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소개팅

by 박아담

스물아홉의 내가 서른셋의 남편을 만났다. 그냥 소개팅이었다. 우리가 만난 건 절대 운명이 아니었다. 따지자면 나는 운명론자 편에 치우친 사람이었는데, 끔찍한 실연을 겪고 나서 모든 것은 대체할 수 있고, 우연일 뿐이라고 아주 염세적으로 변했더랬다. 그러므로 소개팅과 같은 자리를 끔찍해했으나 당장의 고통에서 탈출할 요량으로 여기저기 소개팅을 하고 다닐 때였다. 그때의 나는 혼자 있는 것도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도 견디지 못할 정도의 정서불안 상태였는데, 회사를 가지 않는 주말에는 소개팅을 하거나 동창의 결혼식을 가는 식으로 시간을 때웠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나는 그리 연애를 쉽게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때만큼은 그냥 아무나 만나자는 심보였다. 막상 소개팅을 해보니 상대방이 지나치게 저돌적이거나 아예 관심이 없거나 둘 중 하나였다. 어느 쪽이든 아무나 만나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네 번째 소개팅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담백했고 적당했다. 관심이 많지도 없지도 않았다. 그게 훨씬 정직해 보였다. 나를 여자로 대하기 전에 그냥 사람으로 대하는 느낌이었다. 비 오는 수요일 저녁, 적당한 파스타 레스토랑에서 그를 만났다. 스타일도 괜찮았고 대화도 괜찮았다. 그럭저럭 시간이 흐르고, 식사도 거의 마친 상태에서 내가 먼저 맥주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그도 좋다고 했고, 장소를 옮기자고 얘기를 하다가 내가 물었다. 차 가져오시지 않으셨어요? 아 맞다! 그는 외마디 대답과 함께 머쓱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 순간 그의 살짝 삐뚤어진 앞니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도 모르게 푸하하 웃음이 터져버렸다. 빙구 같은 게, 어찌나 귀엽던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삼세번, 삼세번 안에 쇼부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