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끼치는 연습 중입니다.

인사이드 패스

by 버들


풋살 훈련은 몸을 풀고 기술을 배우는 훈련을 1시간 좀 넘게 한다. 나머지 시간은 게임을 해서 총 두 시간을 한다. 게임은 물론이거니와 게임을 하기 전 훈련 때도 여럿이서 하다 보니 2인 1조가 되어 패스를 주고받을 일이 많다.


제일 처음 배웠던 패스는 인사이드 패스였다. 발의 안쪽 넓은 면이 공에 맞게 패스하는 방법이다. 아직도 공과 발 안쪽이 처음 만났을 때의 감각을 잊을 수가 없다. 나름 운동신경이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순간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어라, 왜 내 발목이 돌아가지? 발 안쪽이 공에 맞는 순간 발목이 힘없이 돌아갔다. 나풀거렸다는 표현이 적확할 만큼 발목에 힘이 풀렸다. 당황했으나 금세 다시 내게로 온 공을 차느라 정신이 없었다. 발목도 그랬지만 나사가 하나 빠진 듯 머릿속도 나풀거렸다. 공을 차고 나면 힘이 풀려버리는 발목을 매번 생경한 듯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살면서 이렇게 공을 차야 할만큼 발목에 힘을 준 적이 없는 것이다. 훈련 중이어서 오래 당황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발목 고정이 안 되니까 내 공도 가운데만을 피해서 좌우로 튕겨져 나갔고, 상대방은 내 공을 주우러 다니느라 고생을 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풋살을 처음 했던 날 내가 가장 자주 했던 말이다. 나로 인해 상대방이 고생하는 것이 미안해서 연신 자동으로 나왔던 말이다. 팀원 안에서도 기량 차이가 얼마간 나긴 하지만 (풋살을 한 지 1년 되신 분부터 나처럼 처음인 사람까지 다양하다.) 만들어진지 한 달이 된 신생팀이다. 동등하게 배우는 입장으로 훈련 중인 와중에 쏟는 미안해하는 마음은 나란했던 팀원의 상태에 경사를 만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은 최대한 덜 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미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꾹꾹 씹어 삼켜 공차는 연습을 더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훈련이 반복되다 보니 입장이 바뀌는 경우도 생기는데, 그럴 때 상대방이 내게 미안함을 내비치길 원치 않는 마음도 있다.


미안하다는 말을 분단위로 쏟아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 뭐가 그리도 미안했는지 한참 생각해 봤다. 남에게 기대지 못하는 성향이 여기서도 드러나는구나. 타인에게 도움을 받거나 청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마음이 자꾸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입 밖으로 나가면서 타인과 나 사이에 굵은 선을 긋는다. 폐 끼치기 싫어하는 마음은 나를 섬처럼 고립시킨다. 고립되어 살 수 없음에도 고립시키려 했던 마음을 이제는 녹이고 싶다.


패스를 하며 헛발질을 해서 저 멀리 보내는 바람에 상대를 수고하게 만들어 신세를 지기도 하고, 반대의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공을 주고받으며 남에게 폐를 끼치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폐 끼치는 것을 괜찮게 생각하려는 연습. 품을 내어주기도 하고 서로 기대기도 하는 게 인생이라 서로 기댄 모습의 사람 인자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사람이 가진 어설픈 점을, 어설퍼서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서로 기꺼이 보여주고 참아내기도 하는 방법을 풋살장에서 공을 주고받으며 덤으로 배우고 있다.



정확히 나를 피해 양쪽으로 공을 주는 오늘의 패스 파트너를 귀여워 하며, 안 그래도 추웠는데 움직이게 해줘서 고맙다고 너스레를 떨며. 누군가도 날 이렇게 생각해 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공은 이리저리 바닥을 구르며 영역을 넓힌다. 도달하는 면적만큼의 범위를 연결시킨다. 즐거움과 실수를 덕지덕지 묻혀가며 땀을 흘릴 때마다 우리는 커다란 섬이 된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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