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 안내서 #11

내가 책임지지 않아도 관계는 굴러간다

by 담아

오래도록 착각했다.

내가 힘을 빼면, 관계가 부서질 거라고.

내가 말을 아끼면, 마음도 멀어질 거라고.

내가 덜 미안해하면, 누군가 상처 입을 거라고.


그래서 나는 항상 뭔가를 짊어졌다.

분위기를 맞추고,

상대를 배려하고,

내 감정보다는 타인의 눈치를 먼저 헤아렸다.

그게 어른스러운 줄 알았다.


근데 돌아보니,

나는 그 관계를 혼자서 들고 있었다.

상대는 편했고, 나는 항상 조심스러웠고,

나는 가득했고, 상대는 가벼웠다.


그래서 이제 내려놓기로 했다.

내가 안 짊어져도

그 관계는 생각보다 잘 굴러간다.

혹은, 굴러가지 않아도 괜찮다.

그건 내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


나는 이제,

누군가의 불편함을 대신 감당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불편하다는 감정 앞에서는

더는 참거나,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누군가를 위한 완충재가 아니라,

나를 위한 중심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