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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형 Jun 15. 2020

좋은 곳에 갈 거예요

보고 싶다고 전해줘요

터가 좋은 곳에서 우리는 걸었다


비행기가 추락하고 있었고

불타는 마을에서는 밥 짓는 냄새가 났다


그는 우산을 주며 말했다


아까 천둥이 쳤었어요

오늘은 좋은 곳에 갈 거예요


어린 친구들은 겨울왕국을 보러 가면서, 오늘 저는 좋은 곳에 가요, 제 두 번째 꿈을 이루는 거예요, 라고 떠들었는데


친구들은 꿈을 이뤘겠지 그들이 좋은 곳에 들러 언젠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까지, 그들의 시간은 흐를 것이다


우산을 쥐고


좋은 곳에 대해 오래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시간이라는 게 있다면


사랑하는 것에 목숨을 걸고 싶었고, 목숨을 아무에게나 쥐여 주고 싶었고, 좋은 곳에 쓰세요 덕담하듯이 쨍그랑 던지고 싶었고


사랑 때문에 죽고 싶지 않았고

죽고 싶어서 사랑하지 않았고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고 죽음을 떠올리지 않고 당신이랑 오래 밥을 지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고


그의 우산이 재촉하듯 펼쳐진다


눈은 과거의 일이지만 가끔은 지붕을 무너뜨려요


그를 따라 걸으면서

어제는 당신을 많이 생각했다


좋은 곳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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