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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노 Dec 19. 2017

프롤로그

가만 두지 않을거에요. 

"다행이다, 내가 아니라서, 우리 가족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내 주변에 일어난 일은 아니어서." 이런 비겁한 변명으로 나를 달래고 번잡한 일상 속으로 복귀해 보려고 하는데, 마음대로 되질 않아서 그동안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는 주제였던 '헬조선, 지옥불 반도 특집' "못난 기성세대라서 미안해" 특집을 써보려고 합니다. 


마틴 니묄러(1892년-1984년목사(가 썼다고 추정되는 시)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다. 

그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다. 

그다음에 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을 너무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봅니다. 학교폭력을 당하고 온 엄마 친구 손자, 명문대를 나오고도 미래를 비관해 투신자살한 이웃처럼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신생아실에서 목숨을 잃은 아기들, 태어나서 퇴원까지는 잘했지만 가습기 하나 때문에 유명을 달리한 아기들, 학교에서 따돌림, 성추행을 당하다가 집 밖으로 투신한 초등학생, 집단 구타로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멍이 들어 사망한 자식의 시체를 받아 든 부모 등등. 오늘 자기 전에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렇게 많아요. 제 삶은 아직은 참을만합니다. 근데 자꾸만 저 시가 떠올라요. 주변 사람들을 덮치는 나치 같은 존재들을 자주 목도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글을 쓸지 고민이 되었던 건, 내 글솜씨가 하찮아서, 내가 보고 판단하는 것이 다 진실이고 옳은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 이럴 시간에 내 한 몸, 내 가족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서, 살아남을 궁리나 해야 하는 내 처지가 초라해서였는데요. 지금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닌 것 같네요. 이들이 겪는 불행이 저를 정말 뜨겁게 분노하게 해요. 바꾸기 위해 무언가라도 해야겠어요. 하찮은 글솜씨로 키보드 두드리는 것부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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