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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Jul 25. 2018

스물세번째 요가이야기

우스트라아사나



낮의 마음과 밤의 마음



여름밤에는 밤산책을 나간다. 해가 진 다음 서늘하게 식은 길을 걷다보면 밤에 걸어야 만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이런 가게가 있었나? 여기에서는 달이 참 예쁘게 보이네! 하고 중얼거리게 된다. 그러니까 밤에 걸어야만 만나는 풍경이라는 것이 있다.

해의 뒤꽁무니를 쫓아 해안도로를 달렸다. 워낙에 해지는 모습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제주의 동에서 서로 움직이려니 차는 느리게 가고 마음만 걸음이 바빠졌다. 어딘가에 도착하려는 욕심을 길에 두고 도심에서 해안도로쪽으로 들어가 잠시 차를 멈추고 바다를 본다. 엄지손톱 만했던 커다란 해가 점점 작아지다가 바다 속으로 문득 사라지는 것은 달리는 자동차의 조수석에 앉아 보았지만, 하늘이 온통 바알갛게 물드는 모습은 단단한 땅에 발을 디디고 친구와 함께 본다. 물고기잡이 배들이 수평선에서 바다를 향해 빛을 쏘았는데 빛은 바다로도 가고 어두워지니 하늘로도 번진다. 그들의 주변이 아래로도 위로도 밝아지는 것을 오래 서서 바라본다.

우스트라아사나를 할 때면 몸의 앞면과 뒷면의 균형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또한 내가 앞이라고 생각한 면과 뒤라고 생각한 면은 정말 앞이고, 뒤일까? 갸우뚱하게 된다. 하체의 뿌리에서부터 힘을 잘 들어올려 주고 등쪽에서도 힘을 잘 채워두면서 허벅지의 앞면과 복부, 가슴을 기분 좋게 연다. 어느 날에는 허벅지와 복부 앞면이 선뜻 열리지 않아 숨이 답답하고, 어느 날에는 등에서 힘을 받쳐주지 못해 허리가 부드럽지 않은 기분이 들고, 어느 날에는 모두가 힘을 내어 주어 등도 가슴도 복부도 허벅지도 부드럽게 단단한 느낌이 된다. 그렇지 못한 날에는 마음이 온통 캄캄해지기도 하고, 그런 날에는 마음에 빛이 차오르기도 하는데, 해가 빛나거나 달이 빛나는 것처럼 몸이 자연스럽게 시간을 걷는 것 뿐이다.

마음에 빛이 드는 날에만 스스로를 쓰다듬어 주던 내가 있었다. 낮의 마음에만 박수를 치던 내가 있었다. 밤의 마음에게는 어둡다고, 왜그리 어두운 것이냐 타박하던 내가 있었다. 그조차 균형이라는 것을 그 때에는 몰랐다.

해가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고 서운해하다가 고개를 들어 왼쪽을 보니 달이 밝아졌다. 해의 시간이 지나가고 달이 시간이 되었을 뿐이고 내일이 되면 다시 해의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달이 서운해하지 않게, 달을 보면서도 반가워한다.

해가 지고 보이는 것은 해가 져야만 보인다. 그리고 어둠이 깊어지면 그제서야 달이 밝아진다.



글/ 예슬 (brunch.co.kr/@yogajourney)
그림/ 민지 (brunch.co.kr/@am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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