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알아가는 프란츠 카프카

[읽고 쓰는 삶 241일 차] 프란츠 카프카 <그리고 네게 편지를 쓴다>

by 윤서린

얇은 분량이지만 매번 시도하다 실패하는 책이 있는데 그것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다.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가 당황하거나 혼란스러울 틈도 없이 회사에 지각하는 것을 걱정하는 장면은 나를 숨 막히게 한다.

대체 프란츠 카프카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았길래... 그의 짧고 고단했던 생애를 담은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이 나의 발목을 잡는다. 대략의 줄거리를 알고 있어서 더 괴로워지기 전에 읽지 않고 도망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변신>은 못 읽고, 그의 파편집 <위로 없는 날들>만 들췄다 덮었다 했더랬다.

그러다가 <그리고 네게 편지를 쓴다 : 카프카의 투쟁 기록>이라는 책을 발견한다.

이 책은 카프카의 누이 오틀라 카프카에게 보낸 편지 120여 통을 모아 번역한 것으로 뒷부분에 '연보'가 자세히 나와있어 카프카의 생애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프란츠 카프카 편지 모음

<그리고 네게 편지를 쓴다 : 카프카의 투쟁의 기록>


연도별로 잘 정리된 '연보'를 통해 <변신>을 집필하던 당시 카프카와 가족들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1911년 12월 14일 : 아버지가 카프카를 비난한다. 가족 소유의 석면 회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카프카는 근무가 없는 오후에 회사를 감독하겠다고 아버지와 약속한다.

1912년 3월 6일 : 아버지가 석면 회사를 이유로 비난하자 카프카는 자살을 생각했다.. 이후 몇 주 동안 가끔 회사에 나가본다.

1912년 10월 7일 : 석면 공장 때문에 가족 간에 언쟁을 벌였다. 오틀라는 오빠와 의견을 달리하면서 부모 편을 들었다. 이로 인해 카프카는 자살을 생각했다.

1912년 11월 17일 : [변신]을 쓰기 시작했다.

1912년 12월 6~7일 : [변신]을 완성했다.


프란츠 카프카는 태어나 2살 무렵에 죽은 두 형들과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 때문에 불안하고 고독한 정서 속에서 자란 인물이다.

그가 누이 세명 중 가장 친밀했던 '오틀라'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그는 다정한 오빠이자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 면모를 보인다.

그런데 그런 동생까지 가족 간의 언쟁이 벌어졌을 때 카프카가 아닌 부모님의 편을 들다니. 카프카가 겪었을 소외감, 슬픔, 고독이 느껴진다. 그 일 이후 [변신]을 집필했는데 이런 작가의 서사를 더 자세히 알게 되니 마음이 더 아파서 차마 [변신]을 끝까지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여동생 오틀라에게 보낸 편지와 부모님께 보낸 편지가 그가 후두암으로 죽기 전까지 이어진다.

그는 죽기 한 달 전까지 단편집 [단식 예술가]의 교정쇄를 수정하기도 한다.

또한 아버지와의 관계에 어려움이 있으면서도 편지에서는 '사랑하는 부모님'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그의 편지글을 읽어보면서 비극적인 운명을 가진 작가 프란츠 카프카가 아닌 다정한 오빠로서의, 살아남은 아들로서의 , 글을 쓰며 자유롭고 싶었던 프란츠 카프카를 만나게 됐다.


그의 작품을 읽기 전 나는 이 책으로 인간 프란츠 카프카를 더 깊이 이해해 보기로 한다.

물론 그렇게 되면 더 마음 아프게 그의 소설을 읽어야겠지만.



"난 책에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어. 학교에 대해서는 한층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고, 고난을 견뎌 낼 필요가 있는 경우, 만일 고난을 이겨 나갈 힘이 있다면, 그 고난에서 가장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지." _ 프란츠, 1919월 2월 20일


"오틀라야, 지난밤에는 한숨도 자지 못했단다. 그래서 잠을 청하기 전에 서둘러서 몇 자 적어본다. 네가 엽서를 보내주어 절망적인 아침이 잠시나마 견딜 만했다. 그건 참된 접촉이지. 해서 네가 괜찮다면 기회가 닿을 때마다 계속 그렇게 하자꾸나. (...) 나는 말하는 것과 달리 쓰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말하고, 생각해야 할 것과 달리 생각하고, 그러다 보면 끝을 모르는 어둠으로 한없이 빠져들게 돼._ 프란츠, 1914년 7월 10일, 프라하


"아시다시피 저는 어머니, 아버지께 아직까지는 정말 심한 심려를 끼쳤던 것이 없습니다. (...) 하지만 어머니, 아버지를 늘 기쁘게 해 드린 적은 더더욱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제가 지속적으로 기쁨을 누린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원하던 것을 인정할 수 없으셨던 아버지께서 그 이유를 가장 잘 아실 것입니다. (...) 저는 제가 필요한 것 이상의 수입을 얻습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누굴 위해서? 저는 봉급의 사다리를 타고 계속 올라가겠지요. 무슨 목적일까요? 이 일은 제게 맞지도 않고, 보상으로 독립성 가져다주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왜 저는 이 일을 버리지 않는 것일까요? (…) 제가 비록 적은 양이지만 약간의 작품을 썼는데 그 작품들이 상당히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이유 때문에 부모님의 생각은 별로 근거가 없습니다. 저는 전혀 게으르지 않은 데다 욕심도 없는 편이어서 비록 희망이 물거품이 된다 할지라도 다른 생계 수단을 찾아 어떤 경우든 부모님께 폐를 끼치진 않을 것입니다. “ _진심으로 인사를 올리며 당신들의 아들 프란츠 올림 19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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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는 직장을 떠나 2년 정도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해 부모님을 설득하는 편지를 쓰기도 한다.

그가 가족들에게 이해받기 위해 또는 단순한 안부와 사랑, 응원을 담은 편지를 끊임없이 썼다는 것이 그의 비극적 운명과 달리 너무 일상적이어서 더 소중한 느낌이다.


프란츠 카프카를 사랑하는 많은 독자들이 그의 이런 사적인 편지글을 통해 그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그의 문학작품에 담긴 메시지에 더 공감하고 아파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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