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과 예술가

by 글담


일요일 오전,

동네카페는 한적합니다.

음악과 주인장 부부와의 수다로 시간과 공간을 때웁니다.

햇살이 잔혹한 폭염의 세례라기보다

일요일 한낮의 나른한 기운으로 와 닿습니다.

책을 펼쳐들고 얼마 전 읽은 구절을 다시 들춰 봅니다.

“장인은 작품을 위탁한 사람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는 사람인 반면

예술가는 누군가의 요청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과제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오스트리아의 건축가이자 모더니즘 건축의 선구자인 아돌프 로스의 말입니다.

장인과 예술가의 구분은 자유의지인가 봅니다.

타인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글을 의뢰받을 때,

흔히 작가들은 빙의가 되어야 할 순간이 왔다고 합니다.

의뢰한 이의 요구가 무엇인지 되도록 잘 알기 위해 그에게 빙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스스로 과제를 부여하는 예술가는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해야겠죠.

무엇을 갈망하는지

어떻게 그 과제를 드러낼지

골똘히 생각하고 머리를 쥐어짜겠지요.

장인이라 폄하할 게 아니고,

예술가라고 우러러 봐야만 할 건 아니겠죠.

각자의 길이 낳을 작품은 누군가에게 울림과 공명을 불러일으킬 테니까요.

그 울림과 공명을 얻지 못한다면,

장인이든 예술가이든 처참한 실패와 단절의 고통을 앓겠죠.

오늘,

원고를 앞에 두고 거창한 장인과 예술가의 소명을 떠올리지는 않아도 적잖이 끙끙대고 있습니다.

울림과 공명은커녕 당장 출판사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