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나뭇잎

by 글담


투명한 나뭇잎 덕분에 눈을 살며시 감고 하늘을 바라봅니다.

햇살로 옅어진 나뭇잎을 바라보니 청량합니다.

그런데 덥습니다.

서둘러 그늘 아래로 몸을 피합니다.

햇살이나 빗줄기나 한여름은 피할 것도 많습니다.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십니다.

무릎도 시원찮은지 지팡이로 짚고 다니십니다.

돌아다니기가 불편할 텐데 참 자주 보입니다.

해가 뜨기 전 이른 새벽 아파트 마당을 운동 삼아 걷고,

해가 뜨면 우리 동 곳곳을 둘러보며 뭔가를 합니다.

쓰레기 집하장에서는 분리수거가 안 된 것들을 정리하시죠.

음식믈 쓰레기 통 주변도 지저분하면 손을 걷어붙이고 닦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닐 텐데 말이죠.

할머니는 한낮이 되면

동굴처럼 뚫린 아파트 보도 출입구 쪽 평상에 느긋하게 앉아 있습니다.

그늘지고 바람이 오가는 통로이니 시원할 테죠.

지나가는 이웃들과 안부와 수다를 나누고,

인사 잘하는 아이들을 귀여워 합니다.

그러다 오가는 이 없으면,

평상에 드러누워 흥얼거립니다.

처음 듣는 듯한데 오래된 옛 노래이지 않을까 싶네요.

마치 노랫가락이 공중에 흩날리는 듯합니다.

노래 가사가 뭔지 몰라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할머니의 인생입니다.

한여름의 풍경은 평온하다 못해 나른합니다.

더운 열기를 품은 산들바람에 새삼 한여름임을 떠올립니다.

보고 있는 원고의 글자들도 흐느적거립니다.

아, 카페에 가서 시원한 바람과 음료로 정신을 차릴 때가 되었네요.