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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Jun 06. 2018

열여섯번째 요가이야기

파리가아사나



열리다, 닫히다, 그리고 열다, 닫다.



마음의 문을 열다, 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마음의 문을 닫다, 라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마음은 우리가 결정한대로 열고 또 닫을 수 있는 것 아닐까? 나도 모르게 열리고 나도 모르게 닫히는 날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 열리고 닫히는 것보다 힘있게, 열고 닫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의 날씨는 요즘, 과거와는 달라서 지금이 봄일까? 아직 겨울의 끝자락인가? 여름이 되었나? 아리송하다. 밖에서 걷는 시간이 긴 나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평소보다 찬 바람이 불면 나도 모르게 움추러들고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오는 날에는 그만 마음이 환하게 밝아진다. 그래서 지난 오월 내내 '아, 나는 참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구나.' 생각하였다. 거기에서 생각은 멈추지 않고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조금 더 강한 사람이면 참 좋을텐데.' 라는 마음으로 이어달리기를 하고 만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우리들은 날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고 나서는 영향을 받긴 하겠지만 어떤 방향으로 마음을 열고 닫는 일은 내 선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나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좋은 것을 채운 다음 나를 울적하게 하는 방향으로의 문은 닫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면 그 문 안에서 나는 조금 더 나를 사랑하는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몸의 옆면을 활짝 열어 내는 파리가아사나를 할 때, 한 쪽의 문은 활짝 열어서 햇살이 들어오게 하고, 한쪽의 문은 힘을 채운 다음 단단하게 닫아서 좋은 것들이 내 안에 가득차오르도록 한다. 열리는 것에만 마음을 쏟게 되면 건강하게 닫는 것에 대한 생각이, 허술하게 만든 손우물에서 모래가 새어나가듯 멀어질 때가 있다. 조금 더 야무지게 손우물을 만드는 것처럼 마음을 오므린다. 열어서 채우고 닫아서 내부에 닿도록 한다. 그런 순간이 오면 나는 너무 과하게 열리지도, 다칠정도로 닫혀버리지도 않고, 안전한 몸이 된다. 실은 더 안전한 마음이 된다.

자연의 영향을 받는 약한 존재이지만 우리들은 모두 자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강한 존재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장마에 둑이 무너지듯 마음이 무너질 수도 있지만 다시 일어나 둑을 세우고는 물이 지나가도록 둑의 문을 열고 또 수위를 조절할 수 있게 문을 닫기도 하는 것. 그것 역시 할 수 있는 나, 우리들.

어떤 세계의 문을 열고 마음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일. 그 결정을 하는 것은 결국에는 자신이다.




글/ 예슬 (brunch.co.kr/@yogajourney)
그림/ 민지 (brunch.co.kr/@am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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