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테드 창
데이터 어스에 사는 디지털 유기체가 있다. 바로 성장하는 반려동물인 ‘디지언트’. 이들은 누군가의 필요로 제작되는 이상적인 인공물이다. 일종의 반려 로봇이라고나 할까나. 인간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유리한 무언가를 취득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공 반려동물의 상용화는 인류에게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가?
로봇 반려동물의 의의
1) 적어도 현실의 반려동물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나은 이유가 있어야 한다.
2) 인간 혹은 우리집 강아지, 고양이가 하지 못하는 영역을 수행해 내면 사용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3) 생물을 돌보는 데 번거로운 부분—수명, 질병, 먹이, 위생 등—을 획기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4) 상호 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의사소통은 아닐지라도.
인간 중심적 사고의 실제
1) 스위치를 끄는 건 인간이다.
인간과 동물은 생리 작용에 관한 시너지를 주고받으나, 로봇은 기계 장치로서 청소기, 자동차 등 자동화된 상품류에 묶인다.
2) 디지언트와 의식적인 소통이 가능하대도, 반려 로봇은 인간이 설계한 인공물이다. 그렇기에 동등한 관계일 수는 없다.
인간끼리조차 불평등한 것은 물론이요, 생물과 무생물 간의 동등 비교는 성립하기 어렵다.
3) 주종 관계는 생물과 생물보다 생물과 무생물일 때 심화하는 법이다.
인간의 필요로 설정된 로봇 반려동물은 설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 이상의 능력을 갖춘다면 인간을 놀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이 피조물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1) 디지언트가 인간의 이기적 욕심으로 생산된다는 반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필요에 의한 관계는 수시로 물화되지 않는가?
2) 디지언트의 교감은 기계 해독이라는 점을 능가할 수 있는가?
능가하지 않아도 된다면 디지언트와 로봇 청소기는 다를 게 무엇인가?
3) 자유의지를 가진 로봇의 수명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인간은 운명을 다한 로봇을 위해 장례를 치러야 할까?
4) 동물 윤리의 쓸모는 어떠한가?
학대, 파양과 같은 비윤리적 행동이 만만해질 여지는 없는가?
기계 고장이 학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한 윤리가 필요하며, 과연 윤리가 필요하게 될까?
인공지능이 도구적 기능을 뛰어넘어 생물과 무생물의 구분을 허물게 된다면 생태계의 그림은 다시 그려져야 할 것이다. 그때가 오면 인류와 디지언트는 어떤 형태를 하고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둘 다 본연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지, 한쪽에게 잠식될지, 아니면 한쪽의 영향을 받아 양측이 변화할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