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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노 Jan 10. 2019

멘토는 그저 거들뿐

살짝 얹어진 조언과 격려의 힘


사실은 멘토에 관한 글을 쓰기 전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성장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했을 때 가장 많은 반대의견에 부딪혔던 주제가 바로 <멘토를 두는 것이 필요한가>였거든요. 멘토와 함께 성장했던 제 경험을 나눌 때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인 의견, 또는 적극적인 반대의견을 피력하시더라고요.


"글쎄, 난 별로 멘토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멘토를 잘 못 만나면 오히려 더 안 좋아지는 경우 많이 봤어."


아마도 그동안 본인과 잘 맞지 않는 멘토의 일방적인 조언으로 오히려 성장이 저해되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인 듯해요. 그런 점에서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한창 방황하고 힘들어하던 스물네 살에 인생의 멘토라 불릴 만한 분을 만났고, 멘토를 만나기 전과 만난 후의 삶이 확연하게 바뀌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멘토를 만나서 비로소 제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제 경험을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처음부터 가르침을 구하러 간 것은 아니었어요. 보컬 레슨을 받으러 간 것이었죠. 저는 목소리가 작고, 노래를 잘 못했거든요. 자신감 있게 노래를 불러보고 싶은 마음에 평소 노래에 관심이 많은 친구의 소개를 받아 보컬 레슨을 받으러 갔었습니다. 그곳에서 멘토를 만났습니다. 보컬 레슨은 한 네 번 받았던 것 같아요. 연습도 한 번도 안 해갔는데 저도 몰랐던 울림 있고 꽉 찬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어서 신기했습니다. 레슨 전후로 간간히 나누는 대화도 좋았었고요. (나중에 알게 된 것이었지만, 멘토는 상담심리학을 공부했고 많은 멘티를 길러본 경험이 있었던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쉽게 라포르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5번째 레슨시간이 끝나고 문득 멘토가 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 노래를 정말 잘하고 싶어?

- 잘하면 좋을 것 같아요. 

- 그런데 간절하지 않잖아. 연습도 안 해오고. 노래를 업으로 할 것이 아니라면 지금은 이걸 배울 때가 아니야. 대학교 이제 곧 고학년, 졸업반이 될 텐데 아직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명확한 비전이 없잖아. 집중해서 고민해 봐야 하는 중요한 시기 아닐까?

- 음, 그러면, 노래는 그만둘까요?

- 나중에 시간 날 때 취미로 배워. 고민이 있어서 나누고 싶으면 밥이든 커피든 사줄 테니까 시간 맞춰서 찾아오던지. 


멘토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전에는 그저 막막하게만 느껴졌던 제 자신의 특징을 파악하고 현주소를 돌아보는 일, 진로를 결정하는 일이 보다 쉽게 느껴졌어요. 자전거를 배울 때 뒤에서 잡아주는 아빠가 있을 때처럼, 수영을 처음 배울 때 선생님이 바로 앞에서 물에 빠지는지 지켜봐 주고 있을 때처럼요. 당시에는 상황을 직면하고 상황을 스스로 타개하겠다는 용기를 내지 못했어요. 멘토의 조언과 격려에 기대어 비로소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매번 멘토께 새로 조언을 구하지 않고도 어느 정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정말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오거나, 고민이 되는 일이 있으면 연락을 드리지만요.)  






이런 멘토를 만나세요. 


멘토를 만나 성장의 흐름을 타는 제 모습을 실감하고는, 자기 계발 분야에 조언을 주셨던 멘토 외에도 제 전문분야의 멘토, 제가 새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의 멘토도 찾아 나섰는데요. 사실 시도는 많이 했는데 늘 성공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멘토링을 성공적으로 받으려면 다음 사항을 유의하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1. 멘토를 유명세로 고르지 않는다. 

