섬유가 절연체를 입고 신호 속도가 빨라지는 과정 — 는 20대 초반까지 계속된다.[14]
남성과 여성의 뇌량 크기 차이가 종종 언급된다. 일부 연구에서 여성의 뇌량이 상대적으로 두껍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것이 양 반구 간 협력 방식의 차이와 연관된다는 가설이 있다. 그런데 이 차이의 실제 크기와 해석은 여전히 논쟁 중이며,[15] 개인 간 변이가 성별 간 평균 차이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더 정확한 그림이다.
뇌량이 가장 늦게 성숙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두 반구의 연결 — 즉 네트워크의 두 주요 섹션 간 통신 채널 — 이 마지막으로 최적화된다는 것이다. 각 반구가 먼저 자신의 처리 구조를 갖추고, 그다음에 연결이 강화된다. 브리지가 먼저가 아니라 각 노드가 먼저다.
```mermaid
timeline
title 뇌 부위별 발달 순서 —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section 생존 레이어
임신 4~8주 : 뇌간 기본 구조 형성
출생 전후 : 뇌간 호흡·심박 조절 온라인
section 조정 레이어
임신 초기~ : 소뇌 형성 시작
출생 후 1~2년 : 소뇌 기본 운동 조정 완성
section 감정·기억 레이어
임신 중기~ : 편도체·해마 형성
출생 후 수년 : 변연계 회로 안정화
section 판단 레이어
임신 중기~출생 후 : 대뇌피질 뉴런 이동
출생 후 ~20대 초반 : 피질 시냅스 정제 완료
section 연결 레이어
임신 12~20주 : 뇌량 생성 시작
~20대 초반 : 뇌량 수초화 완성
```
이 순서를 보면 뇌가 어떻게 조율자 역할을 맡게 됐는지가 보인다.
처음에는 생존만 있었다. 뇌간이 심장을 뛰게 하고 숨을 쉬게 했다. 그다음에 움직임이 정밀해졌다. 소뇌가 오차를 줄이는 루프를 돌렸다. 그다음에 감정이 왔다. 편도체가 위협을 탐지하고 해마가 중요한 것을 기억했다. 마지막으로 판단이 왔다. 피질이 맥락을 읽고 결과를 예측했다.
각 레이어가 이전 레이어 위에 쌓이면서 역할이 분화됐다.
그리고 이 구조가 점점 더 많은 신체 시스템과 신호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면역계와 호르몬 시스템이 뇌의 상태에 반응하고, 뇌가 그 피드백을 받아 상태를 조정한다. 신장 편에서 다뤘던 것 — 뇌의 스트레스 신호가 레닌 분비를 통해 혈압의 기본값을 바꾼다 — 도 이 연결의 일부다.
그러나 조율자가 됐다는 것이 독점적 지휘권을 가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장신경계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뇌와 연결이 끊겨도 소화는 계속된다.
미주신경의 80~90%는 장에서 뇌 방향이다. 명령보다 보고가 많다.
면역계는 병원체를 만나면 뇌의 지시 없이 반응을 시작한다. 뇌는 사후에 그 정보를 받아 피로와 발열 신호로 경험한다.
간은 포도당 농도를 스스로 조절한다. 혈당이 내려가면 글리코겐을 분해하고, 더 떨어지면 아미노산에서 포도당을 새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뇌에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
뇌가 조율자 역할을 맡았지만, 각 노드는 자신의 국소 결정을 유지한다. 중앙집중식 명령 체계가 아니라, 자율 노드들이 상위 레이어와 신호를 교환하는 구조다. 분산 시스템에서 코디네이터(coordinator)는 존재하지만, 그 코디네이터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뇌는 지휘자인가, 협상가인가.
지휘자는 악보를 가지고 있다. 전체 그림을 알고 있고, 각 파트에게 언제 어떻게 연주할지 지시한다. 정보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그러나 미주신경의 80~90%가 장에서 뇌 방향이라는 것 — 지휘자라면 그 방향이 반대여야 한다.
협상가에 더 가깝다. 각 노드의 상태를 읽고, 전체가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율하되,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장이 먼저 신호를 보내고, 면역계가 상태를 올리고, 심장이 리듬을 만들고 — 뇌는 그것들을 받아 통합한 뒤 다시 신호를 내려보낸다. 그 반응을 다시 받는다. 주고받기가 끊이지 않는다.
패러다임 언어로 정확하게 말하면, 뇌는 컨센서스 조율 노드다. 각 노드의 상태를 수신하고, 네트워크 전체가 일관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 지시하지 않고, 자신의 이해관계없이, 전체의 합의를 처리한다.
뇌에서 가장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는 2001년에 나왔다.
마커스 레이클(Marcus Raichle) 연구팀이 fMRI로 뇌 활동을 관찰하던 중 이상한 패턴을 발견했다. 외부 과제에 집중할 때 오히려 활성화가 감소하는 영역들이 있었다.[18] 반대로, 아무 과제도 하지 않을 때 이 영역들이 활성화됐다.
이것을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 부른다.
DMN은 내측 전전두엽, 후방 대상피질(posterior cingulate cortex), 두정엽 일부로 구성된다. 이 구조들이 활성화되는 때는 — 멍하니 있을 때, 과거를 회상할 때, 미래를 상상할 때, 다른 사람의 관점을 추론할 때다.[19]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가 사실
가장 복잡한 연산이 일어나는 상태였다.
