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욕망에 응하지 않는 시간”

[읽고 쓰는 삶 198일 차] 요조, 임경선 <여자로 살아가는…>

by 윤서린

요조, 임경선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떤 솔직함은 못됐다는 거 언니도 아시죠]


가수 겸 작가 요조와 작가 임경선의 교환일기를 다시 읽는다. 앞서 일기의 “솔직함 “과 이어진다.

오늘 교환일기는 요조가 임경선에게 쓴 일기다.


임경선이 쓴 ‘솔직함’에 대한 문장을 다시 옮겨 적으며 이 구절을 두고두고 명심하겠다고 다짐하는 요조.


“감당해야 할 그 모든 짐을 감수하고서라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솔직함’은 살아가는 데 장기적으로 ‘옳은 방법’인 것 같아. 솔직함을 포기하면 당장의 불편함이나 위기는 모면해도 가면 갈수록 근본적인 만족을 못 느끼고, ‘얕은 위안’으로 ‘겨우 연명’하거든 “. _ 임경선


*요조가 생각하는 ‘솔직함’의 종류

- 타인이 민망하거나 상처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솔직함

- 타인의 상처를 희석시켜 주려고 자신의 실패를 일부러 드러내는 솔직함

- 누군가는 타인을 지키기 위해서, 끝끝내 솔직하지 못한 태도를 취하는 것


*타인의 욕망에 응하지 않는 시간

요조는 리아 작가의 [사과를 먹을 땐 사과를 먹어요]라는 책에 현대인의 ‘리-액션’에 대한 글을 언급한다.


‘리액션은 타인의 욕망에 응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이 행위에 몰두하면 할수록 나 자신의 욕망은 점점 거부되고 잊힐지도 모른다’ _ 리아


리액션하지 않는 시간, 타인의 욕망에 응하지 않는 시간, 아마도 언니가 이야기하는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기 위한 태도’와 같은 말이겠지요. ” _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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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상 ‘빈 말’을 잘하지 않는 나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맞장구, 리액션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아예 없는 말은 못 하고 솔직함에 기반해서 그들이 원하는 답에 달달함을 한 스푼 섞는 것이다. 특히 이런 대화는 여성들 사이에는 불문율에 가까운 대화법이다. 만나자마자 서로 칭찬해 주기. 이 시간이 지나야 일상 대화가 오간다.

물론 그런 피곤한 대화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은 아예 만나기를 꺼려하지만 사회생활에서는 피할 수만은 없기에.


대화 중에 일부러 자신의 ‘잘남’을 남들이 추켜세워주기 바라며 스스로를 깎아내려서 말하는 주변 사람이 있다. 최근 사람과의 대화에 있어 내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남들의 칭찬을 기대하는 그의 심리를 알아채고 맞춰주기 2년. 나는 더 이상 그 말에 ‘호응’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남들 다 한 마디씩 거들 때 나는 한 발자국 물러서 그들의 대화를 관조한다. 열심히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다른 이에게서 얼마 전의 내 모습을 발견하면 못내 쑥스럽다.


아무리 그 말이 ‘솔직함’에 기반하더라도 나 스스로 ‘과장’이라는 ‘리액션’ 포장지를 너무 덧 씌웠던 건 아닐까?

정작 그 포장지를 벗기면 안의 내용물은 작디작은데.


타인의 욕망에 응하며 나 스스로가 커다란 상자를 들고 그 앞에서 뒤뚱거렸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이제는 내 안의 ’솔직함‘을 자로 세워 그가 원하는 커다란 포장지에 싸인 칭찬보다 내가 줄 수 있는 작은 솔직함을 그의 손에 쥐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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