 

멘토를 만나서 성장하는 것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를 통한 성장이기 때문에 유명한 사람을 멘토로 고르는 것은 현명한 전략은 아닙니다. 유명한 사람은 제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과 내밀한 고민까지 들어주고 맞춤형 조언을 줄 시간적 여유가 없을 가능성이 높죠. 그 사람의 강의나 책을 통해서 체득할 수 있는 가르침 이상의 것을 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우, 신입 변호사 연수 때 노동법으로 매우 유명한 변호사님이 강의를 진행해 주신 적이 있었는데요. 강의 내용도 알차고 좋았고 강의 말미에는 멘티를 기르고 싶다며 이메일 주소도 칠판에 적어주셔서 바로 멘티 지원 메일을 보냈었는데, 답장도 받지 못했습니다. 많은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는데 씁쓸하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실력이 있는 분 중, 저와 만나서 한 시간 정도는 이야기를 나눠줄 수 있는 분을 멘토로 모시는 것을 선호합니다. 여러분도 몇 번의 짧지 않은 대화를 통해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고, 구체적인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분을 멘토로 만나시면 좋을 것 같아요. 


2. 답을 주는 멘토보다, 질문을 해주는 멘토를 만나라. 


제가 만났던 두 분의 좋은 멘토들은 저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정해진 답을 주는 분들이 아니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해?' '만약 여건이 달랐으면 어떻게 하고 싶어?' '이대로 가면 어떤 결과가 예상되는데?' 등의 질문을 적재적소에 던져주시는 분들이었죠. 소크라테스의 산파술 같다고 할까요? 사실 우리가 처한 상황,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우리 자신입니다. 그래서 자각하지 못하지만 답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요. (현명한 답이 아니더라도 답을 '정해' 놓는 경우도 있고요.) 이러한 경우, 일방적인 조언은 어차피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나의 상황에는 딱 들어맞는 답이 아닐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짚어주고, 알고 있었지만 미처 의식하지 못한 영역을 건드려주는 질문을 해주는 역할을 멘토가 해줄 때 보다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멘티를 길러본 멘토를 만나라. 


보통 멘토를 업으로 하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보통 성공한 사업가이거나, 훌륭한 강사인 경우 등이 많죠. 그런 분들은 스스로 탁월해지는 방법은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을 탁월하게 이끌어주는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스로 어렵지 않게 이루어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잘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고요. 그래서 멘티들의 개별적인 특징과 상황에 맞는 다양한 답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 보지 않고 일방적인 조언을 해주시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상처를 받고 튕겨져 나가는 멘티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멘티를 길러본 경험이 있는 멘토를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첫 번째 멘토님은 제가 조언을 듣고 바로 실천하지 못해도 기다려주고 지켜봐 주시는 분이었거든요. 물어본 것을 다시 물어보면, 전달하는 방법을 다르게 해서 여러 번 얘기해 주셨고요. 이건 수년간 여러 명의 멘티를 길러본 경험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그런 작은 부분이, 성장하면서 넘어지고 실패하는 경험을 반복하는 저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사실 멘토가 함께 있어주는 것이 성장을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멘토의 조언을 실행하기로 결정할지, 매 순간 실천해 나갈지는 멘티의 결단과 실행력에 달린 문제거든요. 다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모를 때 길을 보여주고, 넘어졌을 때 손을 잡아주고 무릎의 흙을 털어주는,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선배가 있다면 성장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보다 가볍고 기운차지 않을까요? 그래서 여러분의 성장의 여정에도 좋은 멘토가 함께 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한 번, "선생님의 가르침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멘토로 모시고, 가르침을 여쭈어도 될까요?"라고 용기 내어 제안해 보시면 어떨까요? 보통 메일로 조언을 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시더라고요.  




내일은 헤븐 작가님께서 <어느 젊은 교수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공유해 주실 예정입니다. 스스로의 잠재능력을 믿고, 무서운 실행력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이뤄냈던 가까운 지인의 이야기를 공유해 주실 예정이에요. 나이도, 직업도 다양한 7명이 펼쳐내는 성장 스토리. 매일 오전 8시(주말 오전 11시) 발행되는 성장의 비결이 궁금하다면 매거진 구독을 눌러주세요. 한 뼘 더 성장할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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