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의 끝무렵에 하는 제철숙제

[읽고 쓰는 삶 200일 차] 김신지 <제철행복>

by 윤서린

내가 애정하고 애정하는 김신지 작가의 <제철행복>을 펼친다.

출간 소식을 듣고 찜해뒀다가 중학교 친구와 서로 교환선물을 했던 책.

여기저기 선물하기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다니는 책.

9월 1:1 독서모임 선정도서로 글벗과 이야기를 나눌 책.


1년 24 절기를 따라 작가가 소개하는 제철 행복과 제철 숙제를 따라가다 보면 산책길에 선물 보따리를 한 아름 건네받는 기분이 든다.


24 절기는 양력으로 계산하고 하루가 아닌 절기가 시작되는 날짜부터 다음 절기까지를 한 절기로 부른다.

오늘은 9월 19일이니까 9월 7일부터 이어진 백로(흰 백, 이슬로, 밤에 기온이 내려가 풀잎에 이슬이 맺히는 시기)를 지나 추분 (9월 22일 무렵, 가을 추, 나눌 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가을날)에 다다르고 있는 백로의 끝무렵이다.


백로에는 열심히 바람에 떨어진 도토리를 구경했다.

도토리거위벌레가 알을 낳고 잘라서 땅으로 떨어뜨려 놓았을 법한 덜 익은 도토리 나뭇가지도 찾아보느라 한 가지 숙제를 스스로 추가해서 하고 있는 나름 제철 행복 학교의 모범생생활을 하는 중이다.


김신지 작가는 참나뭇과에 속하는 도토리 6형제를 구별하는 법과 이름의 유래를 알려준다.


참나무 털모자 3형제

- 상수리나무 : 임진왜란 때 선조가 피난길에 먹을 것이 부족해 백성들이 먹던 음식인 도토리묵을 임금님께 올렸는데 맛있게 드셨다고 한다. ‘수라상 맨 위에 오른 토토리’라는 뜻의 ‘상수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 굴참 나무 : 나무껍질의 ‘골’이 유난히 깊다 해서 굴참나무라 불리다가 굴참나무가 되었다. 굴피집(나무껍질로 지붕을 씌운 집) 재료, 와인병의 코르크마개로 사용된다.

- 떡갈나무 : 시루떡을 찔 때 시루 밑에 떡갈나무 잎을 깔고 쪘다해서 붙여진 이름, 잎 뒷면의 털이 방부 역할을 해서 떡이 쉽게 변질되지 않는다고 한다.


참나무 베레모 3형제

- 신갈나무 : ‘새로’ 난 잎의 색이 ‘갈색’이라 붙여진 이름, ‘신발 밑창설’ (나무꾼들이 짚신 바닥이 해지고 닮으면 ‘신’ 안에 이 잎을 ‘깔’ 아서 신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 갈참 나무: ‘가을 참나무’의 줄임말, 가을이 끝날 때까지 오랜동안 단풍 든 잎을 달고 있다.

- 졸참 나무 : 잎과 열매가 가장 작아 ‘졸’을 붙인 이름, 떫은맛이 덜해서 묵을 만들면 제일 맛이 좋다고 한다.


“도토리 모자만 보고도 정확하게 나무의 이름을 호명할 수 있게 되는 일. 어떻게 그런 걸 알아? 묻는 말에 좋아하면 알게 돼. 답하는 일” (220면)


김신지 작가는 절기마다 계절에 대한 에세이와 제철 숙제를 내준다.


김신지 작가가 백로에 하는 제철 숙제는 다음과 같다.

- 도토리 6형제 구별해 보기

- 도토리 수업 후 도토리묵 먹으며 책거리하기

- 다람쥐 청설모가 씨를 빼먹고 남긴 솔방울(일명 새우튀김) 찾아보기


여기에 더불어 내가 하고 있는 몇 가지 자습 같은 숙제를 덧대본다.

- 도토리거위벌레가 도토리에 알을 낳은 후 그 나뭇가지를 주둥이로 잘라낸 떨어진 가지를 찾아보고 ‘역시 모성은 강하다’ 감탄하기

- 올망졸망 몇 알의 도토리를 모아두서 다람쥐 밥상 차려주기

- 여물지 못하고 떨어진 초록 도토리에게 ‘괜찮아’라고 위로해 주기


백로의 끝무렵에 열심히 밀린 숙제 하나를 해봐야겠다.

바로 도토리 묵 먹기!

모두 모두 절기 안에서 소소한 제철 행복 느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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