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Feb 04. 2022

인연의 시작

꿈 공모전 1편

복수 전공으로 중어중문학을 택한 건 우연이었을까? 다니던 대학은 2학년이 되기 전 전공 심화나 복수 전공 등 추가 과정을 선택해야 했다. 경험도 부족했고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알지 못했던 1학년의 나는 주변에서 대세 언어라고 말하는 중국어로 제2전공을 선택했다.


첫 학기 수업은 쉬웠다. 두 번째 학기도 그럭저럭 보냈다. 그런데 학기가 거듭될수록 진도도 학생들 수준도 배로 빨라졌다. 어느 정도 언어 실력을 갖춘 학우와 방학 때 놀다가 다음 학기 수업에 벼락치기로 임하는 나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학업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취업 고민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쌓여서 답답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환경에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처음에는 영어권 국가를 가고 싶었다. 그런데 어려운 토플 공부를 아르바이트와 병행하니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고, 교류를 맺은 영미권 대학의 등록금과 생활비가 너무 컸다. 교환학생을 가는 것도 쉽지 않구나 포기하던 찰나 목표를 중국으로 재설정했다. 하필 시기가 겹쳐 자격증을 바로 준비할 수도 없었고 전공 성적도 높지 않았지만 일단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나서도 나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뽑힐 거라는 희망을 가지면서도 기대하지 않으려 애썼는데 결과가 좋았다. 그렇게 산둥성 웨이하이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음식, 냄새, 건물 등 모든 게 낯설고 적응되지 않았던 며칠이 지나고 거리도 상점도 익숙해질 무렵 눈에 띄는 동아리가 있었다. 인라인스케이트도 사야 하고 의사 표현을 하려면 몸짓과 사전을 활용해야 했지만 재밌어 보였다.


외국인 동아리원은 내가 처음이어서 호기심 어린 시선을 많이 받았다. 다행히 한류 열풍이 부는 시기라 호의적이었다. 기본 모임 장소는 평일 저녁 7시 학교 중심에 위치한 멍뉴 광장이었다. 각자 수업과 공부를 마치고 하나둘씩 광장으로 모여 연습을 했다. 나 역시 매일 같은 시간 인라인스케이트를 들고 광장으로 나가 동작을 연습했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해안 도로를 따라 다 함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며 밤하늘의 별을 보았다. 어떤 날은 옆 도시에서 열리는 대회에 구경을 가기도 했다. 친구들과 소통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회화 실력도 늘고 있었다. 현지인과 대화가 통한다는 게 신기하고 즐거웠다. 겨울 방학과 여름 방학에는 계속해서 중국 각지로 여행을 다녔다.


침대 기차를 타고 하루를 꼬박 걸려야 도착하는 남쪽 도시 하문을 시작으로 광저우, 계림, 충칭, 구이저우를 여행하고 백두산을 기점으로 북경, 시안, 낙양에도 들렀다. 짧게는 이틀 길게는 사흘을 한 도시에 머무르며 중국의 음식을 실컷 맛보고 문화를 흡수했다. 여행이 끝난 뒤에는 동아리 친구의 집에 초대받아 홈스테이를 하기도 했다.


친구의 고향 지기를 만나 마작을 두고, 새해를 맞아 성묘도 가고, 친척 집에 들러 함께 음식을 먹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또 현지인과 생활하며 마주한 모습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쌓이는 추억과 함께 중국에 대한 애정도 커졌다. 그렇게 1년을 꽉꽉 채운 마지막 날 재회를 다짐하며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작가의 이전글 사소한 일 때문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