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고 쓰는 삶 199일 차]
박치욱 <삶이 괴로울 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연의 신비를 배워가는 즐거움]
박치욱 교수는 생화학과 약리학을 공부하신 분이라서 그런지 자연의 보면서도 ”도대체 왜?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답을 찾는 분인 것 같다.
나는 그저 “와… 예쁘다…”가 끝인데.
이 책을 팟캐스트 진행자에게 소개받았을 때 ‘아, 읽어봐야겠다’라는 포인트는 바로 자연에 대한 글이었다.
그냥 감탄만 하며 지나치던 풍경이 내게 다른 방향의 감각과 감정을 일으킨다.
나는 요즘 길을 걷다 도토리 열매가 떨어진 곳을 자세히 관찰한다. 평상시 같으면 초록 도토리가 많이 떨어진 걸 보면 슬펐다. 아직 여물지 못하고 떨어져 버린 초록 도토리가 너무 일찍 떠나가는 누군가의 영혼들과 겹쳐 보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또 다른 감정이 추가됐다.
‘떨어진 초록 도토리에도 새로운 생명이 있을지 몰라’라는.
그렇다고 초록 도토리에 대한 슬픔이 사라지진 않는다.
어쩌면 더 슬프다. 또 다른 생명을 위해 희생되는 존재.
그렇지만 그게 바로 자연의 순리라는 걸 받아들여야만 하는 마음도 한편에서 움튼다.
박치욱 교수의 참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떨어진 도토리와 그 주변을 자세히 보는 습관이 생겼다.
땅에 떨어진 참나무 나뭇가지가 바람에 부러진 게 아니라 도토리거위벌레의 소행(?) 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나뭇가지가 있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도토리거위벌레가 어린 도토리각두(일명 도토리 모자 부분에 해당하는 곳)에 산란하고 나뭇가지를 주둥이로 잘라내 바닥에 떨어뜨리면 알에서 깬 애벌레가 도토리를 파먹으며 성장한다. 결국 땅 속으로 들어가 월동하기 편하도록 일부러 자신의 긴 주둥이로 나뭇가지를 잘라낸다는 것이다.
실톱으로 나무토박을 자르는 인간과 주둥이로 나뭇가지를 자르는 도토리거위벌레를 비교해 상상해 보면 꽤나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스무 번 가까이 반복한다니.
아… 이것이 도토리거위벌레의 모성인가?
박치욱 교수는 해바라기 씨의 배열, 솔방울의 나선, 알로에의 나선에서 피나보치 수열을 관찰하고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품고 그것을 공부한다.
피나보치 수열 : 1, 1, 2, 3, 5, 8, 18, 13, 21, 34…. 이렇게 진행되는 무한수열로, 앞의 항 두래를 더하면 그다음 항의 값이 나오는 규칙을 가진 수열이다. (3+5=8). (134면 설명)
그런데 이 피나보치 수열은 황금비와도 관련이 있고 황금각,황금나선 구조까지 뻗어나간다. 소라 껍데기의 나선과 해바라기 씨의 배열이 만드는 나선 구조에서도 이 황금 나선이 관찰되는 것이다.
황금나선 : 원의 각도인 360도를 황금비로 나무면 작은 호의 각이 137.5도가 되고 이를 황금각이라고 하는데, 식물 줄기에서 잎이 137.5도씩 돌아가서면 나오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또 황금각이 한 점에서부터 시작하여 나선형으로 회전하면 황금나선이라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135면 설명과 그림 참조)
그림을 보면 135도 간격으로 배치한 입자보다 137.5 간격으로 배치한 입자가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인다.
이렇듯 자연의 입자들은 물리 법칙을 따르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생존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에 접어들며 동네 산책길에 만나는 해바라기들의 줄기가 말라가고 있다. 하늘을 향하던 꽃잎은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씨앗이 영글 준비를 한다. 그저 빽빽하게 박힌 해바라기 씨앗을 보며 신기하고 예쁘다, 맛있겠다는 생각만 하던 내가 이제는 씨의 피나보치 배열을 생각하고 정말 34와 55의 배열로 되어있는지 세어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건 그만큼 보는 눈이 더 커진 게 아닐까.
다음번 산책에서는 해바라기 씨의 황금나선 구조를 예쁘게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져간다.
세상의 모든 피조물이
마치 책과 그림과 같이
우리에게 거울이 된다
- 알라누스 에 인술리스 (12세기 프랑스 신학자)
박치욱 교수는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인용된 알라누스 데 인술리스라는 12세기 프랑인 신학자가 쓴 시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신이 창조한 세상의 모든 피조물이 신의 섭리를 보여주기에 세상 만물을 살피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137면)
세상의 모든 피조물까지는 아니어도 대자연의 만물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보여주고 말하고 알려주고 싶어 하는 것들을 느끼고 깨달아가는 하루하루.
자연에서 발견한 소소한 기쁨과 사유를 촘촘하고 아름다운 황금나선의 씨앗처럼 알차게 채워 우리의 삶을 맛깔나게 영글게 해 보는 건 어떨까? 그 씨앗을 주변에 나누어 주어도 좋고 땅에 심어 또 다른 영감으로 키워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