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이라는 알람이 울릴 때

[읽고 쓰는 삶 186일 차] 김사월 , 이훤 <고상하고 천박하게>

by 윤서린

김사월, 이훤 <고상하고 천박할 때>

[2023년 11월 5일 공항에서 _김사월]


새벽에 눈을 떴다가 이 책을 펼쳐 한 문단을 읽고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렇다. 나는 한 문장으로도 몇 시간을 며칠을 몇 년을 곱씹는 사람이다.


공항 탑승구 근처 벤치에서 이훤에게 답장을 쓰고 있는 김사월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그녀는 이런 자신이 “번잡한 풍경 속 나 혼자 특별해진 기분”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 느낌이 뭔지 얼핏 알 것도 같다.


내가 시아버님을 모시고 병원에 갈 때, 나는 무료한 진료대기시간에 책에 밑줄을 긋는다. 가끔 무릎에 무선 키보드를 올리고 짤막한 시나 글을 적는다.

그러면 정말 귀찮고 하기 싫었던 일을 처리하러 간 내가 아니라 착한 며느리 역할을 하는 내가 아니라 뭔가 글을 쓰는 사람, 책 읽는 사람이 된다. 이 코스프레 같은 이질적인 나의 모습이 나는 좋다.


뭐 이런데까지 와서 그러냐는 그들의 시선을 나는 즐긴다.

“허세”같아 보이겠지만 난 진짜 책을 읽는걸!

나는 나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물하는 중인걸!!


김사월이 이훤에게 묻는다.

“부럽다는 건 네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는 알람 같은 거겠지. 너도 이런 기분 알까? 시를 안 쓸 때도 시가 부러웠니? “ (22면)


나는 그림이 부러워서 그림을 그렸다.

나는 시가 부러워서 시를 썼다.

나는 노래가 부러워서 노랫말을 썼다.

나는 소설이 부러워서 소설을 쓰고 있다.

나는 몸으로 표현하는 게 부러워서 내 몸을 더 알아보고 있다.


부러워하는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로서의 예술, 문화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러움이라는 알람이 울릴 때 나는 그런 나를 알아차리는 게 좋다.


나는 매일 부럽고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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