분산원장 관점에서 이것은 합의 없는 연산이다. 특정 외부 입력에 반응하지 않는 상태에서, 뇌가 내부적으로 자기 참조적 처리를 수행하는 것. 과거의 트랜잭션을 재검토하고, 미래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타인의 상태를 모델링하는 것 — 이것들이 DMN의 역할이다.
DMN의 활동이 억제되지 않으면 집중이 안 된다. ADHD에서 DMN과 과제 수행 네트워크 사이의 전환이 원활하지 않다는 연구가 있다.[20] 집중한다는 것은 DMN을 끄고 과제 네트워크를 켜는 것이다. 그 전환이 빠르고 안정적일수록 집중력이 높다.
체중의 2%, 에너지의 20%.
이 비율이 단순한 비효율이 아니라는 것이 이 구조를 이해하면 보인다.
뇌는 전신 노드들로부터 상태 신호를 수신하고, 그것을 통합하고, 다시 신호를 내보낸다. 이 처리가 멈추지 않는다. 수면 중에도 기본 대사의 유지, 기억의 통합, 다음 각성을 위한 준비가 진행된다.
이 연산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간이 24시간 포도당을 공급하고, 심장이 쉬지 않고 혈액을 뇌로 보내고, 림프계의 글림프 시스템이 수면 중 노폐물을 제거한다. 하나의 노드를 위해 여러 노드가 협력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 에너지 비용이 정당화되는 것은 뇌가 조율 레이어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전신의 상태를 통합하는 노드가 없으면, 각 노드는 자신의 국소 정보만으로 결정을 내린다. 뇌는 그 정보들을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비싼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결정권자라는 뜻은 아니다.
폐는 두 개다. 신장은 두 개다. 그리고 대뇌반구도 두 개다.
폐와 신장의 이중성은 페일오버(failover) 설계로 읽혔다. 한쪽이 손상되어도 다른 쪽이 기능을 이어받는다.
대뇌반구의 이중성은 다른 방향이다.
좌반구와 우반구는 역할이 다르게 특화되어 있다. 언어 처리는 대부분의 사람에서 좌반구에 편측화되어 있다. 공간 처리, 전체적 패턴 인식은 우반구가 더 강하게 관여한다.[16] 이것을 반구 특화(hemispheric lateralization)라 부른다.
그런데 이 특화가 고정된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좌반구가 손상되면 언어 기능이 우반구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신경가소성이 반구 수준에서도 작동한다.
뇌량은 이 두 반구가 정보를 교환하는 채널이다. 뇌량이 절단된 환자를 연구한 분리뇌(split-brain) 실험들은 두 반구가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17] 연결이 끊기면 각 반구가 서로 모르는 결정을 내린다.
두 개로 나뉜 것은 페일오버만이 아니다. 병렬 처리다. 다른 종류의 연산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뇌량을 통해 결과를 통합한다. 분산 처리 후 합의.
이전 편에서 기억은 파일이 아니라 분산 합의라고 했다.
이번 편에서 추가할 것이 있다. 기억의 어느 부분이 어디에 저장되는가가 지금까지 다룬 구조와 연결된다.
감정적 기억 — 두려웠던 일, 기뻤던 일 — 은 편도체가 인덱싱에 깊이 관여한다. 편도체가 활성화될수록 그 기억의 해마 인코딩이 강화된다. 그래서 강렬했던 감정은 더 선명하게 기억된다.
절차적 기억 — 자전거 타기, 악기 연주 — 은 소뇌와 기저핵(basal ganglia)이 관여한다. 이 기억은 서술하기 어렵지만 몸이 기억한다. 자전거를 어떻게 타는지 설명하기 어려워도, 타면 탈 수 있다.
서술적 기억 — 사건과 사실 — 은 해마가 초기 인코딩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대뇌피질로 전이된다.
뇌의 각 레이어가 담당하는 기억의 종류가 다르다. 그리고 이 레이어들이 형성된 순서가 — 뇌간, 소뇌, 변연계, 피질 — 기억의 종류별 중요도와 대략 겹친다. 생존 반응이 가장 빠르고 가장 오래가고, 서술적 판단이 가장 늦고 가장 수정 가능하다.
트라우마 기억이 왜 다르게 작동하는지도 이 구조에서 읽힌다. 극도의 위협 상황에서 편도체가 과활성화되면, 그 경험은 서술적 기억이 아니라 신체 감각과 감정 반응의 형태로 인코딩 된다. 언어로 서술하기 어렵고, 유사한 자극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재활성화된다. 피질 레이어가 처리하기 전에 변연계 레이어에 먼저 새겨진 것이다. 처리 레이어가 다르면 인출 방식도 다르다.
뇌는 가장 나중에 완성되는 노드다. 이전 편에서 그렇게 썼다. 이번 편에서 더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뇌는 가장 나중에 완성되는 노드인데, 그 안에서도 순서가 있다. 생존이 먼저, 조정이 다음, 감정이 그다음, 판단이 마지막이다. 그리고 두 반구를 잇는 연결 채널이 가장 나중에 최적화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완성되어도, 뇌는 전체 시스템의 독점적 지휘자가 아니다. 장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면역계는 스스로 판단한다. 간은 허락 없이 포도당을 만든다.
뇌가 맡은 것은 조율이다. 전신의 상태를 통합하고, 그 통합된 정보를 바탕으로 더 긴 시간 지평의 결정을 내리는 것. 그것이 진화가 수억 년에 걸쳐 이 구조에게 맡긴 역할이다.
하지만 분산은 그보다 오래됐다.
그리고 분산 처리는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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