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의 변덕스러움에 질렸는지 햇살이 그리웠습니다.
햇살이 초록의 나뭇잎에 막히지 않고 고스란히 닿기를 바랐습니다.
잎을 통과하면서 햇살이 부드러워진 걸까요?
따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햇살이 나를 어루만집니다.
짙은 초록은 무색의 햇살이 곁들여지자 옅은 색으로 바뀝니다.
무엇이든 섞이면 바뀔 수밖에 없을 테죠.
바뀐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뭔가 변한다는 것은 설렘과 두려움을 함께 가져다 줍니다.
설렘의 폭이 더 크다면 좋을 텐데요.
두려움이 더 짓누른다면 아직 지키려는 게 많다는 뜻이겠죠.
지켜야 할 게 많다는 것은 가진 것만을 뜻하지 않는 듯합니다.
귀를 닫고 마음을 동여 매는 아집의 벽을 세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햇살은 나뭇잎으로 끊어지지 않고 나에게까지 이릅니다.
나뭇잎은 투명한 속내를 살짝 드러내고요.
누군가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요.
자신을 살짝 드러내면서 나에게 투영됩니다.
맑은 마음이 와 닿았으니 내 마음도 긍정의 색깔을 띠겠지요.
온종일 후텁지근합니다.
비가 오든 말든 축축한 공기가 몸을 감쌉니다.
그러다가도 잠깐의 햇살과 나뭇잎 덕분에 청량한 여름을 깨닫습니다.
일상도 그러할 테죠.
힘들다고 푸념하다가도 잠깐의 햇살과 나뭇잎 같은 존재 때문에 웃습니다.
그 웃음이 일어설 힘을 주고요.
수많은 연결망으로 국경 너머까지 연결되었다고 하죠.
그 연결이 외로움과 고립을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연결이 곧 결속을 뜻하지 않습니다.
수없이 연결되었다고는 하나 존재감은 느끼지 못합니다.
존재감을 모르니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갈 결속이 될 수 없죠.
연결의 허망함과 결속의 부재를 떠올리니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차라리 골목길에 늘어선 나무 아래에서 햇살의 파편을 찾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어컨보다 살가운 한여름의 미지근한 바람을 맞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