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겨울을 건너가는 마음

[읽고 쓰는 삶 242일 차] 김신지 <제철 행복>

by 윤서린

10월의 끝자락에서 미리 겨울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이른 감이 있어 보이지만 또 그렇지만도 않다.

마냥 단풍에 취해있다가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에 허둥되지 않으려면.


김신지 <제철 행복>

[입동 : 설 입, 겨울 동, 11월 7일 무렵]


2025년이 이제 두 달 남았다.

한 해 동안 많은 계획이 만들어지고 잊히고 아주 가끔 실행되었다.

아쉬움과 후회가 마음속에 밀려오지만 그런 마음은 바람에 굴러가는 낙엽처럼 놓아주자.

김신지 작가는 어떤 식으로 연말을 보낼지 묻는다.

해내지 못한 일들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나무랄지, 격려해 줄지.

늘 그렇듯 선택은 나의 몫이다.


해낸 일들을 되짚어보며
스스로를 격려하는 마음으로

_ 268면


내가 겪는 계절이
옛사람들이 겪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를

_264면


우리는 이미 여름이 늦게까지 떠나지 않아 안 그래도 짧은 가을을 빼앗긴 기분이 들었다.

11월이지만 예전 기온보다 따뜻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가을이 길어진 게 아니라 겨울이 늦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일 년을 24 절기에 맞춰 산다는 것은 '계절의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옛 조상들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만들어 놓은 절기가 지금의 우리의 기후와 자꾸 어긋나는 것은 슬픈 일이다.

뉴스상의 데이터로 보이는 기후 위기보다 내가 체감하는 계절의 변화가 더 깊이 와닿는 것도 우리의 감각이 반응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신지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겪는 계절이 예전과 크게 어긋나지 않기를.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도 24 절기에 맞춰 제 계절을 마음껏 감각하며 누릴 수 있길 소망해 본다.


김신지 작가가 모은 겨울의 단어들 :

김장, 무청을 말린 시래기, 곶감, 바람에 말린 생선, 땔감, 창호지, 까치밥, 연말선물


* '치계미' 풍습 : 꿩과 닭과 쌀이라는 뜻으로 추위에 약한 어르신들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내놓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풍습.

* '도랑탕 잔치' : 형편이 좋지 못한 사람은 도랑에 숨은 살진 미꾸라지라도 잡아서 마을 어른들께 추어탕을 대접했다.


절기로부터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입동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건 아무래도 혼자가 아니라

'함께' 겨울을 건널 준비를 하라는 말 같다.

_ 267면


얼마 전부터 창밖에 달아 둔 새 모이통에 참새들이 자주 들락거린다.

먹이가 풍부했던 계절이 지나가자 아쉬운 마음에 아침 일찍 찾아와 모이를 내놓으라고 목청을 높인다.

4층 높이의 우리 집에는 아쉽게도 감나무가 없어 까치밥을 남겨 놓진 못하지만 새모이라도 채워둔다.

그러고 보니 어머님이 아프신 후 발길을 끊은 농장에 커다란 감나무가 떠오른다.

예전 같으면 긴 대나무장대와 사다리를 놓고 커다란 바구니에 잘 익은 주홍색 감들을 차곡차곡 담았을 텐데.

이맘때면 그때 따다 나눠드렸던 감맛을 잊지 못한 몇몇 동네분들의 전화가 오고 각자의 바구니에 감을 가득 따가신다.


어머님이 아프시니 김장도, 감나무 수확도 모두 잊혀가는 계절의 추억이다.

이제 우리 가족은 '함께'라는 이름으로 이 겨울, 무엇을 같이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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